2020년, AI 신약개발 원년 될까

중견 제약사들 일제히 “우리도 한다” … 해외선 이미 성과 ‘목전’ … 데이터 3법은 “지켜봐야”

이동근 기자 2020.02.08 11:02:32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제약사들이 AI플랫폼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선언했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부터 AI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 완성이 목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가 그동안 모색 단계에 머물렀던 AI 신약 개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화경제에서는 AI신약개발의 현상황과 전망에 대해 집었다.

대웅·한미·SK·유한 “AI 신약 개발 시작” 선언

대웅제약은 지난 달 12일 미국 바이오기업 A2A 파마사와 AI를 이용한 항암 신약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A2A가 AI가 결합된 신약개발 플랫폼 ‘SCULP’를 활용해 신규 화합물을 설계하고 대웅제약은 이 구조를 기반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만드는 것이 계약의 주 내용이다. 대웅제약은 AI 전담팀을 꾸리고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과 인공지능 신약개발 및 바이오메디컬 관련 공동연구에 들어가기도 했다.

 

대웅제약 전승호 사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소티리오스 스테지오폴로 A2A 파마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계약 체결 후 양사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대웅제약


한미약품도 지난 달 22일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스탠다임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신약개발 초기 연구단계에서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스탠다임은 자체 개발 AI 기술 ‘스탠다임 베스트’를 바탕으로 항암, 비알콜성지방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CJ헬스케어와도 손잡고 항암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미약품 본사에서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오른쪽)과 스탠다임 김진한 대표가 공동연구 계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 한미약품


SK바이오팜은 2018년 같은 그룹사인 SK C&C와 ‘인공지능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축적해온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로 화합물 데이터 보관소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는 AI가 신약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참고로 SK C&C는 스탠다임에 1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AI 플랫폼을 확보한 캐나다의 차세대 바이오테크 기업 사이클리카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사이클리카의 AI 플랫폼을 자사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적용해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6월 국내 AI 기반 플랫폼 개발업체 신테카바이오에 5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JW중외제약 역시 자회사인 C&C 신약연구소를 통해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구축했다. 암 환자의 세포주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과 약물 설계 프로그램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된 플랫폼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본격 운영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설립한 이 센터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독립 재단도 설립할 게획이다.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원희목 올해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I 신약개발센터를 가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돈·시간 아끼고 성공률까지 높인다? 핑크빛 전망

이처럼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특히 혁신신약을 만드는데 AI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뭉뚱그려 신약이라고 하면 단순히 새로 만들어진 약이라고 해석되지만, 혁신신약이라는 의미는 제약업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전에 기전에 연구되지 않있던, 완전히 새로운 약만이 ‘혁신신약’이라고 지칭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혁신신약이며, 비슷한 기전을 가진 시알리스 등은 신약으로 구분된다. 또 신약이라고 불리지만 개량신약은 이미 개발된 약물에 편의성을 더하는 등 진보된 신약을 뜻하며, 합성신약은 기존에 개발된 약물을 합쳐 놓은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혁신신약이 하나 개발되면 의학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신약은 하나도 없다.

제약업계에서는 혁신신약을 만드는데 일반적으로 10년의 기간과 1조 원의 비용이 투자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나마도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혁신신약은 이미 성공한 다른 사례를 응용하는 여타 신약들과 달리 후보물질부터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미국 AI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최근 후보물질 발굴부터 검증까지 단 46일 만에 마쳤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는 섬유증 등과 연계된 물질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것이었는데, 기존에는 유사한 연구에 8년 이상의 시간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불과 2억원이 안되는 금액이 소요됐으며, 후보물질도 하나가 아닌 여러개를 발견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이미 세계 유력 제약사들과 손을 차례차례 잡아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 제약사 중 하나인 화이자가 지난 14일 이 회사와 제휴를 맺었고, 노바티스도 이 회사와 악성 흑생종 치료제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길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이 업무협약(MOU)를 맺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혁신신약은 사실 ‘로또’다. 그것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성공하면 엄청난 돈과 명예가 따라오지만, 모든 신약이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 솔직히 국내에서도 많은 제약사들이 혁신신약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중간 단계에서 외자사에 권리를 팔아넘기는 이유는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AI가 어느정도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3법’ 날개 될까? “아직은 지켜봐야”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 3법도 AI신약개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I가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민감한 의료 관련 개인정보의 유출을 우려해 적극적인 활용이 어렵다.

이에 따라 약 반년 뒤 본격적으로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 건보공단·심평원의 정보가 신약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무리 비실명이라도 의료정보가 사기업에 의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반발 정서가 커 결과물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중견 제약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데이터3법에 당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한 번 AI를 이용한 혁신신약이 개발되고, 여론이 바뀐다면 이후에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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