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2. 음식과 여행의 만남으로 케이푸드 알리는 ‘E.T. 필름 페스티벌’

대상그룹, 한류 열풍의 중심지인 인도네시아·베트남 대학생과 문화 교류

김금영 기자 2020.02.20 10:24:17

1월 서울극장에서 열린 대상그룹 ‘제2회 E.T.(Eat & Travel) 필름 페스티벌’ 시상식을 마치고 관계자와 전 참가자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상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극 중 등장한 음식 짜파구리 또한 관심을 받는 등 영화로 인한 케이푸드(K-FOOD) 효과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 홍보 방식으로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일차적인 차원에서 더 나아가, 영화 콘텐츠를 활용해 음식을 알리면서 문화 교류까지 자연스럽게 잇는 축제의 장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상그룹이 주최하는 ‘제2회 E.T.(Eat & Travel) 필름 페스티벌’이 최근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푸드 영화제’를 기본 모토로, 한국과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이 문화와 음식을 바탕으로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문화 교류 활동의 자리다.

 

우승팀에 상금을 전달하고 있는 대상 권용석 홍보실장(왼쪽). 사진 = 대상

영화제의 주인공은 전문 영화인이 아닌 대학생이다. 대상 측은 “한류의 주 소비층인 젊은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대상이라는 브랜드를 친근하게 알리고자 했다”며 “특히 미원, 장류, 김치 등 전통식품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상의 브랜드를 더욱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교류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의도를 밝혔다.

영화제의 이름인 E.T.는 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담았다. 과거 자전거를 타고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갔던 그 E.T.가 아니다. Eat(음식) 그리고 Travel(여행)이 모인 단어로, 음식과 여행을 접목시켰다. 대상 측은 “행사의 참가 주체를 세계 대학생으로 선정한 뒤 원활한 문화 교류를 위한 세계 대학생의 공통된 관심사와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찾다보니 음식이 떠올랐다”며 “여행을 할 때 음식은 그 나라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다. 음식을 주제로 각 나라의 대학생이 서로의 나라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하고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2회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과 베트남 대학생으로 이뤄진 팀 ‘폴리크롬(Polychrome)’. 사진 = 대상

영화제 1회 때는 인도네시아, 2회 때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과 호흡을 맞췄다. 대상은 1973년 국내 플랜트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 인연을 문화 교류의 장까지 확대시킨 것.

대상 측은 “인도네시아는 대상의 성장에 큰 의미가 있는 국가이며, 미원은 인도네시아의 현지 브랜드와 같은 인지도와 역사를 갖췄다”며 “베트남 또한 대상이 1994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5년 이상 함께해왔다. 또한 두 국가는 한류 열풍의 중심지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류의 주 소비층이자 젊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한 영화제의 목적 차원에서도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이 의도를 담아 1회는 인도네시아로 시작해 2회는 베트남으로 영화제 참여 국가의 범위와 규모를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맛·건강과 음식을 주제로 교류한 각국 대학생

 

1회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소스올로지(Sauce-ology)’ 영상 화면 캡처. 사진 = 대상

1회 영화제는 한국, 인도네시아 대학생 24명이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 불교·힌두교 사원이 공존하는 족자카르타, 서울 종로, 인사동, 이태원, 한강, 명동, 잠실 등 주요 지역에서 촬영을 하며 문화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 11월 4일~12월 6일 한 달 동안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대학생 총 270명이 1분 분량의 자기소개 영상을 본인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하고, 해당 링크를 신청서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접수가 진행됐다. 심사를 거쳐 한국 24명, 인도네시아 12명, 베트남 12명 등 총 48명의 대학생을 최종 선발했다. 이들의 문화 교류를 위해 대상이 한국 3명, 베트남 3명 또는 한국 3명, 인도네시아 3명 등 6명씩 한 팀을 구성해 총 8개의 팀을 짰고, 영화 기획과 제작을 지원했다.

 

2회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 ‘해브 유 이튼(Have you eaten)’의 한 장면. 많은 업무에 시달리던 대학생이 음식을 통해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 = 대상

본격 영화 촬영 전 참여 대학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과 교육이 2주 동안 진행됐다. 대상 측은 “멀리 떨어져 있는 양국의 학생들이 문화적 충돌 없이 교류하고, 주체적으로 최대한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양 국가의 문화와 종교 등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며 “또 실시간 화상 회의를 통해 한-인도네시아, 한-베트남 학생 간 사전 미팅을 수차례 거치고, 촬영 계획 수립과 시나리오 작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영화 촬영 기간인 1월 5~20일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영화 촬영 및 편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은 베트남(하노이) 또는 인도네시아(자카르타)를 오가는 왕복 항공료와 현지 숙식, 이동 등 체재비를 전액 지원했다. 다만 “영화 촬영에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견을 존중하고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진행된 영화제 참여 학생들의 촬영 현장 모습. 사진 = 대상

영화제 1회 때부터 뿌리를 이어온 주제는 ‘음식’이다. 세부적인 주제로 1회 때는 ‘맛’을, 2회 때는 ‘건강과 음식’을 내세웠다. 대상 측은 “2회 때는 베트남 학생들과 베트남 현지 로케이션 촬영까지 추가돼 1회 때와 비교해 범위가 확대됐다. 참여 학생들도 늘어 역량이 강화됐으며, 이를 통해 영화제의 영상 퀄리티가 높아졌다”며 변화를 밝혔다.

2회 영화제 시사회는 서울극장에서 각 팀이 만든 영화를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전문 상영관에 상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사회 당일 같이 진행된 시상은 대상을 포함해 최우수 편집상, 최우수 연기상, 최우수 아이디어상, 최우수 시나리오상 등 총 5개 부문에 걸쳐 이뤄졌다. 시나리오, 편집, 연기, 촬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심사는 영화 ‘엑시트’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이상근 감독과 영화 ‘밀크’로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장유진 감독이 맡았다. 이들은 대상이 1회부터 후원해온 청룡영화상에서 단편영화상과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류를 즐기고 사랑하는 학생들과 케이푸드로 소통

 

영화제의 주인공은 세계 각국의 대학생이다. 1회 때는 ‘맛’을, 2회 때는 ‘건강과 음식’을 주제로 촬영이 진행됐다. 사진 = 대상

앞서 영화제 1회 대상은 한국인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의 매운 전통 소스(삼발소스, 고추장)에 대한 내용을 전하는 다큐멘터리 ‘소스올로지(Sauce-ology)’를 출품한 어벤져스(Avengers)팀에게 돌아갔다. 올해 대상작에는 한국과 베트남 대학생으로 이뤄진 팀 ‘폴리크롬(Polychrome)’이 만든 드라마 장르의 영화 ‘해브 유 이튼(Have you eaten)’이 선정됐다. 많은 업무에 시달리던 대학생이 음식을 통해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을 담았다.

대상작에 대해 대상 측은 “주인공이 한국에서 가족이 차려주던 음식을 바쁘다는 이유로 먹지도 않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다가, 베트남 출장에서 쌀국수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듣게 된다. 이후 음식을 만드는 데 드는 수고와 노력, 정성을 깨닫는다”고 밝혔다. 이어 “쌀국수 만드는 방법이 가족이 만들어 주던 곰탕과 오버랩되며 가족이 만들어주던 음식의 의미와 그 마음을 깨닫는 장면이 울림을 줬다”고 평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영화를 촬영한 학생들의 모습. 사진 = 대상

폴리크롬팀의 감독을 맡았던 이지인 학생은 “영화 전공이 아무도 없음에도 정말 영화처럼 만들어 보자며 팀원들을 많이 몰아붙였다”며 “힘들었을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팀원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얻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을 수상한 팀에는 인당 100만원씩 총 600만원이 상금으로 제공됐고, 시사회에서 참가학생 전원에게 경품이 제공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대상 권용석 상무는 “한류를 즐기고 사랑하는 전 세계 청년층에게 케이푸드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많은 대학생들이 영화제에 참여해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3명, 베트남 3명 또는 한국 3명, 인도네시아 3명 등 6명씩 한 팀을 구성해 총 8개의 팀을 짜 음식 등 문화 교류를 통해 영화를 기획, 제작했다. 사진 = 대상

음식과 여행이 영화라는 콘텐츠로 만나 이뤄지는 시너지 효과에 대상은 주목하고 있다. 대상 측은 “학생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고,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과 우정을 쌓았다”며 “특히 1회 영화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2회 영화제의 시사회를 직접 진행하고, 여러 공식 행사에 다수 참석하는 등 1, 2회간 참가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영상이 결과물로 누적됨에 따라 영화제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기업 차원에서도 사전 모집부터 결과까지 언론과 국내외 여러 SNS 채널을 통해 영화제를 비롯해 대상, 그리고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영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의 대상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추후 영화제를 통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도 밝혔다. 대상 측은 “기존 영화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비롯해 앞으론 차차 영화제 참가 국가의 범위와 주제를 더욱 다양하게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기존 참가 대학생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 영화제 주체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케이푸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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