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왜 빨리 안 나오냐"고 묻지만 말고

이동근 기자 2020.03.10 17:05:41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제.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개발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사진 = 픽사베이

 

예전에 한 제약사 홍보팀 직원과 전화 통화 중에 들은 하소연 중에 “왜 치료제 개발 안 하느냐는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제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기자들이 궁금해 하면서 문의했던 것 같은데, 어떤 약이든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빨리 만들 수 있는 의약품 중 하나인 항생제도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려면 몇 년씩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의약품 특성상 절대로 1, 2달 안에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제약사가 단독으로 신약 하나를 만들 경우 약 1조 원에 달하는 비용과 10년 가까운 기간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약물은 항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좀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항체가 있다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기는 무리다. 전(예비)임상, (본격)임상을 거쳐서 사람에게 부작용은 없는지, 어느 정도 용량을 갖추어야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대중은 빠른 치료제 개발을 원하고, 제약업계나 정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해외 선진국에서도 특효약이 개발되지 않아 업계나 정부를 비난하는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정부의 방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치료제·백신, 빨라야 1~2년 뒤 나올 ‘가능성’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에 얼마나 걸릴까. 기존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상 진행하는 경우는 좀 더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겠지만, 적절한 대응 약물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나 관계 기관의 협조가 있다면 소규모 환자 대상 임상을 거쳐 최대한 빠르게 약물을 내 놓을 경우 1~2년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국제백신연구소(IVI)의 판단이다.

사실 신약 개발은 확률이 꽤 낮은 도박에 가깝다.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이 발견된다고 해도 대다수는 1단계(1상)에서 엎어지고, 2~3단계(2~3상)는 가야 개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출시 후 이상반응이 발견될 수도 있고, 더 좋은 약물이 발견되면 상품성이 없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인구가 적은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성공적으로 신약이 나온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의에서 약가가 높게 책정되는 일은 드물다. 실제로 한 국내 제약사는 항생제 신약을 개발했지만 건보공단이 낮은 가격을 책정하자 결국 국내 출시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항생제 신약은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결과였다.

물론 건보공단에도 사연은 있다.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운용하는 건강보험료는 한정적인데, 이걸로 모든 약가를 적정하게 책정해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건보료를 걷어야 한다. 그리고 늘어난 건보료에 대한 부담은 국민들이 지게 되고, 정권에까지 부담을 지우게 된다. 결국 어떤 정권도 건보료를 높이면서 원망을 사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약가를 깎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에 신약 개발 환경 만들어줘야
 

하지만 그럼에도 치료제·백신 개발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같은 질환에 또 국민들이 시달리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라, 또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4일 긴급 이사장단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총력 대응하기로 결의하고, 9일 치료제, 백신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사진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물론 정부, 제약사는 손 놓고 있지 않다. 당장 근시일 내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해도 추후 대비를 위해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9일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관련 연구, 또는 연구용역 수주, 그리고 개발 지원에 나섰다.

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가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거나 준비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은 백신을, 셀트리온,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셀리버리, 노바셀테크놀로지, 이뮨메드, 유틸렉스, 지노믹트리, 카이노스메드, 코미팜, 젬벡스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신약 개발은 도박에 가깝다. 그것도 거액을 지출해야 한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반적으로 약 1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국내 탑 제약사급인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2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해도 쉽게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답은 건보료를 올리든, 아니면 세금을 지원해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데 있다. 신약 개발이 뚝딱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결코 돈 낭비가 아니라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일임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제약업계를 단순한 산업계가 아니라 협력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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