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성지순례] ‘스파오 프렌즈’ 삼남매 “쇼핑하고 가세요”

스파오, 자체 캐릭터 강조하는 단독 매장을 인사동에

김금영 기자 2020.03.21 09:44:18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 외관에 ‘삼남매’ 캐릭터가 그려진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매장 안에 또 하나의 매장이 생겼다. 물품을 담을 대형 카트를 신나게 밀고 가는 한 캐릭터의 모습이 매장 외관을 장식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물품을 계산하는 가상의 계산대에 귀여운 캐릭터 옷을 입은 마네킹이 직원처럼 서 있었다.

이랜드월드의 의류 브랜드 스파오가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을 한데 모은 캐릭터 편집숍 ‘스파오 프렌즈’를 3월 인사동에 새롭게 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스파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숍인숍(shop in shop,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형태) 형태로 캐릭터 편집숍을 오픈한 바 있다. 방대한 양의 물품을 축적한 온라인 매장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체험’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은 우체국을 콘셉트로 계산대를 우체국 창구처럼 꾸미고 우편함을 곳곳에 배치했다. 즉 매장에 우체국이 들어선 셈.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은 ‘캐릭터 매장’을 콘셉트로 구성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스파오 프렌즈는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편집숍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이은 이번 인사동점의 콘셉트는 캐릭터를 쇼핑하는 ‘캐릭터 마트’로, 매장 안에 매장을 들여놓았다. 그래서인지 그간 방문했던 여타 스파오 매장과는 다른 점이 느껴졌다. 일반 매장이 매대에 옷을 진열해 놓았다면, 인사동점에선 벽을 냉장고처럼 꾸몄고 일반 마트라면 음료나 과자가 놓여 있을 법한 공간에 옷과 가방 등 의류 상품이 자리해 있었다. 또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도 상품을 진열해 놓아 언뜻 대형 마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대형 마트에서는 쇼핑을 하다가 쉴 수 있는 카페 공간이 마련돼 있는 곳이 많다. 스파오 프렌즈도 매장 한켠에 작은 카페를 마련해 놓았다. 이런 매장 안의 매장이라는 콘셉트 자체에도 흥미가 갔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길이 간 건 이 공간이 모두 스파오와 손을 잡은 캐릭터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꾸려졌다는 점.

 

캐릭터 의류를 입은 마네킹이 쇼핑을 하는 콘셉트로 설치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스파오는 아이들을 비롯한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kid와 성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
)를 주요 타깃으로 한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지난해에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드래곤볼’과의 컬래버레이션이 화제가 됐다. 특히 “손오공의 도복이 잠옷으로 만들어질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는 소비자의 반응을 얻었다.

‘짱구’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유명하다. 스파오가 업계에서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장인’이라 불리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속 짱구가 입은 잠옷을 실사 버전으로 만들었다. 2017년 봄 첫 출시된 짱구 파자마는 1차 봄 상품, 2차 겨울 상품을 합쳐 30만 장이 팔리며 품절 대란을 빚었다.

 

매장 한켠엔 카페 공간이 마련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인기에 힘입어 짱구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의 양복을 모티브로 한 원장 파자마를 시즌2 버전으로 2018년 출시했고, 지난해엔 잠옷뿐 아니라 화장품까지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밖에 ‘카드캡터 체리’, ‘토이스토리’, ‘세일러문’, ‘겨울왕국’ 등 고전 캐릭터부터 2010년대에 나온 신 캐릭터까지 다양한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키덜트의 덕심을 자극해 왔다.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매장 중심에 위치한 ‘삼남매’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은 벽을 냉장고처럼 꾸몄고 일반 마트라면 음료나 과자가 놓여 있을 법한 공간에 옷과 가방 등 의류 상품을 진열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처럼 주로 해외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왔던 스파오는 올해엔 국내 캐릭터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앞서 1월엔 EBS 캐릭터 펭수와 손을 잡았다. ‘2020 펭수옷장 공개’는 예약 주문 출시 후 3일 동안 누적 3만 장을 돌파했고, 이에 2월 초 예정하고 있었던 ‘노란색 펭수 수면바지’ 2차 예약 판매 상품을 일찍 푸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펭수 효과에 탄력 받아 스파오 자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해 “자체 캐릭터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치키니’, ‘삼남매’ 캐릭터를 출시한 스파오는 이번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에서 삼남매 캐릭터가 가장 돋보이도록 하는 구성을 취했다.

 

‘삼남매’ 캐릭터가 새겨진 음료들 사이 카트가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매장 외관을 장식한 캐릭터도 삼남매였고, 카트가 벽을 뚫고 나간 듯한, 마치 예술 작품이 설치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공간에도 삼남매 관련 상품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그 어떤 캐릭터보다 스파오 자체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신경 썼다는 느낌이 매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스파오 측은 “인형, 잡화, 문구류와 스낵 상품도 추가해 의류 외의 굿즈(goods, 관련 상품)의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스파오의 자체 캐릭터는 2030세대 직원들이 포진한 사내 벤처 격인 ‘뉴콘텐츠팀’에 의해 탄생됐다. ‘치키니’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야식 순위에 항상 들어가는 치킨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모두가 좋아하는 실질적 주인공 ‘다아리’(닭다리) ▲2인자 격인 양념 치킨 ‘양다리’(양념 닭다리) ▲성격이 뻑뻑해 융통성 없는 다혈질 ‘뻑퍽이’(닭가슴살) ▲사고뭉치 닭날개 실사판 ‘나알개’(닭날개) ▲거품만큼 허언증 말기 환자인 ‘맥J’(맥주) ▲수영을 좋아하는 세쌍둥이 ‘무우’(치킨 무) 등이 치키니의 세계관을 꾸렸다.

 

스파오 프렌즈 인사동점에서만 볼 수 있는 ‘삼남매 코리아 에디션’. 사진 = 김금영 기자

‘삼남매’는 형제, 자매를 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지녔다. 삼남매 중 첫째 꼭지는 무엇이든 잘하는 똑순이로, 사람들 앞에선 언제나 가식 미소를 지으며 이미지 관리를 한다. 둘째 단추는 첫째처럼 무엇이든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수투성이라 손이 많이 간다. 셋째 기동이는 오냐오냐 곱게 자라서 혼자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는 사고뭉치 막내다. 마지막으로 바둑이는 혀가 길어 입을 다물지 못하고 혀를 내밀고 다니는 귀염둥이 반려견이다.

뉴콘텐츠팀은 “캐릭터를 보는 수준이 높아진 고객들은 캐릭터 자체뿐 아니라 캐릭터 뒤에 있는 스토리까지 함께 소비한다”며 “그렇기에 캐릭터 상품을 준비할 때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와 세계관 구축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스파오 뉴콘텐츠팀이 제작한 자체 캐릭터 ‘치키니’. 사진 = 이랜드월드 스파오

자체 캐릭터로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노리는 지점도 발견된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인사동의 특성을 살려 이 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삼남매 코리아 에디션’을 마련한 것. 한복을 입고 갓을 쓰고 있는 삼남매 캐릭터 등 한국적 색을 입힌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스파오 프렌즈 관계자는 “매장이 자리한 인사동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권으로, 스파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순 캐릭터 컬래버 상품들을 넘어 외식 등 타 산업군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파오는 2017년 ‘짱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파자마 대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엔 잠옷뿐 아니라 화장품까지 범위를 확장시켰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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