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로" 보험업계, 인수합병 증가

저금리·저성장에 수익성 악화 … 금융업계 다각화 추진도 영향

이될순 기자 2020.03.21 09:45:38

보험산업이 ‘시계제로’ 상황에 접어들었다. 저금리·저성장, 회계 제도 변화 등에 직면한 가운데 올해 보험산업의 성장률은 0.0%로 전망됐다.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보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보험 관련 사진. (사진=연합뉴스)


줄줄이 매물로 나온 중소보험사

더케이손해보험은 지분 70%를 하나금융그룹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 8년 만의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승인과 매매대금 지급까지 완료되면 하나금융그룹의 14번째 자회사가 된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의 상품 제조·공급 역량에 자사의 강점인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은 KB금융과 사모펀드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IMM 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자금을 대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푸르덴셜 측은 3개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전망이다. 푸르덴셜생명은 20조 2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알짜’ 매물이어서 경쟁이 격해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위탁 경영을 받아오다 다자보험(옛 안방 그룹 소속 보험계열사) 그룹으로 편입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해외 통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탁경영이 2년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위탁경영 기간 내에 다자보험 소속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매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영권을 파는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자보험이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다 전략적 투자자 혹은 제3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련 사진. (사진=연합뉴스)


경영악화, 저금리·회계기준 변화 등이 원인

이처럼 보험사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속되는 금리 하락 추세가 가장 큰 문제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자금 운용 수익률은 낮아진다. 보험사는 고금리 상품을 판 돈으로 국내·외에 투자하는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1990년대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저금리가 본격화됐던 일본도 경기 침체와 역마진이 겹치며 보험사들이 줄도산한 적 있다.

2022년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서 보험 부채(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를 판매 시점의 원가가 아닌 현재 금리 수준, 즉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것도 보험사들의 부담이다. 현재 금리가 낮아진 만큼 보험사의 부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갈수록 사업성이 악화되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때문에 비상이다. 가입자 반발을 우려한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금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작년 상반기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 3000억 원 선으로 추산된다. 교직원공제회가 더케이손보 매각에 나서게 된 데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급등으로 약 1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금융업계 다각화 추진도 영향

금융지주들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도 보험사 인수합병건수 증가에 기여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 성공, 리딩뱅크(금융시장에서 선도 구실을 하는 은행)로까지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한 측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는 그룹 채널을 이용한 영업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KB금융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생명보험사의 인수 의지를 피력해 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KB생명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꾸준히 생명보험 부분 보강을 노려 왔다”며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발전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문화경제
맨 위로
선거 기간 중 의견글 중지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