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특수 실종에 울고싶은 오프라인 가전 유통업계

코로나 8주차 본격적 하락 … PC·노트북 심각, ‘고효율 제품 환급사업’도 별무 효과

이동근 기자 2020.04.01 09:20:49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전유통업계 3월 특수가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3월은 초·중·고·대학교의 개학이 있어 이를 앞두고 노트북 등의 가전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 시기다. 학생이 아니어도 봄을 맞아 집안의 가전제품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많은 가전백화점들이 할인 행사를 이어가는 시기다. 하지만 개학이 미뤄지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함에 따라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마트 매장 내 컴퓨터 매장. PC 매장은 유난히 한산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GfK Korea(지에프케이 코리아)에서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일인 1월 20일이 포함된 2020년 국내 가전 시장 규모 추이를 분석한 결과,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9주차부터 매출이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가전전문점(혼매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이며, 분석 대상은 공기청정기, 전기·가스레인지, 냉장고, 김치냉장고, 노트북, TV, 건조기, 진공청소기, 세탁기 등 9개 품목이었다.

 

주요 9개 품목 주차별 매출 추이. (조사대상 = 가전전문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 분석품목 = 공기청정기, 전기·가스레인지, 냉장고, 김치냉장고, 노트북, TV, 건조기, 진공청소기, 세탁기 / 단위 = 100만원)


이같은 현상은 오프라인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각 주차별로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1~7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엎치락 뒤치락 했으나, 8주에는 온라인 점유율이 65.1%로 눈에 띄게 올라갔고, 이후 간격이 좁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점유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프라인 vs 온라인 점유율 변화 (조사대상 = 가전전문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출처 = 지에프케이 코리아. 출처 = 지에프케이 코리아


즉, 8주차(2월 17일~23일)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비중이 줄어들었고, 이어 9주차(2월 24일~3월 1일)부터는 온·오프라인 모두 소비자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률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장률이 보합세를 이뤘던 7주차를 넘어 8주차에는 오프라인은 18% 감소했고, 9주차에는 무려 44% 역성장했으며, 10주차에도 34% 줄어들었다. 온라인은 8주차에 오히려 15% 증가했고, 9주차에는 6% 성장했다. 다만 10주차에는 온라인도 8%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전년 대비 오프라인 vs 온라인 성장률 변화. (조사대상 = 가전전문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출처 = 지에프케이 코리아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을 품목별로 보면 노트북의 매출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10주차의 전년대비 매출을 비교하면 노트북은 35% 감소했으며, 세탁기는 5% 감소했다. 공기청정기는 무려 81% 감소했으며, 건조기도 19% 줄었다. 가스·전기레인지는 12% 감소했다. 반면 TV는 10% 증가했으며, 청소기는 14% 늘었다. 냉장고, 김치냉장고는 차이가 없었다.

지에프케이 코리아측은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8주차 와 9주차 를 기점으로 온라인 구매 비중 (매출액 기준)도 함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전년 동기간 대비 온, 오프라인 성장률 변화를 보면, 올해 눈에 띄게 부진한 실적을 보인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매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장들 돌아보니 … 컴퓨터 코너 특히 ‘한산’

실제로 기자가 가전 매장을 돌아본 결과, 오프라인 매장의 소비자 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경우는 소비자 방문이 없이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장도 있었다.

 

한 이마트 내 가전 코너. 가전 코너가 벽으로 구분돼 있지는 않아 많은 소비자들이 오가며 구경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한산해진 분위기였다. 사진 = 이동근 기자


이마트 내 가전 코너인 일렉트릭 마트의 경우 소비자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롯데마트 내 하이마트의 경우 소비자가 텅 빈 곳도 있었다. 전자랜드의 경우 비교적 고객이 많은 편이었지만, 주로 냉장고 코너에 손님이 몰려 있고, 컴퓨터 코너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전자랜드 매장 내 노트북 코너. 1층에 위치해 있음에도 세탁기, 냉장고 코너 등에 비해 한산해 보였다. 사진 = 이동근 기자


특히 지난해와 달리 모든 매장에서는 신학기 특수 관련 홍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스마트폰 코너에는 신학기 관련 할인 홍보 문구가 적혀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리 크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다.

한 매장 관계자는 “확실히 손님이 줄기는 했다. 사실 여기만 그런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손님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고객이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약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냉장고, 세탁기 같이 당장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가전은 그래도 팔리는 것 같은데, 컴퓨터 같은 경우는 확실히 인기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TV의 경우는 그래도 팔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도 효과 ‘미미’

 

 

한 롯데마트 내 하이마트 매장. 이 매장은 유난히 고객이 적었다. 사진 = 이동근 기자


가전 유통업계에 사실 호재가 없는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3월 23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시행, 해당 제품을 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구매비용의 10%를 환급해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제 활력을 올리기 위해 사업 규모도 확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00억 원과 비교해 다섯 배나 늘어난 1500억 원을 해당 사업에 배정했다. 이에 따라 개인별 최대 한도도 지난해 20만원에서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11월부터 전국민 대상으로 시행한 결과 총 19만 6031건(약 240억원)의 환급신청이 있어 12월12일 접수가 종료됐다. 약 한 달 만에 종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는 없는 편이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환급사업 자체가 홍보가 덜된 탓도 있지만, 이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들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매장 관계자는 매장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다가와 삼성의 TV를 소개하며 “고효율 상품이어서 환급 받을 수 있다”며 “근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보다는 매장에 손님이 없다보니 홍보가 덜 된 것 같다. 코로나 분위기만 넘어가면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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