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가 바꾼 보수적인 백화점 문화센터 풍경

김금영 기자 2020.04.01 15:58:09

사진 = 유튜브 ‘현대백화점TV’ 채널 ‘정자매쇼, 안방노래교실’ 화면 캡처.

최근 현대백화점과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로 문화 강좌를 유튜브 채널로 제공한다는 것.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딱히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일찌감치 지난해부터 유튜브를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중계를 진행해 왔기 때문.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가 직접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설명하는 전시 투어 영상은 약 30분~1시간 정도로 구성됐다.

비단 국립현대미술관뿐 아니라 예술의전당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공연 실황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고, 여타 공연 제작사들도 제작 발표회나 공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네이버 TV와 연계하는 등 문화계는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의 보도자료에서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문화센터 강좌를 유튜브로 선보인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문득 의아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백화점 온라인 문화센터 강좌가 없었다? 다시금 돌이켜보니 그랬다. 코로나 19로 백화점들의 문화센터 강좌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휴강 또는 취소됐다는 내용은 많이 접했지만, 이를 온라인 강좌로 대체한다는 내용은 접한 기억이 없었다. 온라인 콘텐츠가 점차 각광받는 시대에서 백화점들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신 트렌드 패션을 또는 신제품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쇼핑 콘텐츠는 주기적으로 선보여 왔으나, 문화센터 강좌만큼은 오프라인에 집중해 왔던 것.

이는 백화점 문화센터의 주요 수강생의 특성을 살피면 짐작이 간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문화센터의 주요 수강생 대부분이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 고객들 또는 여유가 있는 중년층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즉 온라인 콘텐츠를 접하고 다루는 데 다소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문화센터의 주요 고객인 것. 또 백화점 업계 자체도 혁신적인 형태 변화에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어, 직접 매장 방문을 가장 독려하는 흐름이 이어져 온 측면이 있었다.

 

사진 = 유튜브 ‘현대백화점TV’ 채널 ‘슈퍼마켓맨, 장 봐주는 남자’ 화면 캡처.

하지만 코로나 19 장기화로 보수적이었던 백화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문화센터 강좌를 취소, 연기하는 대신 처음으로 온라인 강좌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외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집에서 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특히 문화센터 휴강을 아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유튜브 강좌를 진행하게 됐다. 3월 22일부터 매주 2회씩 유튜브 ‘현대백화점TV’ 채널에 업로드되며, 총 30여 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시작은 ▲가수 박현빈 어머니 정성을 씨와 배우 이윤지 어머니 정진향 씨가 강사로 참여하는 ‘정자매쇼, 안방노래교실’(이하 노래교실) ▲이탈리안 레스토랑 h450의 김형석 총괄 셰프가 5개 미만의 재료로만 레스토랑 요리 만들기를 콘셉트로 진행하는 ‘슈퍼마켓맨, 장 봐주는 남자’(이하 슈퍼마켓맨)다.

두 온라인 강좌를 모두 들어봤다. 노래교실은 평균 30분, 슈퍼마켓맨은 7~8분가량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자에게는 7분가량으로 짧게 구성된 슈퍼마켓맨이 더욱 집중도가 높았다. 자막 효과나 드립(애드리브)력도 슈퍼마켓맨 쪽이 보다 젊은 층에게 어필될 수 있도록 구성된 느낌이 들었다. 노래교실은 본래 문화센터 주요 수강생 세대에 보다 어필 가능한 구성이었다. 딱딱한 이론 전개보다는 진행자인 정성을 씨와 정진향 씨가 마치 만담을 하듯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갔다.

현재까지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노래교실은 최고 조회수가 3만 회를 넘었고, 슈퍼마켓맨도 꾸준히 좋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직접 강좌를 듣는 것만큼의 생생함과 실시간 피드백이 없다는 점은 역시 아쉽지만,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는 흐름에 보수적이었던 백화점 또한 따라가면서 유연한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백화점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또한 오프라인 매장 상품을 실시간 라이브 영상으로 바로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해 진행하는 등 코로나 19로 집밖에 나오지 않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올해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를 추구하는 소비 패턴이 보다 빠르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 철옹성같이 버티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코로나 19 이후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측면에서 백화점 업계도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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