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덮친 코로나19 ⓵] 만기전 해약 급증 ‘인슈어런스 런’ 위기

"해약 말고 보험약관대출·중도인출 제도·납부유예 이용하라" 권유도

이될순 기자 2020.04.03 08:53:32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보험업계도 피해 여파가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입자들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어야 할 보험을 해지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높은 보험손해율 때문에 낮은 이익률을 기록하던 보험사들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대면을 꺼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 상품 중 온라인 상품이 이전보다 인기를 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문화경제는 코로나19가 보험업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편집자 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대서울병원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차들이 줄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2월 해약금 1.4조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보험 중도해약에 나서고 있다. 월세, 학원비, 병원비 등의 생활안정자금이 필요해서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 상품을 중도에 해약하면 큰 손해다. 보험사 운영비와 해약공제액을 제외한 금액만 돌려받기 때문에 원금 회수가 어렵다. 해약환급금은 납부금의 평균 70% 정도를 돌려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지속된 경기불황과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해약 사태(인슈어런스 런)가 촉발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던 2월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해약환급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증가했다.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해지 환급금도 약 23% 늘었다. 업계에서는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보험 해약이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도 금융브리프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하고 경기침체 국면이 본격화될 때엔 전반적인 가계 및 기업의 보험가입 여력과 수요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기존 보험계약의 효력상실·해약도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순이익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생명보험사들. (사진=연합뉴스)


운용 자금 부족에 ‘울고’, 보험금 청구 줄어 ‘웃고’

보험업계에서는 계약해지가 증가할수록 수익성 문제는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일부를 해외 부동산, SOC 등에 투자하는데, 보험 계약해지로 들어오는 수입이 적어지면 자산을 운용할 자금이 부족해져 전체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2008년부터 생명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보험 해약자들이 늘어 지급해야 하는 돈이 줄기 때문에 언뜻 보험사 측에 이득일 것 같지만,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만기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만기보험금은 10조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를 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만기 보험금 증가로 운용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보험업계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병·의원에 가는 일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보험·실손의료보험 등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엔 여행 및 이동 자제,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자동차 운행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자동차 사고 감소 및 손해율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5년 메르스(MERS) 발생 당시 건강·질병 관련 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전 연도보다 개선되기도 했다.

 

보험청구서를 작성하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지하면 손해 … “보험약관대출 or 납부유예” 추천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중도해약 대신 보험약관대출이나 납부유예 등 다양한 제도를 고려해 볼 것을 조언한다. 특히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해약을 고민하는 경우 보험약관 대출과 중도인출 제도를 알아볼 수 있다며 해지를 미룰 것을 권하는 분위기다.

보험약관대출은 이미 낸 보험료를 담보로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보험 회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대출이다.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운 경우엔 중도인출 제도를 고민해 볼 만 하다. 중도인출은 해지환급금 중 일부를 찾는 것으로 이자가 따로 없다.

다달이 내는 보험료가 부담이라면 납부일시 중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보험료 납부일시 중지는 1회 신청 시 1년까지 보험료 납부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보험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고 중도 해약에 따른 손해를 면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이나 보험사마다 구체적인 조건들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확인하거나 가입 보험사에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보험은 최후의 수단으로 가정 경제를 지켜주는 보루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유지하는 쪽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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