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은층의 ‘빚투 주식’… “산 높으면 골도 깊은데…”

이될순 기자 2020.04.22 11:51:52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한 3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 2월 이후부터 증권업계 이슈는 ‘주식’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바닥을 치면서 초보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를 감행한 이들이다.

업계 홍보팀에 “요즘 증권가 핵심 뉴스는 젊은층의 주식 투자네요”라고 물으면 “계좌가 76만 개 정도 늘었대요”라고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카페에선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주식투자자를 일컫는 말) 질문드립니다’로 가득하고, 취준생들 사이에선 ‘채용도 미뤄지는데 주식으로 돈 좀 벌어야겠다’는 사람이 늘었다. 직장인이 애용하는 앱엔 ‘지금 주식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도 나온다.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 이율이 낮은 적금. 제로금리 시대. 2030 세대에겐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다. 목돈을 벌 수 있는 때는 지금이라고 여긴 젊은 세대들이 주식에 뛰어들 만도 하다.

문제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주가가 오르면 빚 갚는 건 시간 문제고 얻는 이익도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1475억 원 증가한 8조 25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금처럼 증시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대출금만 남게 돼 위험하다. 시장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변동성 지수)는 1월 말 19.3에서 지난달 말 48.6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 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 후 주가가 급반등한 과거 사례를 보고 ‘주가가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나서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는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금융기관 대출 등을 활용해 투자하면 높은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등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반대매매란 돈을 빌려 투자하다 주가가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강제로 주식을 팔아 버리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도 2일 과열 양상을 띠는 주식시장에 빚을 내서 하는 ‘묻지마식 투자’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지금과 같이 시장이 과열되는 시기에 군중심리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 투자 열기가 식으면 주가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특히 투기성 있는 주식은 오른 폭이 큰 만큼 내리는 폭도 크다. 미국의 대공황은 검은 목요일로 알려진 1929년 10월 월스트리트 대폭락에 의해 시작됐다. 2020년 4월은 1929년보다 제도적으로 치밀하지만, 다르면서도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주식시장의 격언을 되새겨 볼 때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