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커피 ① 탐앤탐스] 카페 매장, 예술의 빛깔에 물들다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하는 갤러리탐 현장

김금영 기자 2020.05.20 14:17:58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건 식상하다. 음료와 동시에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의 핫플레이스에 카페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카페와 갤러리가 결합된 대표적인 현장들을 찾아가 봤다. 첫 번째는 ‘갤러리탐’을 운영하고 있는 탐앤탐스다.

 

이주연 작가의 개인전 ‘부재, 그 너머’가 열리고 있는 탐앤탐스 블랙 압구정점 외관. 사진 = 김금영 기자

의자에 앉자 바로 건너편 벽에 설치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한 남자, 한 여자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벽 양쪽에 설치돼 마치 작품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고, 커피를 마시며 한동안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예술 작품이 전시된 이곳은 갤러리가 아닌, 탐앤탐스 블랙 압구정점 매장이었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가 제39회 ‘갤러리탐’ 전시를 수도권 주요 8개 매장에서 6월 29일까지 연다. 갤러리탐은 매년 공모를 통해 탐앤탐스 매장에 선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탐앤탐스는 갤러리탐을 포함한 문화예술 후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문화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확장해 매장 내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 왔다.

 

탐앤탐스 블랙 압구정점 내부 모습. 39회 갤러리탐 전시는 수도권 주요 8개 매장에서 6월 29일까지 열린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프로젝트의 중심인 갤러리탐은 ‘갤러리(Gallery)’ 그리고 즐기다는 뜻의 ‘탐(耽)’이 결합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을 꾸리려는 취지를 담았다. 이 취지의 뿌리를 이룬 테마는 ‘예술의 일상화’다. 탐앤탐스는 갤러리, 미술관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러 잠시 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즉 친근한 예술을 추구했다. 이 테마에 맞춰 별도로 전시 공간을 만들지 않고 매장 내부 곳곳에 작품을 전시하며 카페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콘셉트를 취했다.

탐앤탐스 측은 “2013년 프리미엄 매장인 블랙 매장을 런칭하며, 고객에게 안락한 공간에서의 휴식과 작품 감상을 동시에 제공하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를 모토로 둔 갤러리탐을 기획했다. 생활 속에 들어 온 예술을 통해 대중이 보다 쉽고 편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주연 작가의 작품이 매장 내부에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탐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8개의 탐앤탐스 프리미엄 매장에서 3개월 단위로, 매장별 연간 4회의 개인전을 진행해 한 해 동안 32회의 전시를 선보이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탐앤탐스 측은 “매장마다 콘셉트나 전시 가능한 작품의 개수와 규격이 상이하므로, 각자의 작품이 돋보이고 잘 배치될 수 있는 매장과 작가가 매칭된다”며 “이 과정에서 매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작품 선정, 설치 방식 등에 대해 선정 작가와 담당자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전시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방문한 탐앤탐스 블랙 압구정점에서는 이주연 작가의 ‘부재, 그 너머’전이 열리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사이 작품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매장 한쪽엔 전시와 관련된 팸플릿을 비치해 놓아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작은 방 형태로 구성된 공간마다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받을 때 쟁반에 전시 관련 홍보물을 깔아놓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탐앤탐스 블랙 압구정점뿐 아니라 ▲블랙 청담점(권봄이 작가, ‘순환’전) ▲블랙 도산사거리점(최지영 작가, ‘여행자’전) ▲블랙 이태원점(이선린 작가, ‘(비)콰이어트리 시클루디드’전) ▲블랙 청계광장점(이용제 작가, ‘블라인딩 메모리’전) ▲탐스커버리 건대점(김경섭 작가, ‘원 파인 데이’전) ▲문정로데오점(민토스 작가, ‘두 땅의 주인’전) ▲역삼 2호점(남희승 작가, ‘내일의 도구’전)에서 열리는 제39회 갤러리탐 전시 정보와 약도가 실려 있었다. 여기에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도 인쇄돼 있었다.

탐앤탐스 측은 “전시를 진행할 때 전시 공간을 비롯해 책자와 캡션, 포스터 등의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고, 언론보도 및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원한다. 매장 내 트레이매트(쟁반 위에 깔아 놓은 천)에 갤러리탐 8개 매장의 전시를 안내하고, 전국 탐앤탐스의 모든 매장에 송출되는 영상 광고를 통해 작가의 작품과 전시 정보를 알린다”며 “이밖에 커피쿠폰 제공, 작가 대상 네트워킹 파티 개최 등을 지원하고, 아티스트와의 다양한 협업을 모색한다. 지난 2016년엔 최형길, 남재현 작가와 함께 ‘마이탐 카드 에디션’을 출시해 고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 사이 설치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갤러리탐은 신진작가의 작업에 주목해 왔다. 1회부터 39회까지 전시가 열린 약 8년 동안 약 300명의 신직작가가 갤러리탐을 거쳐 가며 4000여 점의 작품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한 가치는 ‘상생’이다. 탐앤탐스 측은 “애초 갤러리탐은 발전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주류 미술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진/청년작가를 발굴,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능력 있는 젊은 작가에게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업으로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신진작가만이 지닌 독특한 예술적 특성이 줄 수 있는 신선함을 매장에 가져오고 싶은 측면도 있었다. 갤러리탐뿐 아니라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싱어송라이터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탐스테이지’ 등의 문화 사업을 운영하며 젊은 예술가와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젊은 작가가 어려움을 겪는 홍보에 대한 부분을 탐앤탐스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와 공유함으로써 아티스트와 상생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탐앤탐스는 별도로 전시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카페 매장 내부에 작품이 어우러지는 테마를 꾸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신진작가와의 상생을 도모하다

 

지난해 봄 탐앤탐스 파드점에서 열렸던 김한울 작가의 개인전 ‘조그맣게 반짝이는’ 현장. 사진 = 김한울 작가 제공

신진작가에게도 갤러리탐에서의 전시는 보다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제3회 CNB저널 커버작가 공모전에 선정된 바 있는 김한울 작가는 지난해 봄 탐앤탐스 파드점에서 개인전 ‘조그맣게 반짝이는’을 열며 갤러리탐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작가는 조그맣지만 그 존재감을 반짝이는 소중한 존재들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에 선보였다.

작가는 “일반적인 전시에서는 미술 관계자 또는 지인이 주로 전시를 보러 방문했는데, 카페에서 전시를 여니 장소의 특성상 익명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들렀다 가면서 작품을 보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또 서둘러 작품을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차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부담 없이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장소가 카페이다보니 작품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다행히 탐앤탐스 측에 전시 관련 전문팀이 꾸려져 있어 작품을 잘 관리해줬고, 전시 준비 과정에서 소통도 원활해 무사히 전시를 마칠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매장 내 트레이매트(쟁반 위에 깔아 놓은 천)에 갤러리탐 전시 정보가 인쇄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단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자 신진작가 발굴과 더불어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제39회 갤러리탐은 탐앤탐스가 발굴해 현재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기성작가 이용제의 발전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앙코르 전시를 블랙 청계광장점에 마련했다.

탐앤탐스 측은 “신진작가 발굴에 대한 역할을 지속해감은 물론, 작가와는 꾸준한 교류를 통해 함께 커가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청계광장점에 초기부터 갤러리탐 전시를 통해 주목받는 작가의 앙코르 전시 매장으로 활용했다”며 “처음 같이 시작했던 일부 작가 중 몇몇 작가의 경우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몇 개 매장을 더 확충해 작가 발굴에 더해 육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장 한켠에 비치된 전시 관련 팸플릿.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탐은 점차 활동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2016년부터 문화융성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아트쇼 등 국내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미술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홍보 차원에서 더 나아가 작품 판매와 컬렉터 발굴에 나섰다. 탐앤탐스 측은 “다양한 유관기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협업 제안도 받고 있어 예술의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추후 갤러리탐을 통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더 구체화할 계획이다. 탐앤탐스 측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 홍보와 더불어 재창작을 위한 금전적 도움일 것이다. 이를 위해 매장 전시를 통한 관객소통과 더불어 판매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갤러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며 “원화 뿐 아니라 에디션 판화와 굿즈 등을 런칭해 보다 예술이 일상화되고 작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할 계획이다. 인사동 등 주류 전시 공간을 통해 컬렉터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에 설치된 이주연 작가의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문화예술 지원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원동력은 예술을 통한 소통 효과에도 있다고. 탐앤탐스 측은 “많은 고객이 이제 탐앤탐스를 떠올림과 동시에 갤러리탐을 상기한다. 말하지 않아도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 예술이다. 예술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은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전 전시와 비교하는 의견, 작품에 대한 문의를 통해 고객과 이뤄지는 소통은 기업에 단순한 교류 이상의 가치로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자연스레 얻어지는 문화기업 이미지 또한 광고로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다. 작품 판매를 통한 컬렉터 발굴과 새로운 판로 개척이라는 효과도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기회가 창출되는 시너지도 있기에 예술을 통한 선순환은 기업의 가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 “커피를 마시며 만남과 휴식이 이뤄지는 카페 본래의 취지에 예술이 더해지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효과도 있다”며 “이제 카페는 더 이상 음료만 마시는 곳이 아닌 다양한 감성이 오갈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 이슈로 많은 전시들이 취소된 상황이었는데 문화생활에 목마른 시민에게 이번 전시가 작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용제 작가의 앙코르 전시가 열리고 있는 탐앤탐스 블랙 청계광장점 매장 내부 모습. 사진 = 탐앤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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