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송금 서비스, 고객 확보 나선다

미래에셋대우·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 시장 선점 나서나

이될순 기자 2020.05.25 09:30:07

증권사들이 서비스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거래 수수료를 낮추면서 해외송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금융권 무한 경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송금 수수료, 무료 또는 1달러부터

미래에셋대우는 제휴업체를 2개로 확대하고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기존 제휴업체인 소액해외송금업체 ‘한패스’에 ‘모인’을 추가했다. 증권사는 외화를 송금하는 상대 국가의 개별 은행들과 일일이 거래하기가 어려워 세계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지닌 글로벌 은행이나 송금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가능 앱도 확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모든 모바일 앱에서 이용 가능하다. m.Stock, m.Global, m.ALL 세 개의 앱 어디에서나 뱅킹 메뉴를 통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다. 송금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총 53개국이며 수수료는 최소 1000원부터 국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외부 전문업체 등과 제휴 없이 자체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발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스텝스’를 통해 베트남 지역 은행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대상 국가는 올해 상반기에는 태국, 하반기에는 전 세계 200여 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입금과 송금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 환거래은행 방식이나 다른 글로벌 송금업체를 이용했을 때에 비해 더욱 빠르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실시하는 해외송금 서비스. (사진=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송금 수수료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다. 2월 말부터 MTS에서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도는 건당 최대 350만 원, 일일 1000만 원, 연간 5500만 원이며 현재 달러 위안 엔 등 17개 통화를 18개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

과거 수익성·송금 한도 낮아 ‘서비스 개발 미지근’

그동안 증권사들이 해외송금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AML(Anti-Money Laundering, 자금세탁방지) 전산체계 구축, 외환 전문인력 확보 등 투자 규모에 비해 기대되는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거기에 해외송금 한도도 낮아 업무에 제약이 많았다. 연간 3만 달러(약 3700만 원), 건당 3000달러(약 370만 원) 이하만 해외 송금·수금 업무가 가능했다. 만약, 건당 송금액이 30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거래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이후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고 한국인 해외 유학생이 20만 명 이상 유지되면서 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외송금업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하는 외국환거래규정을 작년 5월에 개정했다. 연간 5만 달러(약 6176만 원), 건당 5000달러(약 617만 원)로 한도를 상향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액이 상향된 만큼 해외송금 서비스를 추진하는 회사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증권계좌를 주 거래 계좌로 이용해 온 고객이 은행 계좌로 다시 돈을 입금해야 하는 불편함이 덜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송금 수수료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삼성증권)


수수료 수익 + 고객 점유율까지 ‘확대’

증권사들이 해외송금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는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고객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해외 주재원이나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후 고객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해외송금시장의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국내 해외송금시장 규모는 2015년 87억 2000만 달러에서 2018년 134억 달러로 50% 넘게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등 장기체류 외국인 수는 2015년 114만 3000명에서 2018년 124만 70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해외송금액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5년 25%에서 2018년 40%로 크게 확대됐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송금 시장의 진입 규제 완화는 송금수수료의 인하를 유도하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익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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