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5G 진짜 승부처인 기업현장에서 한판”

SKT-아마존 vs KT-현대重 제휴 … LGU+도 기업전용망 서비스

윤지원 기자 2020.05.29 15:16:29

LG유플러스가 5월 21일 '5G 기업전용망'을 출시했다. 이로써 통신 3사는 5G 이동통신 기술 상용화 이후 1년 만에 B2B 시장에 폐쇄적 전용망 서비스를 모두 갖추었다. (사진 = LG유플러스)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기술 상용화 이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치열하게 가입자 유치 경쟁을 치러 온 통신 3사는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B2C 시장을 넘어 B2B 시장에서 진정한 승부를 가리기 위해 출사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B2C 시장, 성장 기대치 낮다

5월 21일, LG유플러스가 ‘5G 기업전용망’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SK텔레콤, KT 등 국내 통신 3사는 모두 폐쇄적인 전용망 서비스를 내놓고, 기업용 서비스(B2B) 시장에서 본격적인 5G 경쟁에 돌입했다.

통신 업계는 5G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고 대중화가 이루어진 현재,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시장(B2C)이 아닌 B2B를 진정한 5G 경쟁의 승부처로 보고 있다. 3사가 지난해 4월 첫 5G 상용화 이후 치열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인 결과 5G 일반 가입자는 1년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게다가 1인 1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PC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개인용 스마트모바일 기기가 넘쳐나는 시대다. B2C 시장은 사실상 이미 포화된 시장으로 여겨진 지 오래다.

또한, 일반 소비자에게 LTE와 5G의 속도 및 데이터 처리 용량 등 기술적 차이가 갖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일반적인 쓰임새가 5G 서비스 출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선데이터 트래픽 관련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용도는 동영상 시청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의 무선 트래픽은 콘텐츠 유형별로 전체의 58.1%가 동영상 시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1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이동통신 트래픽 중 가장 많은 비중은 동영상 시청에서 발생한다. 한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 Nicolas Savignat, unsplash)


여전히 LTE 쓰는 사람이 많아

또 3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인당 월평균 트래픽은 9.48GB로 나타났다. 5G 서비스 출시 직전이던 전년 동월엔 8.34GB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1인당 월평균 트래픽은 1년 동안 13% 정도 증가한 셈이다.

일반 가입자보다 10배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며 전체 트래픽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상위 10%의 헤비 유저(heavy user)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3월의 총 무선 트래픽은 총 63만 9468TB로 집계됐는데 4G 가입자의 트래픽이 47만 3543TB로 가장 많았고, 5G 가입자의 트래픽은 그 3분의 1 수준인 15만 2729TB로 집계됐다.

그리고 이 중 헤비 유저에 의한 트래픽 비중은 4G 트래픽에서 58.5%(27만 7023TB), 5G 트래픽에서 40.7%(6만 2161TB)를 차지했다. 즉, 전체 트래픽의 43.3%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들이 여전히 4G 기술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5G 가입자가 늘어났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를 내세운 5G 전용 서비스도 늘어났지만, 5G가 트래픽을 극적인 폭으로 증가시켰다고 볼 의미 있는 수치들은 없는 셈이다.
 

KT가 개발한 5G 자율주행 운반 카트가 물류창고 내에서 작업자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 카트는 관제실이나 작업자의 요청에 따라 물건을 지정된 화물 보관 위치로 자동 운반한다. (사진 = KT)
SK텔레콤이 2018년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하나로 제시한 로봇팔. (사진 = SK텔레콤)


5G의 진짜 장점? B2B 시장에서 드러날 것

김봉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연구소장은 "5G 기술은 단순히 LTE보다 빠른 기술이 아닌 신산업과 비즈니스 발굴 등에 활용할 기술이다"며 "지금은 B2B 비즈니스 모델 발굴 사례가 부족하지만, 향후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5G를 활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5G는 초당 기가바이트 전송(Gbps)이 가능한 초고속 무선이동통신 성능, 1ms(0.001초)대 초저지연 성능, 기기 100만대 동시 연결이라는 초대용량 성능 등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5G의 진가는 B2C 영역보다 원격 운영, 설비 진단, 물류 자동화 등 B2B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때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또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재난안전 등 알려진 분야 외에도 농수산업, 의료, 교육 등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 및 혁신을 가능하게 하여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산업은 물론 일상 전반에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5G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어, B2B 시장 확장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언택트’(untact, 비접촉)가 표준이 되면 기업의 재택·원격 근무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VR·AR·드론 등 혁신 기술이 각종 산업 현장에 도입되는 속도도 빨라지면 기업 전용 5G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한국오므론제어기가 5G와 AI 기술 등을 적용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방역 로봇. (사진 = SK텔레콤)


‘포스트 코로나’에서 5G 역할 더 커진다

산업과 경제 전반을 혁신할 5G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통신 업계의 노력과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의 전기전자산업협회(ZVEI)와 중국의 화웨이 등은 제조업에 5G를 도입하고, 산업 생산에 필요한 표준을 개발하고 서비스 모델을 탐색하기 위해 2018년 5G-ACIA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5G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활발한 실증 사업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5G 네트워크 장비 및 차세대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전략 상품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분야 등 핵심 서비스를 선정해 5G+ 전략을 고도화하여 추진하는 등 B2B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아울러 5G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약 3400억 원)보다 87% 증가한 6500억 원을 올해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인프라의 확보는 충분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전국 동 단위까지 5G망을 구축했으며 올해는 건물 실내, 주요 경기장, 극장 등으로 구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의무 구축 수량도 이미 초과 확보했으며, 4조 원대 인프라 투자가 상반기 조기 집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LTE와 5G를 혼용하는 현행 5G 복합규격(NSA)보다 4~5배 빠른 5G 단독규격(SA)도 올해 하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구현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주파 대역이 필수 인프라로 분류되는데, 28㎓이 고추파 대역도 개통할 예정이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이 5월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AWS 서밋 온라인 코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5G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에 기반한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올해 선보이는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SKT, 아마존·MS 등과 파트너십

이에 통신 3사는 최근 5G 서비스의 B2B 시장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서비스 개발과 실증에 전력을 쏟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올해를 5G B2B 사업 원년으로 삼아 B2B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오피스, 스마트플랜트, 스마트시티, 의료, 물류·유통, 미디어, 공공안전 등의 분야를 8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SKT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우드 사업 파트너로 확보했다.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전국 12곳에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거점을 구축, 세계 최초의 전국 단위 '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5G 에지 클라우드가 구축되면 무인배송 로봇, 원격 진료와 같은 서비스 통신의 말단에서 데이터 처리가 이루어지므로 초저지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또 MS와는 언제 어디서든 클라우드 서버 접속으로 총 92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엑스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고성능 PC,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처럼 대용량 저장장치를 갖춘 게임장비가 필요 없이 단말기만으로 고화질,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게임 업계의 판도를 바꿀 서비스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들이 서울의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SKT는 또 삼성전자, 지멘스 등 18개 기업·기관 등과 5G 스마트팩토리 얼라이언스(5G-SFA)를 구성하고 5G 스마트로봇, 5G 설비 및 솔루션 등을 공동 개발 중이며 특정 파트너 기업을 위한 폐쇄형 전용망 ‘프라이빗 5G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스마트 솔루션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에 프라이빗 5G 네트워크와 함께 AI 영상분석, AR 등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이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는 세계 최초 5G 스마트발전소 구축을 위해 손잡았다. 수력발전소 및 양수발전소에 프라이빗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자암호 보안기술, 드론 등의 기술을 적용해 댐 영상 실시간 감시, 원격 수위 감시, 현장 상황 공유 시스템 등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그밖에도 서울시와는 5G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와 HD맵 등을 골자로 하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실증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 부문에서는 연세대의료원과 5G 디지털 혁신병원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국방 부문에서는 육군사관학교와 협력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전투 훈련 등을 도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자동화 산업전'에서 한 관람객이 KT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인 5G AR 서포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KT)


KT, 현대중공업과 스마트팩토리 구축

KT는 지난해 4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기업 전용 5G’ 상품을 선보이고 기업 전용 요금제도 마련하는 등, 일찍부터 B2B 시장을 적극 공략해 왔다.

KT는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실감미디어(VR·AR), 관광, 물류·유통, 재난관리, 공공안전 등 7대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1년 동안 총 150개 B2B 적용 사업을 발굴해 53개 5G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폭넓은 산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 ‘기업 전용 5G’의 1호 가입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양사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선박 건조, 로봇 기술과 KT의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적용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AR 글라스와 지능형 CCTV, 직원의 목에 건 넥밴드형 360 카메라 등으로 사각지대 없는 실시간 영상으로 생산 현장을 관리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협동 로봇 등의 기술도 도입한다.

삼성서울병원에도 기업 전용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스마트병원을 추진한다. 5G 디지털 병리 진단, 5G 양성자 치료정보 조회, 5G 수술 지도, 병실 내 AI 기반 스마트 케어, 수술실 내 자율주행 로봇 등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과는 구급차 내부에 5G 통신 환경 및 360도 카메라 등을 구축, 위급 상황에 병원 의료진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현대모비스와는 커넥티드카 영역에서 5G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데, 충남 서산 현대모비스 주행시험장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5G C-V2X’ 기술을 구현했고, 올해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세종시 및 상암 C-ITS 단지 등에서 레벨4 완전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2017년부터 드론을 5G 핵심 서비스로 정하고 투자해온 LG유플러스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스마트드론 사업 확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스마트드론에 적극 관심

LG유플러스도 5월 21일 ‘5G 기업전용망’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B2B 시장에서의 보폭을 크게 넓혔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융복합사업담당 상무는 “최근 GS EPS부터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부산항만공사, LG 계열사 협업까지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5G 기업전용망을 검증하고 실증해왔다”라며 “이번 서비스 출시를 기업형 U+5G 확산의 발판으로 삼고, 스마트 팩토리·학교·병원·항만·물류가 대중화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발전회사 GS EPS와 5G 기반의 스마트발전소 솔루션을 구축한다. 양사는 ▲IoT 활용 설비 진단 솔루션 ▲창고와 발전소 간 부품을 이송하는 자율주행 로봇 등을 통해 스마트발전소 실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SKT와 KT가 대기업, 중견기업 등 투자 여력이 큰 곳을 목표로 선 굵은 B2B 전략을 이어가는 동안 LG유플러스는 조금 다른 전략을 택해왔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직후인 지난해 5월에 중소기업 전용 스마트오피스 솔루션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가 그동안 남다르게 집중한 B2B 영역에서의 또 다른 분야는 스마트드론이다. 5G가 상용화 되기 전인 2017년부터 드론을 5G 핵심 서비스로 정하고 추진해왔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드론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의 통신사 KDDI,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과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자체, 군(軍),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양식장 감시, 스마트 폴리스 등 맞춤형 드론 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B2C 시장에서 실감형 콘텐츠(VR, AR) 분야에 남다른 강점을 보여 왔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B2B 영역에서는 실감형 교육 콘텐츠 서비스를 올해 100여 개 학교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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