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쌍용 ‘틈새 마케팅’에도 현기차 시장 독식…국산차 내수 양극화 여전

‘한정판’으로 못 숨기는 라인업 부족…개소세 인하 혜택, 현기차만 누리나

윤지원 기자 2020.06.26 11:08:40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이 언택트 기조 확대에 따른 온라인 세일즈 및 한정판 출시 등 마케팅 전략을 다변화하며 내수시장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이와 더불어 정부의 개별소비세 임시 인하 정책 덕분에 2분기 국산 자동차 내수시장 전반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소비 유도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몫이고, 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 구매 웹페이지.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코로나19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상반기, 대면 거래를 기피하고 비대면(언택트) 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산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마케팅의 활성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차, 전시장 대신 유튜브로 만나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도 국산 자동차 시장에는 많은 신차가 등장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에 당연하듯 진행했던 여러 마케팅 행사들을 진행할 수 없었다. 신차 발표회, 다양한 시승 이벤트, 전시장 방문 이벤트, 고객 초청 이벤트 같은 오프라인 대면 행사들이 사라졌다.

여러 신차들이 온라인을 통해 소개됐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와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제네시스의 올 뉴 제네시스 G80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아반떼의 신차 출시 행사를 관객이 없는 빈 행사장에서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


많은 기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전시장이나 무대에서 펼쳤던 기존의 신차 공개 행사는 유튜브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동영상 채널을 통해 스튜디오 TV 방송의 포맷으로 바뀌었다. 자동차 업체 CEO나 디자인센터장 대신 전문 방송인,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했고, 전문가의 프리젠테이션 대신 토크쇼 형식으로 자동차를 소개했다.

고객들도 전시장 방문, 시승 등을 통해 신차를 직접 체험하는 대신, 유튜브 시승 리뷰 영상과 자동차 ‘언박싱’ 영상 등을 통한 간접 체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동안 자동차 전문 유튜버들이 하던 다양한 리뷰 방송을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제작해서 공개하기도 했다.

온라인 세일즈 본격화

그동안 자동차 시장에서는 생소하던 온라인 판매 또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5월, 온라인 전용모델인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을 333대 한정 출시했다.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며 르노삼성차의 2020년 효자 모델로 등극한 XM3에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하는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라이트 시그니처 포함)를 적용하고 RE 트림 가격으로 내놓았다. 이 한정판은 예약자에게 지급되는 경품이 당일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르노삼성은 국내 온라인 완성차 시장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견적 산출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e-쇼룸을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한 원격 상담도 제공하며 카카오페이 결제도 가능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다 할 신차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중인 쌍용자동차도 온라인 채널 덕분에 코로나19 시대의 삭풍을 견뎌내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2월 쌍용자동차 코란도를 TV홈쇼핑에서 업계 최초로 판매했다. (사진 = CJ ENM)


르노삼성·쌍용차,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

쌍용차의 5월 월간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만 2340여 대보다 33% 줄어든 8290여 대에 그쳤다. 그런데 이건 4월의 6810대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이 생겨서 판매량은 이 정도에 그쳤지만, 계약 실적만 따지면 전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쌍용차는 5월 월간 내수 판매량의 증가 추이가 주로 온라인 커머스와 홈쇼핑 등의 언택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덕분인 것으로 평가했다. 온라인 커머스와 TV 홈쇼핑을 통해 출시를 알린 리스펙(RE;SPEC) 코란도와 티볼리 판매량이 전달 대비 각각 32%, 44% 증가했고, 다른 모델들도 고르게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

쌍용차는 지난 4월 커머스 포털 11번가와 협력하며 30만 원 할인권을 1/3 가격인 10만 원에 판매하면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추가 확보했다. 특히, 이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 가까운 쌍용차 전시장에서 시승 신청 및 구매 상담이 진행되도록 했는데, 페이지 방문자 수가 20만 건 가까이 기록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또, 5월 3일에는 CJ오쇼핑을 통해 TV 홈쇼핑으로 선보였다. 방송 중 접수된 상담 건수가 1500여 건에 달했다. 쌍용차와 CJ오쇼핑은 지난해 12월에도 코란도를 홈쇼핑 상품으로 판매한 바 있는데, 이는 처음으로 TV홈쇼핑에서 국산 자동차를 판매한 사례였다. 국산 완성차업체가 손해보험 대리점 등록을 할수 없던 보험감독규정이 2018년 초 완화된 이후에 가능해졌던 것.
 

르노삼성자동차의 QM6 볼드 에디션(위)과 이 차량의 시트에 적용된 '한정판'(Limited) 태그.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한정판 출시–트로트 후원 등 아이디어 총 동원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그 밖에도 다양한 틈새 마케팅 아이디어를 총동원 하며 내수 실적 증가에 전념하고 있다. 해외 수출 실적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팬데믹 사태로 인해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5월 내수 판매량 1만 571대를 기록,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XM3와 르노 캡처(Captur) 등 신차들의 활약 덕분에 전년 동월 대비 72.4% 늘어난 실적이다. 하지만 수출은 1358대로 전월 대비 34.5%, 전년 동월 대비 83.2% 하락했다.

쌍용차도 내수 판매는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해외 수출은 711대에 그쳤다. 주력 시장이 유럽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수출량은 갈수록 떨어지는 중이다.

내수에 힘을 쏟기 위해 르노삼성이 택한 아이디어는 ‘한정판’ 마케팅이다. 르노삼성차는 SM3, SM5, SM7 등을 단종시키면서도 3년 만에 처음 XM3를 신차로 출시했을 정도로 라인업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한정판 자동차는 차별성과 희소성을 지닌 동시에 부족한 브랜드 라인업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세그먼트마다 차량을 개발하고, 대량생산하는 대중차 브랜드보다는 보통 한 대에 1억 원이 훌쩍 넘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 슈퍼카 브랜드에서 한정판 마케팅을 주로 볼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메인 모델로 G4 렉스톤 화이트 에디션 화보를 제작했다. (사진 = 쌍용자동차)


XM3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내 소형~준중형 SUV 시장에서 ‘쿠페형 SUV’라는 차별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성공 신화를 일구고 있다. 2천만 원대 가격으로 럭셔리카, 슈퍼카와는 거리가 먼데도 ‘한정판’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앞서 소개한 온라인 전용 에디션 외에도 지난 6월 4일, QM6 볼드 에디션 1600대 한정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모델은 270만 원 상당의 추가사양을 적용하고도 가격은 단 103만 원 비싼 2870만 원으로 책정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에 따르면 XM3 온라인 전용 에디션과 마찬가지로 QM6 볼드 에디션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편, 쌍용차는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그 열풍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초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역대 종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국을 트로트 열기로 몰아 넣었다.

우승자인 임영웅은 G4 렉스턴 화이트 에디션 1호차의 주인공이 됐고, 이후 이 차량의 모델로 활동하며 쌍용차에 큰 홍보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G4 렉스턴은 임영웅이 모델로 활약한 광고 공개 이후 5월 판매량 1089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4월 대비 61%나 증가한 숫자다. 쌍용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화이트 에디션 광고를 포함해 임영웅 관련 영상들의 조회수가 6월 25일 기준 320만 뷰를 넘기고 있다.

이러니 쌍용차는 한동안 계속해서 임영웅에게 기댈 분위기다. 임영웅의 화보와 브로마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임영웅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렉스톤 뿐 아니라 쌍용차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 가이드 영상.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현대차그룹, 온라인 판매는 해외에서만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판매노조의 거센 반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신차 공개 행사와 TV 광고 캠페인 등에는 공을 들이고 있지만 내수 실적 향상을 위한 온라인 세일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신차 공개 행사 외에는 특별히 평소와 다른 마케팅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월간 할인 프로모션도 다른 업체들보다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가 제네시스 G80과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특단의 대책이라며 초대형 세단 K9 구매시 차량 판매 가격의 9%(최대 830만 원)를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 정도가 전부다.

다만, 이런 현대차그룹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전략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1월부터 '클릭 투 바이'라는 비대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해외 시장에서만 하고 있다. '클릭 투 바이'는 디지털 쇼룸과 판매 기능까지 더한 것으로, 견적 내기 부터 최종 결제까지 온라인에서 할 수 있다. 현대차 영국 법인에서 최초로 시작했고, 2018년 7월에는 미국에 도입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인도에서도 본격 개시했는데, 인도에 온라인 차 판매 방식을 도입한 것은 현대차가 최초다. 상반기 중에 중국에서도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수출선적부두에 수출 대기 중인 차량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내수 양극화 심화…마케팅 고민 무색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 마케팅 다변화에 대한 적극성은 이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극명한 차이는 내수 시장에서의 실적 양극화에서 뚜렷이 재현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쉽지 않은 가운데 우리나라의 완성차 내수시장은 3월부터 3개월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임시로 펼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덕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그 최대 수혜자로, ‘감염병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기업 역사상 최고의 내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7만 대 이상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53년 현대자동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랜저 단일 차종만 5월 한 달 동안 1만 3416대를 팔았는데, 이는 르노삼성차의 5월 내수와 수출 판매량 합계(1만 1929대)보다도 많다.

기아자동차도 3개월 연속 5만 대 이상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역시 76년 기아차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5월 한 달 G80 7582대, GV80 4164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역대급 내수 실적에 제 몫을 했다.
 

다나와자동차의 5월 브랜드별 판매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의 국산차 판매 점유율은 83.5%에 달했다. (사진 = 웹페이지 캡처)


그 결과 국산 완성차 브랜드의 5월 월간 판매량 점유율은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가 무려 83.5%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르노삼성차 7.2%, 쌍용차 5.2%, 한국지엠 쉐보레 4.1% 순으로 나타났다.

연간 판매량 점유율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중은 2018년 80.7%에서 지난해 82.0%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월~5월 누적 83%로 또 늘어나는 등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절벽 등 지금의 위기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이전에도 국산차 수요 편중은 심화되고 있었고, 이젠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고급차 판매량이 국산차 하위권 브랜드와 맞먹거나 넘어선다.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하위권 브랜드의 경쟁력은 저하된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소비 유도 정책이나 틈새 마케팅 아이디어에 기대서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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