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동학개미 잡으려 “주식 옮기면 현금 드려요” 경쟁

삼성·키움·대신증권 등 연이어 타사 고객 끌어오기 이벤트

이될순 기자 2020.07.01 09:31:29

증권사들의 타사 고객 유치 경쟁이 활발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을 끌어들여 수수료를 벌어들이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타사 주식 대체 이벤트가 실시되고 있다.

15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현금 드려요”

키움증권은 최대 115만 원을 주는 주식 옮기기 이벤트를 오는 7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다른 증권사에 보유한 국내주식을 키움증권 비대면 계좌로 옮기고, 거래까지 진행한 고객은 순입고금액에 따라 최대 115만 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계좌를 보유한 신규 및 기존 고객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적용상품은 KOTC, 코넥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을 포함한 국내주식이다.

삼성증권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다른 증권사에 보유 중인 국내주식을 입고하면 최대 5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신규로 개설한 비대면 계좌에 타사에서 보유 중인 국내 주식 1000만 원 이상을 입고 후, 1000만 원 이상 거래한 뒤, 7월 31일까지 잔고를 유지하면 이벤트 신청이 완료된다. 적용상품은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주식, ETN과 ETF다. 입고금액에 따라 리워드 혜택이 제공된다.

 

삼성증권이 진행하는 주식 옮기기 이벤트. 최대 500만원을 준다. (사진=삼성증권)


대신증권은 다른 증권사에 보유한 국내외 상장 주식이나 ETF를 대신증권으로 옮기고 거래하면 출고수수료와 최대 30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하는 ‘주식24 이벤트’를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한다. 대체입고금액에 따라 최대 15만 원의 축하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래금액이 1000만 원 이상이면 축하금을 2배 적용해 최대 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벤트 대상은 신규 고객과 이벤트 신청 월 직전 6개월간 대신증권에서 국내외 주식을 거래하지 않은 고객이다.

KTB투자증권은 타 증권사에 보유한 상장주식, K-OTC, 코넥스, ETF, ETN을 자사계좌로 입고해 거래하면 최대 500만 원을 제공한다. 이벤트 대상은 비대면 주식계좌와 은행 제휴계좌 보유고객이 대상이다.

KB증권은 5월 말까지 두 달간 국내·해외주식 타사 대체 입고 이벤트를 실시했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분리해 각각 진행됐다. 타 증권사에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을 KB증권 계좌로 입고하면 최초 입고 후 5개월 동안 순 입고금액에 따라 매월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벤트 기간 내 매매금액에 따라 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해 최대 1010만 원의 현금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대신증권은 최대 30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하는 ‘주식24 이벤트’를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사진=대신증권)


증권사 수수료 이익 커지자 ‘고객 수=돈’ 인식

타사 주식대체입고 이벤트가 이뤄지는 이유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거래활동계좌 수가 증가하고, 증시에 즉시 투입 가능한 대기자금이 상승하다 보니 증권사들이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들여 거래 수수료 확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거래대금도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 금감원이 16일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491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9.7% 증가했으며,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도 425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29.4% 증가했다.

올 1분기 증권사 전체 수수료 수익도 2조 975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6%(4229억 원) 증가했다. 이 중 IB부문수수료와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를 제외한 수탁수수료가 1분기 1조 3798억 원으로 전기(8565억 원) 대비 무려 61.1% 증가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즉, IB와 자산관리부문보다 주식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가 증권사들에는 더 큰 돈벌이였던 셈이다.

주식거래활동계좌 및 투자자예탁금도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25일 현재 주식거래활동계좌는 3212만 개로 올해 초 2936만 개보다 8.6% 증가했다. 이는 올해 5월 기준 경제 활동인구 2820만 명보다도 높은 수치로, 투자자 1인이 2개 이상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월 25일 현재 46조 3392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올해 2월 대비 2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일일 거래대금이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라며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증가하면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1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은 상당한 호조세를 보이며 일평균 15조 원을 기록했는데, 2분기는 그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며 “거래 수수료 수익도 주요 증권사별로 1150억 원~2000억 원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 코스피 장 마감 상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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