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증권이 ‘다방’을 운영한다고?

‘투자=문화’ 인식 위한 공간 … 와인·명상·사진 등 ‘문화클래스’ 진행

이될순 기자 2020.07.07 17:11:38

NH투자증권이 ‘투자, 문화가 되다’는 슬로건의 일환으로 ‘문화다방’이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을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오픈했다. ‘투자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친숙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문화적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고객들과 공유하기 위한 색다른 마케팅 방식의 시도다.

 

6월 2일 망원동내커피 정준 대표가 '알고 싶은 커피, 알고 싶은 스페셜티'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NH투자증권)


모든 문화는 ‘투자’다

“마음이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가끔은 잠이 안 오기도 해요. 잡념을 버리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50대·남성)

2층 공간, 양쪽 긴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은퇴 고민에 놓인 사람, 자신의 내면에 대해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속사정을 털어놨다.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언제부터였나요?”, “힘드셨을 것 같아요” 등의 질문과 위로를 전했다. 수업은 한 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문화다방에서는 일주일에 2~3회 다양한 강연이 진행된다. 투자전략은 물론이며 와인·명상·사진 등을 주제로 한다. 씹고 즐기고 누리는 모든 문화가 ‘투자’라는 이유에서다.

2층에서 문화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알림 표시. (사진=이될순 기자)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위원의 ‘운송, 신재생 에너지 업종 투자 전략’, 일러스트레이터 ‘마마콤마’ 서형인 작가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 만들기’, 한독와인 김학균 대표의 ‘다양한 와인 찾기’,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세계 오페라의 트렌드와 스타들’ 등이 7월에 진행된다.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6월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1층에선 빵과 커피 그리고 차를 맛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가입하면 무료다. 빵은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브레드랩’의 구움과자,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한 ‘망원동내커피’, ‘보향다원’의 유기농 차가 준비돼 있다.

카페 관계자는 “사전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온 사람도 있고, 지나가다가 카페인줄 알고 들어온 분들도 있다”며 “커피와 빵만 먹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굿즈 상품도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들 찍어간다”고 설명했다.

 

1층에서 맛볼수 있는 빵과 유기농 차. (사진=이될순 기자)


매장 안에는 굿즈인 에코백과 보냉백, 우리 먹거리 6종 상품의 홍보 공간이 따로 있었고, 전체적으로 블랙 앤 화이트 디자인에 NH투자증권의 브랜드 모티브를 강조해 내부 인테리어를 꾸몄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스타일이 돋보였다.

지난해 여름엔 ‘제철식당’이라는 이름의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했었다. 지중해풍 퓨전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 이타카와 협업하는 방식이었다. 지역 농협으로부터 공급받은 유기농 식자재로 코스요리를 개발해 ‘식사가 갖는 문화로서의 가치’를 경험토록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랜드 비전을 홍보하기 위해 이종업종과의 색다른 결합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작년엔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회사의 가치와 지향점을 고객들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문화다방에서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고객들에게 커피를 서빙하는 '일일 바리스타'를 체험했다. (사진=NH투자증권)


“‘투자’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

NH투자증권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대신 다방을 운영하는 이유는 ‘투자, 문화가 되다’는 슬로건을 고객들과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투자’라고 하면 주식 등으로 돈을 벌고 잃었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인식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수익률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게임이 아닌 고객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 생활에서 밥을 먹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커피를 마시는 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듯 투자도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점을 고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장 임계현 상무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경험마케팅 활동인 문화다방을 통해 증권사가 고객을 만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고객들이 문화적 취향을 통해 삶에 대한 니즈를 채워가듯, 투자 활동을 통해서 삶의 목표를 이루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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