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린 뉴딜, 환경보다 경제에 무게추 둬야

이동근 기자 2020.07.27 16:50:39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그린 뉴딜과 관련해 민자유치 펀드를 적극 구상하라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지시했다. 사진 = 청와대

 

정부가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그린 뉴딜’에는 73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65만 9000개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 담겼다.

내용을 보면 도시·공간·생활 인프라를 녹색 전환하고, 스마트 그린도시 25곳을 조성하고, 학교 리모델링 등 그린 스마트 스쿨을 집중 추진하며,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하고, 노후 경유차 116만 대 조기 폐차를 지원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한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차원에선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10곳을 조성하고, 스마트 생태 공장 100곳, 클린 팩토리 1750곳을 각각 만든다.

일단 그린, 즉 친환경을 위한 산업인데다 일자리도 만든다고 하니 좋아 보인다. 게다가 발표 당일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화상으로 미래 친환경차 사업에 대해 보고했다. 친 기업적인 행보로 보여주는데도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그린 뉴딜 관련 보고를 받고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가 환경과 경제 어디에 중점을 둘지가 중요하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환경 단체들의 우려와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발표 하자마자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목표나 실행방안을 찾을 수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전략이 부재하다.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로드맵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쉽다”며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이밖에 환경단체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환경 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않더라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확실히 하고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정부의 그린 뉴딜 발표 뒤 환경단체들의 압박이 시작됐다. 27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기후위기 대전시민행동'’관계자들이 2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전시에 “그린뉴딜 정책을 전면 재수립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그린 뉴딜은 ‘경제’와 ‘환경’ 중 ‘경제’에 추를 우선시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과 기후·환경 위기 대응을 통해 미래 지속 가능성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단기적 목표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녹색산업 분야 재정 투입을 통해 관련 산업 수요 및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사회 전반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해 기후·환경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관련 산업 분야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은 중·장기적 목표다. 인프라·에너지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탄소 중립(Net-zero)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궁극적 목표다. 게다가 ‘지향’이라고 정부는 분명히 명기하고 있다. 당장 탄소 중립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린 뉴딜의 등장 배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뉴딜’ 자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 미래 산업 선점이라는 목표가 선정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탄소 제로를 위해 당장 내연자동차를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에 대한 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통할 정도로 강화해 나가는 것을 목적에 두고 점차 탄소 배출을 감축해 나가는 식이어야 한다. 좀 더 깊이 들어가 이야기 하자면, 현대자동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에 테슬라를 따라잡고, 견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지급한 전기차 보조금 중 절반인 900억 원이 테슬라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드러내 차별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무조건 국내 산업을 키워야 할 시기다.

 

태안 안면도에 준공된 17MW급 태양광발전소. 사진 = 한국서부발전


오히려 문제는 이같은 산업이 단기적인 목표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 발전의 목표 중 하나인 태양광 발전의 경우 수익 악화로 인해 민간 사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투자를 적극 독려해 왔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을 표방하며 내놓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으로 더욱 투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수익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측에 따르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평균거래가격은 4월 기준 2만 9000원대까지 하락하며 2017년 12만3000원 대비 75% 이상 떨어졌다. 참고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한전에 전력을 내다 팔아 정산받는 전력도매가격과 공급의무발전사와 전력을 거래해 지급받는 REC로 수익을 낸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평균 14~15년이 걸리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협회 측의 주장이다.

이 같은 결과는 사업성을 장기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시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 뉴딜의 성공 여부는 태양광 발전 사례를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 전반적인 산업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위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전환하고 청정에너지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정에너지로도 충분히 경제가 돌아가고, 더 나아가 이전보다 높은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 및 지원도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조건을 한 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같은 방안은 별로 없다. 그리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혁명’은 필연적으로 ‘희생양’을 낳는다. 지금은 욕심내기 보다는 변화를 위한 체력을 키울 때라는 것을 정부가 유념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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