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아트 ① 래미안] 바다빛 블루부터 시크한 브라운까지 20년 변천사

‘래미안 색’ 페인트 나올 정도 … 트렌드 따라 고유 컬러에 변화 줘

윤지원 기자 2020.08.06 09:29:48

대한민국 주택시장에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한 지 20년이 됐다. 브랜드 아파트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디자인을 단지 외관에 반영한다. 브랜드로 쌓아온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일관된 디자인을 고수하는 동시에 새롭고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내세우기도 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에서 이런 노력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문화경제는 대표 브랜드 아파트들의 외관디자인 특징과 변화를 통해 주택 시장 20년의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봤다.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 조감도. 단지 외벽에 래미안 고유 컬러인 시크 브라운과 오션 블루가 뚜렷하게 적용되어 있다. (사진 = 삼성물산)


래미안 20년 = 브랜드 아파트 역사

우리나라의 도시경관은 아파트가 좌우한다. 아파트 외관디자인의 트렌드가 바뀌면 도시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시대마다, 아파트 브랜드마다, 단지마다 강조하는 외관디자인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어떤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는지, 단지의 외관디자인이 어떤지에 따라 아파트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도시 전체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우리나라가 고도 산업화를 향해 달려오는 과정에서는 도시에 주택을 빨리,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취지로 많은 아파트가 한꺼번에 지어졌다. 이때 아파트는 대부분 회색의 옷을 맞춰 입었다. 당시 아파트란 ‘현대 도시의 모던함’을 대변하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분양가 자율화로 인해 민간 건설사들의 고급화 전략이 시작됐다. 신도시에 20층 넘는 아파트들이 생겨나고, 다양한 컬러와 함께 발코니, 창문 등에 다양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밋밋한 회색의 기존 아파트도 변화를 겪었다. 당시 ‘슈퍼그래픽’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전체 외벽을 초대형 캔버스 삼아 벽화를 그려 넣는 것도 유행했다. 그로 인해 한때 과감할 정도로 컬러풀한 아파트도 많이 눈에 띄었다.
 

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 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들의 모습. 아파트는 서울의 경관을 좌우한다. (사진 = 연합뉴스)


2000년부터 등장한 대기업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는 외관디자인에서 브랜드 고유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전보다 수준 높은 디자인을 통해 경쟁사보다 나은 품질을 강조하고자 했다. 특히 아파트 외관에 적용되는 컬러의 조화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상표를 등록한 아파트 브랜드다. 때문에 국내 브랜드 아파트의 역사는 대체로 래미안과 함께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견해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문제가 어려워진다. 상표 등록은 나중에 했지만 브랜드 아파트 분양을 먼저 진행한 건설사, 브랜드를 단 아파트를 가장 먼저 지었으나 상표를 등록하지 않은 건설사 등이 다 제각각이며, 하나같이 ‘우리가 원조집’을 주장하고 있다.

래미안 브랜드는 어느덧 론칭 20주년을 맞이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래미안은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재건축 프로젝트의 잇단 수주로 주택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5년 만에 복귀하며 기대가 높아졌다.
 

2000년 '오션 블루'를 적용해 만든 래미안의 BI는 2020년 래미안 아파트 광고에도 사용되고 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채도 높은 '금기색'으로 브랜드 각인

래미안을 비롯한 브랜드 아파트는 출범 초기에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개발하고, 브랜드 고유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상징적인 외장 디자인을 개발했다.

브랜드 고유의 컬러 매뉴얼을 수립하는 데에도 특히 공을 들였다. 각 브랜드는 전문 컬러리스트를 포함시킨 BI 디자인 전담팀을 설치하거나 해외 유명 컬러디자이너를 초빙해 협업하는 등 브랜드 고유 컬러를 차별화하는 동시에 정교한 배색과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예컨대 대림산업 이편한세상은 오렌지 색으로, 힐스테이트는 와인 색으로 각각 대표된다. 그리고 래미안의 브랜드 고유 컬러는 ‘오션 블루’로 대표된다.

래미안은 2000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공동주택 디자인팀 ‘Creative 팀’을 신설했다. 해외 디자인의 최신 트렌드를 수집하고, 대학교들과 산학협동으로 연구하며, 국내 유명 건축가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물론 패션디자이너들과도 콜라보를 시도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가치 구축을 위해 다양하게 도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래미안 홈페이지의 행사 안내 페이지 장식, 메뉴 드롭아웃의 강조색, 단지 입주민을 위한 공고문, 분양 웹페이지 등에는 '오션 블루' 컬러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당시 다른 아파트들과 마찬가지로 래미안도 고유 컬러인 ‘오션 블루’를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BI에 사용된 이 색은 측벽의 바탕색 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아파트 외관 전반에 걸쳐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전면에도 과감하게 적용되는 등 다양한 영역에 칠해졌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채도가 높은 오션 블루는 대개 금기 색으로 통할 만큼 주택 외관에 잘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는 더 효과적이었다. 멀리 가로수 너머로, 낮은 상가 건물 너머로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 외벽에서 얼핏 보이는 색깔만으로 그 아파트가 래미안임을 알 수 있고, 아파트는 물론 그 지역의 프라이드를 짐작할 수 있다.

고유 컬러는 아파트 외벽 외에도 단지 외관을 구성하는 주 출입구, 주차장 입구와 지하주차장, 놀이터와 커뮤니티센터 등 부대시설, 각종 표지판과 부착물 등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 공사 중에는 현장 사무실, 안전 펜스, 안전표지판 등에도 일관되게 적용됐다. 또한, 신규 단지에 대해 안내하는 안내 책자나 전단지, 분양 관련 파일 등에도 고유 컬러는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시크 브라운' 컬러를 처음 도입한 래미안 석관. (사진 = 삼성물산)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사진 = 삼성물산)


차별화 거듭하다 ‘시크 브라운’으로 수렴

브랜드의 인기는 아파트 외관디자인 트렌드 변화를 주도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입주민들이 먼저 ‘우리 아파트’의 브랜드가 눈에 띄는 것을 원하게 됐다. 따라서 이러한 고유 컬러는 매우 과감하고 화려하게 쓰였다.

“우리 아파트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는 가운데 200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 외관디자인 트렌드의 방점은 ‘차별화’와 ‘럭셔리’에 찍혔다. 채도 높은 컬러는 화려하지만 가벼워 보이기 쉽기에 브랜드 아파트들은 점점 모던하고 시크한 프리미엄 디자인을 내세워 차별성을 강조하려 했다. 이에 갈색, 회색 등 무채색에 가까운 짙은 컬러의 쓰임이 도드라지게 증가했다.

오션 블루로 대표되던 래미안도 저채도와 명도 대비를 크게 하는 배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2009년 완공된 래미안 석관에서부터는 아예 은은한 빛을 띄는 ‘시크 브라운’(chic brown)을 새로운 브랜드 고유색으로 내세웠다.

삼성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래미안은 새 고유 컬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주동 일부에 색을 몇 번이고 덧칠하는 등 신중하게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지금은 메이저 페인트 회사에 ‘REP’(Raemian Exterior Paint)라는 컬러 코드가 등장할 정도로 고유하면서 인기 많은 시그니처 컬러가 탄생했다.

이후 래미안은 가재울 뉴타운 래미안과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등에 시크 브라운을 위시한 시크 블루, 시크 그레이 등의 색깔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후 이들 ‘시크’ 팔레트는 래미안의 고유한 컬러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신반포 15차 재건축 '래미안 원 펜타스' 문주 디자인. (사진 = 삼성물산)


반포 재개발 ‘랜드마크 디자인’ 추구

한편, 래미안은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수주 이후 5년만인 지난 4월, 신반포 15차 재건축을 수주하며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복귀했다. 단지명은 ‘래미안 원 펜타스’로 제안됐다. 삼성물산 측은 이 수주가 래미안의 고향과도 같은 반포여서 더 뜻깊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 펜타스의 외관디자인을 차별화하고 고급화하여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유명한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인 네덜란드의 유엔 스튜디오(UN Studio)와 협업했다. 유엔 스튜디오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과 싱가포르 래플스 시티 등을 디자인하여 글로벌 명성을 얻고 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래미안 원 펜타스의 외관디자인에서는 북쪽으로 한강, 남쪽으로 반포 도심과 연결되는 단지의 특성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북쪽은 한강의 고요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컬러를 적용하고, 남쪽은 도심지의 활력이 있고 강한 느낌을 연출한다.

또한, 건축물의 수직과 수평 디자인을 다르게 적용한다. 수직 디자인은 상승하는 반포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강한 프레임을 살리고, 수평 디자인은 주동을 감싸는 유기적인 선형을 활용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래미안 반포3주구 재건축 아파트 투시도. (사진 = 삼성물산)
래미안 반포3주구 재건축 아파트 문주 디자인. (사진 = 삼성물산)


5월 30일에는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 사업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를 래미안 20년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만들어 주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반포3주구 역시 독창적 외관과 압도적인 조경을 위해 글로벌 디자인회사와 협업했다. 디자인에 참여한 ‘퍼킨스 이스트만’은 세계적인 대형, 고급 주거시설을 다수 설계한 회사다.

반포3주구는 특히 방향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연출하는 독특한 외관디자인으로 뚜렷한 차별성을 더한다. 도심 방향으로는 보석을 모티브로 다이나믹하면서도 정제된 커튼월룩과 다이아몬드 엣지의 측면디자인을 적용한다. 반포천을 바라보는 방향으로는 반포천의 역동성을 담아 오픈발코니 등을 입체적으로 설계한다. 서달산을 마주하는 방향으로는 나무를 모티브로 상승하는 이미지의 옥상 조형물과 수직성을 강조한 외관을 통해 숲과 단지 조경, 건축물이 일체화되도록 표현한다.

아울러 건물 상부와 측면에 각각 옥탑 크라운라이팅, 측벽 엣지라이팅 등 경관조명을 조명해 럭셔리한 랜드마크 디자인의 완성을 꾀한다,

단지의 첫인상을 선사할 문주는 샹들리에를 모티브로 한 화려한 에메랄드 디자인을 적용하고, 상가와 연계되는 초대형 프레임으로 설계되어 압도적인 장엄함과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랜드마크 디자인은 유사 디자인의 조명과 아트월을 통해 동 출입구까지 통일감 있게 이어진다.

삼성물산 선설부문 이영호 사장은 반포3주구에 대해 “삼성물산의 상품, 기술력, 서비스 역량을 총동원하여 래미안 20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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