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 백신 개발, 신중하게 봐야 하는 이유

이동근 기자 2020.08.31 17:19:01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현장 점검으로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을 찾아 백신 배양실 등 현장을 둘러보며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많다. 사소하게는 외출을 마음껏 못하는 정도에서, 당장 감염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들, 경기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뉴스가 들려오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미 러시아, 중국에 이어 미국이 조만간 실제 백신을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의 출시에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상 3상도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 보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다.

사실 의약품 부작용은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과 달리 나쁜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작용의 ‘부’는 버금가다는 뜻의 ‘副’, 즉 목적하는 효과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를 뜻한다. 영어로도 ‘Side Effect’다.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목표하지 않은 효과라는 의미의 ‘이상반응’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쉬운 예로 흔히 복용하는 감기약에 따라오는 졸림 작용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 효과를 이용해 아예 수면유도제로 발매되는 경우도 있다. 항히스타민제 성분인 ‘페니라민’ 같은 경우 감기약과 수면유도제 양쪽 모두에 동일하게 들어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 심각한 내용인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역사상 최악의 약해(藥害) 사건으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이 약물은 입덧 방지용으로 나왔는데, 발매 뒤 태아의 기형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나중에 확인됐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전 세계에서 1만 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난 뒤였다. 입덧을 막는 효과 뿐 아니라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태아의 혈관 생성을 막아 손, 발이 자라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이후 의약품 부작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오늘날에도 종종 언급되는데, 특히 이 약물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안전제일주의를 칭송하기 위해 소개되기도 한다. 당시 FDA는 판매를 불허, 미국에서는 단 17건의 부작용 사례만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오늘날 코로나19 백신의 조기시판에 우려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역사적 사례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시급하다고 하지만 임상시험을 완벽하게 치루지 않은 백신을 대중에게 공급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는 중국 시노백이 개발 중인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 브라질 보건부


그렇다면 현재 백신의 임상시험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현재 가장 빠른 개발 진도를 보이는 백신들은 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은 연구 단계를 제외하면 3단계로 나눠지는데,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인원에게 약물을 투여, 얼만큼 투여해도 되는지 알아보는 단계, 2상은 좀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용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 그리고 3상이 대규모 인원에게 약물을 투여해 의학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실제 상품화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1상을 통과하는 약물은 약 70%, 2상을 통과하는 약물은 약 18%, 3상을 통과하는 약물은 30% 미만이다. 즉, 100개의 시험 약물이 있으면 70개가 1상을 통과하고, 약 13개가 2상을 통과하며, 약 4개가 3상을 통과한다. 이 중 실제로 허가 받는 약물은 더 적다.

물론 3상을 거쳤다고 해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대중에 시판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성과 약효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실제로 시판 뒤 퇴출되는 약물도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비만 치료제로 장기간 처방됐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견돼 퇴출된 ‘시부트라민’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고, 임상 3상을 마친 단계에서부터 논의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을 피했던 FDA가 수많은 사람들이 처방받는 백신을 3상 완료 전에 신속승인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지금 제약사들이나 각국 정부에서는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약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처방이 이뤄질 것이 뻔한데,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0’가 아니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불편한 것을 넘어 큰 괴로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시기다. 지금은 마스크를 꼭 챙기고, 정부 시책에 따라 사람 모이는 자리를 피해가며 인내해야 할 시기다. 약물 투여, 그것도 대규모 약물투여는 아무리 힘들어도 ‘빨리빨리’가 아니라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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