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④] 과시 좋아하는 밀레니얼 정조준하는 카드업계 “금융도 플렉스”

BC카드 ‘부자될라면’, 라면을 금융 플랫폼으로 … 삼성·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 대응

옥송이 기자 2020.09.11 09:00:08

“불황기에 고가 상품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단지 속설만은 아니다. 예컨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체적으로 소비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명품 시장은 오히려 활성화를 띠고 있다. 롯데쇼핑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기피 및 긴급재원지원금 사용처 제한 등으로 할인점과 컬처웍스 매출 부진은 심화됐지만, 백화점은 해외 명품이 소비 회복 흐름을 타고 매출 6665억 원, 영업이익 439억 원의 실적을 기록해 지난 1분기(매출 6063억, 영업이익 285억) 대비 소폭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급 자동차가 더욱 주목받고, 쓸 때는 팍팍 쓰자는 ‘플렉스(flex,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거나 라이프 스타일을 자랑한다는 의미)’ 소비 트렌드가 번지며, 이를 주요 콘셉트로 한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빛을 발하는 플렉스 트렌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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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고객 10·20대 염두에 둔 BC카드, “혜택을 플렉스”

“swag check swag check … 내 카드는 BLACK 무한대로 싹 긁어버려.”

플렉스(FLEX. 부나 능력을 과시하는 것)는 카드에서 나온다. 노래에도 나왔다.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2012년 한 노래에서 카드를 통한 부 과시를 내비쳤다. 8년이 흐른 현재는 ‘자랑’이 일종의 유행이자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카드업계의 플렉스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플렉스는 흔히 과소비를 일컬을 때 쓰지만 한 카드사는 이 용어를 과도한 혜택에 적용했다. BC카드는 지난 8월 “각종 혜택을 플렉스한다”는 콘셉트의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카드사 상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카드나 모바일 형태의 금융 상품이 아닌, 식품이다.
 

사진 = 옥송이 기자 


BC카드는 GS리테일과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부자될라면’을 출시했다. 카드사가 웬 라면인가 싶지만, 기획부터 출시까지 양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진짜 라면이다. 수 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한 파불닭볶음맛이 특징이다.


이 회사가 유통사와 손잡고 컵라면을 선보인 속내는 따로 있다. 라면을 ‘금융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BC의 간편 결제 플랫폼 페이북을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식품 중 하나인 라면을 통해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약 1만 5000여 개에 달하는 GS리테일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이 제품의 타깃 소비자층인 10·20세대에게 효과적으로 노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사 측 설명이다.

다양한 금융 혜택 및 금융서비스를 플렉스하는 방법은 라면 용기 뚜껑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한 뒤, BC카드 페이북에 접속해 확인하는 식이다. 더불어 별첨스프 3종의 이름을 페이북에서 제공하는 ‘QR결제’, ‘마이태그’, ‘해외주식·금투자’로 정해 광고 효과를 높였다.
 

사진 = GS리테일 


BC카드 관계자는 “친근한 수단을 통해 페이북을 알리고 싶었다. 일반적인 광고 플랫폼은 이미 대중들이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시선을 오래 주지 않지만, 컵라면은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컵라면을 끓이고 먹는 4~5분 이상의 시간 동안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페이북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품의 1차 타깃은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소비자로, 실제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주 연령층”이라며 “페이북의 잠재 고객층에게 ‘페이북의 혜택이 이렇게나 많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Z세대 용어로 치환해 ‘혜택 플렉스’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플렉스, ‘카드 자랑’ … 2030 취향에 맞아떨어져

앞선 사례는 카드사의 상품 홍보 방법으로 플렉스를 활용했지만, 카드 자체는 여전히 플렉스의 오랜 수단 중 하나다.
 

사진 = 삼성카드 


특히 프리미엄 카드가 그렇다. 해당 카드는 제작비용이 별도로 요구되거나, 연회비가 높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카드 이용층이 달라졌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아닌, 20·30대 청년층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 7월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골드’의 외관을 금색의 금속 재질로 바꾸자 20~30대 신청자가 급증했다. 해당 상품은 연회비가 30만 원에 달하고, 금속 재질로 발급할 경우 별도의 비용이 든다.

플라스틱 발급만 가능했던 6월에 비해 금속 재질 발매 이후 일 평균 발급매수는 748% 증가했고,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 중 20대(31%), 30대 (40%)가 총 71%를 차지했다. 반면 40대는 22%, 50대 이상은 7%에 그쳤다.

현대카드도 지난 7월 ‘현대카드 제로 에디션2’ 카드를 금색과 검은색 금속 재질로 제작해 한정판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 카드의 재질만 바꿨을 뿐인데, 일 평균 발급량이 출시 이전 대비 2.5배 증가했다. 전체 발급자 가운데 20대(46%), 30대(39%)의 비중이 85%로 압도적이었다.
 

사진 = 현대카드 


한 업계 관계자는 “20·30대의 프리미엄 카드 발급이 늘어나는 데는 코로나발(發) ‘플렉스 소비’의 영향이 있다”며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희소성이 과시를 원하는 젊은 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인해 차별화된 혜택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프리미엄 내지는 독특한 외관의 카드가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어 소장하거나 과시하기 적합한 카드가 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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