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엎치락뒤치락 … 포스코·SK건설 등 상승세 "팬데믹? 그게 뭐죠?"

코로나19, 일부 건설사엔 영향 없어...대우건설 "부채 비율만 낮았어도"

윤지원 기자 2020.09.12 07:57:59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달 일제히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지난 7월 말 국토교통부가 202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발표한 10대 건설사들은 상반기를 전반적으로 무탈하게 넘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악재로 외형은 많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수익성을 견조하게 유지한 것. 그런데 톱10의 실적을 자세히 보면 팬데믹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한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위기 극복을 넘어 기존의 부진도 훌훌 털고 비상한 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건설업계에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지만 국내 10대 건설사의 상반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9월 4일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현장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의 2020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결과 10대 건설사 순위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포스코건설과 SK건설이 순위 상승으로 각각 톱5와 톱10에 든 반면 대우건설은 2년 연속으로 순위 하락을 겪으며 6위에 자리했고, 지난해 톱10에 들었던 호반건설이 다시 리스트 밖으로 밀려났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와는 별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건설사의 상반기 실적에 따른 평가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은 수익성 개선으로 현상을 견실하게 유지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악재가 무색하게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건설사는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SK건설 등이다.
 

대림산업 직원들이 지난 1월 3D 스캐너와 드론을 활용하여 BIM 설계에 필요한 측량자료를 촬영하는 모습. (사진 = 대림산업)


① “참 잘했어요” 대림·포스코·SK

대림산업 : ‘나 홀로’ 영업익 고공행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익 1조 클럽에 가입했던 대림산업은 올해 상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며 홀로 6000억 원에 육박하는(5964억 원) 독보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을 제외하곤 4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건설사도 없었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한 1조 1301억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 이미 그 절반 이상(53%)을 달성해 코로나19와 같은 부정적인 외부 요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영업이익은 80% 이상인 4626억 원이 주택부문에서 나왔지만 플랜트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1.0% 증가한 7571억 원의 매출과 488.3% 증가한 10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 기조를 이어간 것이 고무적이다.

대림산업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플랜트 사업에서 손실만을 기록해 왔는데, 지난해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1336억 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상반기 신규 수주 실적이 좋지 않다. 연간 목표치는 10조 9천억 원인데 비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3조 2312억 원에 그친다.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 = 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 : 톱5 복귀, 영업익 3배 이상 증가

포스코건설은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순위 상승을 이뤄내며 톱5에 포함됐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넘게 뛰어올랐는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이익 증가율이었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 9444억 원, 영업이익은 2173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3.1%, 영업이익 225.3%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의 상승도 주목된다. 5.5%의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10대 건설사 중 딱 중간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에는 가장 낮은 1.9%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 맞다.

1분기 영업이익은 1209억 원이었는데, 분기 1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1378억 원을 기록했던 2017년 1분기 이후 3년 만이다.

포스코건설은 2016년 3위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2018년 7위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지속적인 외형 키우기의 성과가 나타나며 2년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증가를 이끈 것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165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건축 부문이다. 부진 탈출을 위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집중한 결과다.

그런데, 비중을 줄인 플랜트 사업도 전년도 531억 원의 영업손실을 508억 원 흑자로 돌려놓으며 상반기 실적 반등의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SK건설 현장 관리자들이 모바일 앱을 사용해 현장 시공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 = SK건설)


SK건설 : 해외 악재 딛고 2년만에 톱10 복귀

SK건설은 2018년 ‘라오스 댐 붕괴’로 큰 타격을 입고, 이후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그 결과 그해 하반기 7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시련이 컸다.

그런데 지난해에 창사 이래 최대치인 연간 27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3조 8381억 원, 영업이익은 58.2% 증가한 2035억 원을 기록하며 상승 기조를 이어갔고, 그 결과 지난해 호반건설에 자리를 뺏겼던 시공능력평가 순위 톱10 그룹에 다시 진입할 수 있었다.

SK건설의 부활에는 그룹의 힘이 컸다. 2017년 이후 SK건설의 전체 매출 가운데 SK그룹 계열사 물량에 따른 매출은 3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도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공장이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이었다.

그룹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덕에 공사 물량이 꾸준히 발생했고, 덕분에 SK건설은 계속된 경기 불황도, 코로나19의 확산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든든한 텃밭을 바탕으로 SK건설은 지난 8월 19일, 국내 최대 환경관리업체인 EMC홀딩스의 지분 100%(1조 원 규모)를 최종 인수하는 등 미래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이 수행중인 사우디 Qurayyah 복합화력발전 전경. (사진 = 삼성물산)


② “선방했다” 삼성물산·대우건설

삼성물산 : 7년 연속 1위...매출 10분의 1 줄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7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물산의 시공능력평가액은 20조 8461억 원이다. 2위 현대건설이 12조 3953억 원이라니, 혼자 ‘언아더 레벨’(another level)에 올라가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각종 주요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불황의 장기화에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악재까지 겹친 환경에서 그래프가 내리막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반기를 보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말부터 도시정비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신반포 15차와 반포3지구 재건축사업을 연달아 수주하며 주택사업에 적극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성과로 상반기 실적 소폭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장기간 위축된 국내 건설 경기를 고려할 때, 삼성물산이 그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주 비중이 커져야 한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해외 수주 규모는 2조 2250억 원. 상반기 신규 수주 총액 5조 3000억 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글로벌 경기 속에 중국의 저가 공세, 유럽의 기술력에 맞설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가 하반기 및 이후 성적을 결정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천안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 조감도. (사진 = 대우건설)


대우건설 : 부채비율 높아도 여전한 강자

대우건설이 2020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까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부채 비율’이다.

대우건설은 기술능력평가와 신인도평가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공사 실적 평가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토목 분야에서도 3위, 건축 분야에서도 3위를 기록한 건설사다. 하지만 경영평가에서는 지난해 300%를 넘긴 부채비율 때문에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상반기 실적에서는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한 1조 9858억 원, 영업이익은 22.7% 급증한 1209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지연되면서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1조 9632억 원, 영업이익은 20% 감소한 812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으로 2분기를 방어한 셈이다.

그 결과 상반기 매출은 3조 94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0.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7%에서 5.1%로 증가했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아쉬운 장면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정비사업에 전력을 쏟았지만 이를 삼성물산에 뺏기고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년간 강남권 재건축 수주가 없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주요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몰려 있어 대우건설의 적극적인 행보도 재개되고 있다. 올해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지난 8월 15일 시공사로 선정된 대구 앞산점보 재개발사업이다. (롯데건설과 50대50 컨소시엄)

그밖에도 흑석11구역을 비롯해 부산 등 지방 대도시 도시정비사업이 하반기에 포진해 있다. 대우건설 측은 이들 정비사업 중심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한남3구역 디에이치 한남 투시도. (사진 = 현대건설)


③ “쉽지 않았다” 현대·GS·현대ENG·롯데·HDC현산

범(凡) 현대가의 건설 3형제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롯데건설 등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실적을 냈거나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등 건설 시장 불황 장기화와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0 시공평가능력 2위이자 건설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상반기 매출이 0.5% 증가한 8조 6030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29.1% 하락한 3192억 원, 당기 순이익은 23.6% 하락한 2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5.3%에서 1.6%p 낮아진 3.7%에 그쳐, 3.9%를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매출 소폭 상승은 한남 뉴타운 3구역,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 등 국내 주택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것이 컸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준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라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한 영향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2020 시공평가능력 4위인 GS건설은 매출 3.6% 감소(4조 9888억 원), 영업이익 15.4% 감소(3362억 원), 영업이익률 1.0%p 하락(6.7%)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하락하며 2017년 말 이후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로 해외 사업이 불안한 가운데 6%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신규 수주가 작년 상반기보다 17.9% 증가한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신사업부문의 호실적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동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 7위)은 상반기 매출이 3조 55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며 외형이 확대됐으나 영업이익은 31.2%나 감소한 1377억 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2.0%p나 낮아진 3.9%로 나타났다. 건축, 주택 부문이 호실적을 보인 반면 플랜트, 인프라 매출총이익은 아쉬웠다.

롯데건설(시공능력평가 8위)은 별도기준 매출이 6.2% 감소한 2조 5051억 원, 영업이익은 13.0% 감소한 1938억 원, 영업이익률은 0.6%p 하락한 7.7%를 기록하는 등 실적 지표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4분기 201억 원까지 떨어졌던 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리며 2분기 1036억 원까지 회복된 데 안도할 수 있었고,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물량이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도 의미가 크다.

HDC현대산업개발(시공능력평가 9위)은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0대 건설사 중 최고인 14.5%를 기록했지만 ,연결기준 매출은 15.7% 감소, 영업이익은 4.3% 감소, 당기순이익은 12.8%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아진 모습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는 주로 연간 분양 목표의 17.6%에 불과한 2592세대 분양에 그친 주택 분양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여기다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상반기 내내 발목을 잡힌 가운데 결국 무산 일보직전까지 가는 등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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