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대우건설, MZ세대 품을 조직혁신 어떻게 이뤘나

"군대 문화 깨자" 젊고 유연해져 … 1회성 아닌 지속변화가 목표

윤지원 기자 2020.09.30 07:27:52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지형의 전반이 변화하는 가운데, ‘콘크리트 조직문화’라는 말을 듣는 국내 건설업계의 조직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MZ세대’라는 젊은 임직원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데 맞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눈에 띈다.

HDC현대산업개발 팀장과 매니저가 H-PIC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X세대-MZ세대가 경제 주축

최근 몇 년 많은 대기업이 연말 임원 인사에서 40대 젊은 이사들을 대거 배출했다. 경력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자리에는 30대 젊은 임원이 등용되는 파격도 종종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이처럼 X세대(대략 1965~1980년생)와 M세대(1981~1995년생, 일명 밀레니얼 세대)를 주축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막내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는 미래를 끌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 같은 큰 조직이 무탈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X세대, M세대, Z세대 간의 유기적 화합이 중요하나 세대 간 갈등은 불가피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기업의 조건에는 이러한 갈등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대책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시스템에 문화로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책이어야 한다.

복장 규정 완화, 직급제 개편, 호칭 변화 등등 최근 국내 건설업계 전반에도 조직문화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 및 ICT(정보통신기술) 등 다른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매우 늦은 변화인데, 이는 새로운 세대의 유입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MZ세대가 십대일 때부터 소비와 유행의 주축으로 여겨져 왔다. ICT 업계는 디지털, 인터넷, 스마트폰, 영상매체 등등 ICT 기술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MZ세대 위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HDC 퍼실리테이터가 조직문화 개선 워크숍에 참석해 교육을 받고있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건설업계, 최근에야 조직문화 변화 시도

반면 자동차 업계, 항공업계, 건설업계 등은 유행의 변화에 그만큼 민감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항공업계와 건설업계는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여서 규율이 중시되고, 여기에 대한민국 특유의 군대 문화가 밀접하게 결합 되어 더욱 경직되고 보수적이며 위계 질서가 강한 조직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경기 부진과 건설업 침체가 지속하면서 건설업체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심이 많아지게 됐다. 따라서 ‘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MZ 세대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졌고, 이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필요성과 함께 이들과의 화해도 절실해졌다.

이에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수 대형 건설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복장 자율화, ‘매니저’ ‘프로’ 등의 수평적 호칭 도입, 직급 단계 축소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도 내부적으로 직급 간소화 등의 변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산업의 특성이나 개별 기업의 문화에 따라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어서 한화건설같은 경우는 2012년에 호칭 변화를 시작했다가 2015년에 다시 예전과 같은 호칭 체계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팀장과 매니저가 H-PIC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HDC현산, 1:1 코칭으로 구성원 기량 끌어올려

이들 중 조직문화 혁신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설업체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다.

HDC현산은 팀장, 그룹장, 현장소장 등 리더와 팀원이 1:1로 코칭하는 ‘H-PIC(HDC Performance Improvement Coaching) 프로그램’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H-PIC 프로그램은 리더와 팀원이 주기적으로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리더는 코치가 되어서 월 2회, 30분 내외로 팀원과 대면·비대면 코칭을 진행하여 업무 능력을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

HDC현산의 설명에 따르면 권위적이거나 지시적인 만남이 아니고,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발현되도록 코칭은 대화 위주로 진행된다. 팀원들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수정하며 최상의 업무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구글과 GE, 폭스바겐에서는 목표 수행방식 과정을 에세이 형태로 작성해 멘토에게 코칭을 받거나, 업무목표 달성을 위해 코치와 수시로 대화하는 등의 피드백 과정을 통해 조직 성과를 높여가는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HDC현산은 이밖에도 건설업계 최초로 애자일(Agile)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고, 수평적이며 자발적인 토론 및 회의 문화 구현을 위해 전문 회의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를 사내에서 선발, 양성하는 등 체계적, 근본적인 조직 문화 혁신을 시도해 나가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변화’ 위해 치밀한 기획·추진

이러한 제도 도입은 정몽규 회장의 판단과 추진에 의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17년부터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변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Fast & Smart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Big Transformation’(대변혁)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했으며, 이를 위한 전담 팀을 구성하고, 그룹 포트폴리오 목표를 구체화한 뒤 이에 맞춘 조직 개편부터 체계적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직원 스스로가 변화한다는 것 자체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신도 직접 참여하는 BT 프로젝트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 워크숍에서 “회사가 조직력과 직원들의 개인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직원들도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변화는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를 통해서 그리고 개인의 의지와 주변 환경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변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남들보다 조금씩 먼저 변화하여 경쟁력을 키워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HDC 현산은 이번에 시행하는 H-PIC 프로그램 역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지속해서 거둬갈 수 있도록 팀장들을 대상으로 제도 설명회를 실시하고, 코칭 스킬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도 시행하는 등 성과관리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 핵심 기업들의 성공에 이바지했던 멘토, 빌 캠벨의 삶과 리더십을 조명한 책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를 팀장들에게 선물하면서 “리더가 먼저 인식을 변화하고 행동을 수정함으로써 팀원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월 2일, 대우건설 김형 대표이사를 비롯한 집행임원들이 시무식을 대신해 출근길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대우건설)


대우건설, ‘청년이사회’ 출범
1호 성과는 ‘복장 자율화’

대우건설은 이사회와 별도로 젊은 실무자들로만 구성된 청년 중역 회의, ‘주니어 보드’를 신설, 도입하여 지난 8월 21일 출범시켰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주니어보드를 공식 도입한 것은 대우건설이 사실상 처음이다. 타 업계 대기업 중에는 SK텔레콤이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 주제의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서비스위원회 산하에 주니어보드를 신설하고, 모든 서비스 상품 출시 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박정호 사장의 제안에 따라 구성을 추진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주니어보드’ 도입 첫해인 올해 사원~과장 직급 중 우수한 인사평가와 품성, 창의성 등을 겸비한 핵심인재 12명을 공개모집 및 본부별 추첨 등을 거쳐 엄선한 뒤 1년간 운영한다.

대우건설 주니어보드는 정기회의, 워크숍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개발, 비효율적 업무 관행 개선, 조직문화 혁신과 관련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예정이다.

제안된 사항 중 우수한 아이디어는 내부 협의를 거쳐 신속하게 경영전략에 도입된다.


대우건설은 주니어보드 구성원에게 개인 활동비를 지원하고, 우수 활동팀에는 포상을 수여하며 젊은 인재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우건설 주니어보드는 첫 결과물로 출근 복장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개진하여 ‘복장 자율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복장 자율화에 의한 직원 만족도가 매우 높고,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및 사내 분위기 쇄신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니어보드는 또 사내 메신저에 동료를 향한 ‘감사 표시’ 기능도 추가했다. 아이디어는 소박하지만 실무에서는 직원 간 의사소통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라고.
 

대우건설 본사. (사진 = 연합뉴스)


‘주니어보드’, 1회성으로 끝나선 안 돼

대우건설의 주니어보드 제도 도입은 젊은 인재들과의 소통 채널을 강화함으로써 내부 경쟁력을 강화해 코로나19와 같은 불확실한 외부 환경에 따른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중대한 실험이다. 이를 통해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자율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이룬다는 것이 대우건설의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3년에 직급체계를 개편했다가 2010년에 기존 방식으로 회귀한 경험이 있어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 확대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일상의 균형) 기조에 맞춰 스마트회의, 스마트 보고, 업무 간소화 등의 제도를 도입하며 기업문화 개선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에도 연차 자율 사용 및 정시 퇴근 문화 조성 등 임직원 개개인의 만족도 개선을 목표로 ‘워라하’(work-life harmony, 일과 일상의 조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타 업계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이고 평범한 기업문화 변화 시도로 보인다. 그렇기에 대우건설의 주니어보드 도입 및 시행이 업계 최초라는 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속해 나갈지 기대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주니어보드 운영에 관한 인크루트 조사 결과. (사진 = 인크루트)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주니어보드를 실시 중이거나 실시 예정인 국내 기업은 아직 29.5%에 불과하다. 업종별로는 ‘IT·정보통신·게임(23.1%), ‘전자·반도체(20.5%) 등의 주니어보드 실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건설 대기업인 대우건설의 주니어보드 도입은 이례적인 편이다.

국내 기업들이 아직 주니어보드의 도입에 소극적인 반면 직장인들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주니어보드 도입에 대해 무려 91.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영진과 의사소통이 늘어나길 바람’(27.4%), ‘문제점 발견 및 개선 기회(27.0%), ‘기업 생산성, 기업문화 발전 창구’(23.0%), ‘새로운 아이디어 논의’(21.9%) 등이 꼽혔고, 기타 답변을 통해 그간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던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주니어보드를 통해 공식화됐다는 피드백도 확인할 수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겪으면서도 실적 면에서 선방하며 국토교통부의 2020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톱10을 유지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불발되고, 대우건설은 지난 7월 공모채 도전에서 사실상 실패하는 등 뼈아픈 경험도 겪었다.

따라서 현재 이들 두 기업의 남다른 조직문화 개편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시스템으로 정착하여 미래 사업에서 뚜렷한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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