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김성민 기자 2020.10.17 09:27:45

“아직 두꺼운 책을 읽어 본 적 없는 어린이에게 이 그림책은 더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에 올라온 독자 서평 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서평의 첫 문장이다.

지양어린이의 신간 그림책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은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치고 매우 긴 184페이지짜리 책이다. 분량만 보면 그림책보다 ‘그래픽 노블’에 가까워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됐을 때도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을 구매할 때 ‘내 아이에게 이렇게 긴 책이 적합할까’를 고민했던 모양이다. 아마존의 저 독자 서평은 그런 고민에 대한 대답이다.

주인공 로렌조는 엄마와 함께 도시를 떠나 낯선 동네, 낯선 집으로 이사한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울적함에 이사 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도, 새 집의 넓은 마당도 본체만체다. 내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새 집에 와이파이가 잘 잡힐지만 관심이 있다. 책의 제목은 평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주인공 아이가 고개를 들고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한 묘사다.

로렌조의 새 방에는, 누가 주인이었는지 모를 아주 오래 된 책상이 놓여 있다. 책상에 달린 많은 서랍들을 열어보던 로렌조는 책상에 감춰져 있던 비밀 공간과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는 책상의 주인이었던 사람이 그림일기처럼 그림과 글로 작성한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들은 모두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나다. 그런데 로렌조는 새로 이사한 집 주변과 노트 속 이야기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로렌조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새 집과 동네에서의 삶도 매일매일 즐거운 모험이 되어간다. 모험의 끝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놀라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렌조의 이야기와 노트 속 이야기들이 액자 구조를 이루고, 이야기들끼리도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독자는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노트를 쓴 사람의 삶과 로렌조의 깨달음을 이해하고, 소통과 교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뉴욕타임즈는 “어린이들은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을 만나게 될 것이고, 어른들은 자기 안의 어린이에게 말을 거는 예술 작품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이 책을 비평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일러스트 작가 기예르모 데쿠르헤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독학으로 일러스트 작가가 된 그의 경험이 반영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예르모 데쿠르헤즈 글 그림 / 윤지원 옮김
1만 7500원 / 지양어린이 펴냄 /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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