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논란 ... 피해는 환자에?

적절한 치매약 없어 처방 이어질 가능성 높아 … 환자 부담 커질 수도

이동근 기자 2020.10.19 09:35:28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대웅제약, 종근당 등 80개 제약사들이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해당 약물을 처방받던 환자들도 갑자기 높아진 약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인 대웅제약 글리아티민. 촬영 = 이동근 기자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글리아티린’이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진 뇌기능개선제다. 주로 치매치료용으로 처방된다. 이탈리아의 이탈코파마가 개발했으며,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0년 대웅제약에 의해서다. 현재는 종근당이 판권을 인수했다. 현재는 특허가 끝났으므로 상당수의 제약사에서 제네릭(복제약)을 생산 중이다.

이 약물은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효자’ 취급을 받아왔다. 대웅제약이 도입한 뒤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 제제 청구액은 2016년 1676억 원에서 지난해 3525억 원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유비스트 기준 2019년 처방액은 대웅제약 자회사 대웅 바이오의 ‘대웅 글리아타민’이 94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종근당 ‘글리아티민’이 761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지난 1분기에만 글리아타민은 151억 원, 글리아티린은 135억 원 어치가 처방됐다.

이같은 성과는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꾸준히 진행해 온 덕분도 있지만, 치매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논란이 뒤를 이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를 중심으로 약효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함에도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된다는 것이었다. 건약은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등을 직무유기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약효 논란이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2700억원을 지출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3가지 적응증 (뇌혈관 결손 또는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세, 감정·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중 2가지가 전혀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대한신경과학회로부터 회신받았다”고 밝혔고, 이에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다음해 6월까지 재평가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의경 차장이 “약효가 있다”고 답해 엇박자 논란이 일기는 했다.

그리고 올해 8월,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새로운 급여 기준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발표했다. 9월 1일부터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 증후군 ▲감정 및 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 적응증에 대해 처방할 때만 기존 급여가 유지되고, 이외에는 본인부담률 80%가 적용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급여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폭으로 적용 범위를 줄인 것이다. 보건당국은 ‘사회적 요구도’를 반영해 선별급여를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치매에 쓸 만한 적절한 약물이 없는 상태에서 이 약마저 급여에서 제외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3~5년 뒤 재평가에서도 이번에 선별급여로 전환된 적응증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비급여로 전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종근당 등 39개사 제약사와 개인 8명은 이에 대해 법정 대응으로 맞섰다. 고시 집행정지와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 지난 9월 행정법원으로부터 일단 고시 집행 정지 명령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일단은 급여 축소는 막은 것이다.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와 비슷한 문제제기가 나왔고, 남인순 의원은 건약 이동근 국장을 국회로 불러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임상시험으로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 미국 국립보건원도 이 약이 치매예방이나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해당 제제를 치매예방으로 판매 시 불법판매로 규정하고 있다”는 증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번엔 보건당국도 힘을 보탰다. 박능후 장관이 직접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법부에서 내린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아쉽다. 본안소송에서는 약제의 약효미흡 관련 사례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급여삭제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8일 복지부는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문제는 이같은 결과에 따라 최종소비자인 환자에 미치는 영향이다. 결국 치매에 처방할 적절한 약물이 없는 상태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반면 건보 재정에 미칠 영향도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치료 효과가 없다면 처방액이 2019년 기준 3525억 원, 올해 40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건보료를 지급한다는 것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이 아예 중단되지 않는 한 무조건적인 급여 중단은 환자 부담만 올리는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다수 제약업계 관계자는 “환자 처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허가사항 변경시 환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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