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고 못 배길걸 ①] 롯데百, 예술·심리방역으로 ‘힐링 탈출구’ 변신

‘예술 해독제’ 전시 열고 상담 공간 ‘리조이스’도 운영

김금영 기자 2020.10.22 09:46:45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는 유통업계 전반 마케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집밖에 잘 나오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이 강화된 것. 하지만 기존 좋은 터에 큰 상가 건물을 둔 대형 유통업체는, 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매장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또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기존 ‘매장 = 상품을 파는 곳’ 공식에서 더 나아가 매장에 도서관을 지어 책을 볼 수 있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을 색다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
는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그 움직임에 주목해본다.

‘예술 해독제’전이 백화점에 들어선 이유

 

‘예술 해독제’ 기획전이 열리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에 제한이 생기면서 이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감,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8월 우울 관련 상담 건수는 연간 누계로 4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지난해 한해 총 상담 건수(약 35만 건)를 이미 뛰어넘었다.

이런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 힐링 공간’을 내세우며 매장을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로 탈바꿈시켜 눈길을 끈다. 힐링을 위한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 건 ‘예술’ 그리고 ‘심리 상담 공간’이다.

 

먼저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예술 해독제’ 기획전을 꾸렸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의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 공간을 조성하고, 예술 작품 판로를 제공하는 목적도 지녔다. 지난 5월부터 롯데백화점,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 아케이드가 함께 전시를 기획했으며, 지난 8월 28일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신당창작 아케이드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예술 해독제’전을 채웠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마련된 예술해독제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 = 롯데백화점

10월 6~31일 열리는 ‘예술 해독제’전은 이름 그대로 예술의 힘으로 우울함을 해소시키겠다는 취지를 지녔다. 롯데백화점 측은 “코로나로 인해 생기고 있는 고객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양한 예술품을 통해 해소시키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또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취지에서도 예술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예술 판매가 호조 양상을 띠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가전, 가구 상품군의 매출 신장률이 7월 13%, 8월 20%, 9월 26%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인테리어 요소로 예술 작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이끌기 위해 롯데백화점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판매-렌탈하는 ‘프린트 베이커리’를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오픈했고, 사진 작품부터 일러스트, 풍경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363 스튜디오 갤러리아’를 노원점, 중동점 등 4개 점포에 오픈하는 등 지속적으로 예술 작품 판매 브랜드를 확장해 왔다.

 

‘KF-94 크래프트(CRAFT)’ 행사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본관 3층 공간에서 10월 6~11일 열렸다. 사진 = 롯데백화점

이 가운데 마련된 ‘예술 해독제’전은 작품 판매부터 힐링까지 의미를 확장시켜 눈길을 끈다. 일단 예술 작품 구매에 관심 있는 고객을 위해 전시 참여 작가 18명이 제작한 가구, 액세서리, 테이블웨어, 데코레이션 등 네 가지 장르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KF-94 크래프트(CRAFT)’ 행사를 롯데백화점 강남점 본관 3층 공간에서 10월 6~11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백시내 작가의 보석류를 50만 원 대에, 김계리 작가의 ‘코랄 리프(Coral Leaf)’ 테이블을 70만 원에 판매했다.

힐링의 의미를 담은 대형 예술 작품은 롯데백화점 1층 아케이드에 설치됐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인 ‘도파민 최작가’와 정경우 작가의 팀 ‘키치팝’이 만든 대형 예술 작품 ‘KF-94 팩토리(FACTORY)’는 ‘키치팝 필터(KITSCHPOP Filter)’의 약자로 부정적 에너지를 동력삼아 행복을 제조하는 공장을 상징한다. 키치팝 측은 작품 소개 글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대면접촉을 피하는 것이 에티켓이자 일상이 돼버린 피로도 높은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예술로 해독하기 위해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작품은 언뜻 보면 동화 속 과자 공장을 현실로 끄집어낸 듯한 느낌으로 귀여운 인상을 준다. 커다란 크기의 작품엔 ‘디톡스 유어 라이프(Detox Your Life)’라 적혔고, ‘바이 바이 코로나(Bye Bye CORONA)’란 문구도 눈에 띈다. 공장의 입구에 어떤 오브제를 넣으면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기계를 거쳐 넘어가는 형식으로 구성해 놓았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들의 아트 상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 = 서울문화재단

 

상품 판매 → 예술·상담으로 상호 작용하는 공간 진화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인 ‘도파민 최작가’와 정경우 작가의 팀 ‘키치팝’이 만든 대형 예술 작품 ‘KF-94 팩토리(FACTORY)’.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작품은 단순히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관람자와 상호 작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엔 자그마한 우체통이 비치됐는데, 여기에 고민을 적을 수 있는 엽서가 마련됐다. 즉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 속 고민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고민과 두려움을 뽑아내는 1호기, 부정적 에너지를 분쇄하는 2호기, 해독하고 행복 에너지로 전환하는 3호기, 해독 드로잉을 이송하는 4호기로 구성된 예술작품 ‘KF-94 머신(MACHINE)’이 해당 메시지를 해독하는 콘셉트의 시민 참여형 전시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참여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 필수 해시태그(‘#키치팝’, ‘#롯데백화점강남점’, ‘#예술해독제’, ‘#KF-94Factory’)를 기재하면 된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달된 엽서는 추첨을 통해 작가에게 전달되고, 작가는 직접 예술 해독 드로잉을 선물한다. 제작된 드로잉은 전시 기간 동안은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전시 종료 후엔 개별 우편으로 전달된다.

 

‘키치팝 필터(KITSCHPOP Filter)’의 약자로 부정적 에너지를 동력삼아 행복을 제조하는 공장을 상징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키치팝 측은 “무인 동작 예술시스템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대중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수집된 작품이 쌓일수록 예술가는 손수 드로잉해 시민에게 선물한다”며 “이 모든 과정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힘들어하는 모든 시민이 예술적 방식으로 위로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예술 해독제’전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행사 이후에도 서울시 신진 예술가들의 전시를 지원하고 판로를 제공하고자 내년 상반기 중 신당창작아케이드 소속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품을 판매하는 정식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집안을 꾸미고, 작가들의 디톡스 예술 작품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힐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F-94 팩토리(FACTORY)’는 고민을 적은 엽서를 넣으면 이를 해독해주는 공장을 주요 콘셉트로 한 작품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은 예술뿐 아니라 실질적인 심리 상담 공간도 마련해 백화점을 힐링 공간으로 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사회공헌 캠페인 ‘리조이스(Rejoice)’는 9월 말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심리상담 공간 ‘리조이스’를 오픈했다.

리조이스는 롯데쇼핑이 우울증 인식 개선 및 예방을 목표로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2018년부터 임직원 및 고객에게 무료 심리 상담을 제공해 왔다.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광주점에 리조이스 상담소를 운영해 왔으며, 지난 6월엔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급증했던 대구 지역의 롯데백화점 대구점, 상인점에 임시 힐링상담소를 운영하며 직원을 비롯해 고객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심리 방역 활동에 힘써왔다.

 

고민을 적어 넣을 수 있는 엽서와 작은 우체통이 작품 옆에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엔 센터시티점까지 힐링 공간의 범위를 넓혔다. 롯데백화점 센터시티점 지하 1층에 상담 공간을 마련했고, 플라워 카페 ‘라이네쎄’와 협업해 누구나 방문해 우울함을 덜고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꼭 쇼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백화점 또한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롯데백화점 측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실질적인 심리 방역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이에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백화점은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친숙한 공간이다. 이곳에 심리 상담 공간을 만들면 보다 효과적으로 심리 방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내부에서 심리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 ‘리조이스’를 오픈했다. 사진 = 롯데백화점

리조이스 상담 공간엔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며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맞춰 온라인 비대면 상담도 마련했다.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개인 심층 상담, 자녀 양육 상담, 미술 심리 상담 등 다양한 주제로 가능하다. 상담 비용은 3만~10만 원 수준이다.

더불어, 심리 상담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객을 위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모든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뇌파 측정을 통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준비했고, 매월 2회 ‘커피테라피’, ‘원예테라피’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와 상담을 연계해 심리 상담의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리조이스 상담 공간엔 전문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며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사진 = 롯데백화점

리조이스 상담 수익금 일부는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을 통해 저소득층 우울증 상담 프로그램에 기부돼 의미를 더한다. 1 대 1 매칭 그랜트 형식으로 상담을 받은 고객 수와 동일한 인원의 저소득층에게 상담 프로그램이 지원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도 백화점을 힐링의 공간으로 꾸려가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무료 체험을 통해 심리 상담이 주는 거부감을 완화하고 전문 상담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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