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토록 넓어진? 아니 원래 넓었던 나의 방

옥송이 기자 2020.10.21 16:37:24

코로나 이후 일·휴식·자기계발 등 일상의 무게추가 집을 향하면서, 집의 세계(世界. 범위)가 한층 확장됐다. 사진은 SK텔레콤의 '창덕 ARirang 앳 홈'.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 언제 어디서든 창덕궁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사진 = SK텔레콤 


23㎡.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 난데없는 숫자와 단위는 내 방을 설명할 수 있는 정량적 표기법이다. 평수로 환산하면 약 7평. 일반적인 가정집의 1인실이라면 넉넉할 크기지만, 안타깝게도 내 방은 가정집의 한 귀퉁이가 아닌 원룸이다. 이 안에 욕실, 주방, 거실, 침실 등 모든 게 다 들어있다. 아니, 혼재돼있다.

상상해보시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 뼘 만한 현관, 위로는 싱크대가 이어진다. 단 두 걸음이면 욕실에 닿는다. 그 상태로 고개만 돌리면 침실 겸 거실이다. 의도치 않은 동선 최소화 덕에 룸 투어는 고작 5초면 끝난다. 이 같은 협소함 때문에 내 공간을 사랑하지 못했다. 서울살이에 있어 집은 그저 거주(居住) 이상의 의미가 없겠거니 했다. 평일에는 잠만 자고, 휴일에는 밖으로 나다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을 정량적 관점이 아닌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 시작은 코로나가 극심해질 무렵부터다. 집이 바이러스를 막아낼 최후의 보루가 되면서, 7평 남짓의 내 방 역시 생활의 중심이 됐다. 처음엔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생활용품을 집으로 배송하는 식으로 집콕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점차 플라스틱·스티로폼 등 포장 용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평소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왔는데, 내 의지와 별개로 일회용품 배출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가 자리 차지도 많이 해서다. 그래서 배달을 줄이고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보람과 재미를 찾았다.

음식을 해 먹고, 쉬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방이 달라 보였다. 크기는 그대론데 어느샌가 확장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이토록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집의 세계(世界. 범위)는 원래 넓었다. 최근 작성한 [이토록 넓은 집의 세계] 시리즈는 해당 경험을 토대로 기획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한 KB국민·하나은행의 디지털 헌금, 현대백화점의 반찬 구독, SK텔레콤의 창덕궁 AR, SPC 파바딜리버리, 아모레퍼시픽 스킨파인더, KT 스마트홈트 등의 서비스는 지인 또는 내 체험에서 기반한다.

특히 3편에 등장한 확찐자의 모델은 나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과 더불어, 내 공간을 좋아하게 되면서 움직임은 현저히 적어졌다. 쉬고 먹는 총량은 늘어난 반면, 외부 활동을 비롯한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체중이 늘었다. 그래서 급히 찾은 해결법이 ‘홈트레이닝’이다. 화면 속 강사를 따라 스쿼트, 슬로우 버피테스트, 마운틴 클라이머 등의 동작을 배우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비록 매일은 아니지만 틈나는 대로 운동하면서, 체중 증가로 인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도 조금은 가신 느낌이다.

그래도 바이러스 걱정 없이 활보하던 때가 그립다. 아무리 집의 세계가 넓고, 또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들, 마스크 없는 자유와 비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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