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만 하는 게 아니다? 삼성 ‘비스포크’ 펀딩 화제

SK·아모레·신세계도 이미 진행 … 이마트·LG는 '간접 참여' 형태로

이동근 기자 2020.10.31 07:43:06

삼성전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비스포크 큐브’의 펀딩. 출처 =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삼성 비스포크 큐브’의 펀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을 삼성전자가 이용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 것이다. 실제로 이 펀딩의 이름도 ‘[삼성전자가 왜 여기서 나와?] BESPOKE 큐브 냉장고 최초 공개!’였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란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해 익명의 다수(crowd)에게 투자(funding)를 받는 방식을 뜻한다. 최근에는 각종 스타트업들이 첫 제품을 내 놓는 주요한 방식으로 자리매김 했다.

삼성이 여기 왜 나와?

삼성전자는 펀딩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비스포크 콘셉트를 출시 방식에도 적용해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 간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비스포크 큐브’의 콘셉트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로 ‘와인 앤 비어’, ‘뷰티 앤 헬스’, ‘멀티’ 등 용도에 따라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제품이 대기업에서 출시된 사례는 드물다 보니, 소비자의 반응을 바로 살필 수 있는 펀딩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 사진 = 삼성전자

 

펀딩은 성공적이었다. 10월 21일 끝난 이 프로젝트는 661명이 참가해 2억 5985만 1000원이 모였다. 원래 목표의 618%에 달하는 성과다. 

사실 대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펀딩의 의미 자체가 익명의 다수에게 후원을 받는다는 것인데, 대기업들이 자금이 부족할리 없는 데다, 펀딩이 끝난 뒤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등,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반적인 판매 방식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다 보니 피드백도 받고, 참고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마케팅이나 홍보 측면도 고려한 것”이라며 “와디즈 이용자들이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성격도 있어 차후 신제품을 낼 때 반영할 것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온택트 형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 것도 목적에 있었다. 예전 같으면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을 수도 있다”며 “목표 초과달성에는 정가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았던 점 등도 작용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추후 동일한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성과는 좋았지만 실험적 진행이어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신선한 방식의 마케팅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고 보면 SK, 아모레, 신세계, LG도 ‘펀딩’

 

대기업이 성공한 펀딩 사례. 왼쪽부터 SK매직 무설치 식기세척기, 아모레퍼시픽 ‘피토알렉신’, LG전자 ‘gram 7주년 감사펀딩’. 출처 = 와디즈 홈페이지.

 

사실 삼성전자 외에도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한 대기업들은 적지 않다. 자사의 제품을 직접 판매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 제품을 들여오는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하거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펀딩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자사 제품을 직접 펀딩한 회사중에는 대표적으로 SK매직이 있다. 에스투컴퍼니 이름으로 진행된 펀딩을 통해 SK매직은 ‘무설치 식기세척기’를 올려, 무려 2만 7726%의 달성률을 올린 바 있다. 이 펀딩에는 8억 3180만 9000원이 모였다.

가전뿐 아니라 화장품·식품 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0월 20일까지 화장품 ‘피토알렉신’을 펀딩했다. 아모레 측은 제품 정식 출시 전 와디즈에 선공개 하며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며 모든 의사결정에 고객을 참여시켜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펀딩에는 606명이 참여해 1015%의 달성률을 기록했으며, 펀딩액은 3046만 4900원에 달했다.

신세계푸드도 ‘올반 인생왕교자’ 제품 2종을 와디즈에 올려 467%의 달성률을 올렸다. 10월 19일 펀딩이 종료된 이 제품에는 2102명이 참여해 4672만 2996원이 모였다.

간접적으로 펀딩을 모집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마트가 있다. 이 회사는 와디즈에서 리맥스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11월 2일까지 펀딩한다. 이마트 측은 “리맥스의 국내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 수준으로 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1월, 이태리 빈티지 스니커즈 ‘세티’의 펀딩을 진행해 건수 282건으로 달성률 1147%, 올해 5월에는 미국 차박 텐트 ‘네이피어’의 펀딩을 진행해 건수 295건으로 달성률 3024%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HS Ad를 통해 ‘gram 7주년 감사펀딩’을 진행했다. 역시 와디즈를 통해 진행된 이 펀딩은 RAWROW, KANEITEI, Helinox와 진행한 3차례 콜라보전 형식으로 꾸려졌다. 이 콜라보는 각각 470%, 209%, 425%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각각 4707만 6000원, 2095만 3500원, 4250만 5000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기업들 반응은 ‘긍정적’ … 소비자 반응도 ‘환영’

이같은 대기업들의 ‘크라우드 펀딩’에 소비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만큼 믿을 수 있는 데다, 소비자 가격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소비와 다르게 완제품의 성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환불이 어려워 그동안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펀딩 후 1년 동안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중국 현지에서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면서 현지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펀딩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 대기업들이 마케팅만을 위해 참여, 소위 ‘물을 흐린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새로운 인터넷 쇼핑몰 정도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다만, 오히려 대기업들이 참여함으로서 크라우드 펀딩의 판을 키운다는 반론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바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펀딩이라고 하는 판매 방식이 다소 모험적인 신제품을 홍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받아들여져 가는 과정”이라며 “‘이같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먹힐까?’라고 고민된다면 소규모 주문 생산 방식으로 진행되는 펀딩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들 하며, 소비자들도 신선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펀딩이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많아 큰 규모의 판매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어 아직은 ‘시범적인 판매 방식’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한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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