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의 높아지는 외화 관심에 은행들 '적립 짠테크’ 속속 출시

하나은행 ‘외화적금’ 및 ‘동전 적립 서비스’, NH농협은행은 외화적립예금 출시

옥송이 기자 2020.11.03 09:44:24

단순히 안 쓰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게 ‘짠테크’족의 목표다. 최근 이들이 주목하는 건 외화다. 비록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은 갈 수 없지만, 달러 등의 외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오랜 기간 묵혀둔 외화 동전 등을 다시 알뜰하게 환전해 사용하는 외화 짠테크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불안감에 안전자산 추구 … 외화예금 최대 경신

코로나19 장기화로 외화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은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경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85억 4000만 달러로, 한 달 사이 11억 4000만 달러 늘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뜻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화 예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 = 연합뉴스 


8월 말 외화예금 잔액은 2012년 6월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6월(845억 3000만 달러) 이후 3개월 연속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외화예금은 6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9월의 외국환은행 거주자 외화예금은 감소했다. 주체별로는 9월 기업예금(675억 3000만 달러)이 한 달 새 34억 6000만 달러 줄었다. 반면 개인예금은 3억 7000만 달러 늘어난 179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적금 각광 “포스트 코로나, 여행 시에도 유용”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외화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일달러 외화적금’을 출시했다. 미화 1달러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매달 최대 미화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납입할 수 있다. 가입 기간은 6개월으로,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현찰수수료 없이 달러 지폐로 바로 찾을 수 있다.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 가입도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로 기축 통화인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와 직접 해외 주식 계좌에 이체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 상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 좌수 1만 좌, 가입금액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하나은행이 출시한 외화적금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판매속도다. 가입자 중 2040세대의 가입 비중이 약 77%로, 소액으로 간편하게 비대면으로도 가입 가능한 점이 짠테크, 언택트 시대의 저축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외화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서교동지점 2층 하나멤버스 라운지에 마련한 무인 카오스크. 사진 = 옥송이 기자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달러 외화적금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투자 수요 증가와 외화적금도 어렵지 않다는 신선한 경험 제공으로 인기”라며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면 현찰수수료가 없어, 달러를 저축한 뒤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현찰을 찾아서 해외여행 가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6일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원화·외화 패키지 상품 가입 시 교차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기존 ‘NH주거래우대적금(원화)’ 가입 고객이 해당 상품을 가입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두 상품을 동시에 신규 가입할 경우에도 각각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10달러 이상부터 자유롭게 넣을 수 있는 적립식 외화예금상품이다. 가입 기간은 12개월 단일이며 가입통화는 미 달러다.

김평태 외환사업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금융환경의 변동성이 커져 안전자산인 달러 금융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원화적금과 패키지 상품 형태의 외화적립예금을 은행권 최초로 출시함으로써 고객들의 외화 자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랍 속 묵혀둔 동전의 재발견

투자의 일환 또는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외화를 적립하는 것 외에, 외화 짠테크 방법은 또 있다. 굴러다니는 외화동전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여행 뒤 남은 외화를 처리할 때, 지폐는 환전이 쉽지만 동전은 그렇지 않다. 동전은 지폐보다 무게가 무거워, 환전 뒤 해당 국가로 수출할 때 항공요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동전 금액의 최대 70%까지 수출비용으로 지불되는 경우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외화동전을 알뜰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일명 ‘외화동전 하나머니 적립 서비스’다. 하나은행 서교동지점 2층 하나멤버스 라운지에 마련한 무인 카오스크를 통해 외화동전을 손쉽게 환전하고, 현금과 같이 쓸 수 있는 하나머니로 적립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외화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외화동전을 하나머니로 적립하는 모습. 사진 = 옥송이 기자


환전이 가능한 외화동전은 10개국 통화로 해당국가는 미국, 유로, 일본, 중국, 캐나다,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대만, 태국이며, 원화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키오스크에서 신분증 확인 및 외화동전 투입 후 하나멤버스 앱에서 ‘외화동전적립’ 버튼을 눌러 생성된 바코드를 키오스크에 인식하면 간편하게 하나머니로 적립할 수 있다.

하나멤버스 멤버십마케팅부 관계자는 “외화동전 하나머니 적립 서비스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집에 묵혀있던 외화동전을 간편히 하나머니로 적립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며 “이번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후 키오스크 설치장소를 순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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