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LA 수상 래미안 조경 인터뷰 ①] '열섬 저감' 설계로 세계조경가협회상 수상까지

바람길 설계 + 쿨 미스트 분사로 단지 내 시원한 휴식처 조성 인정받아

윤지원 기자 2020.11.17 15:25:55

2020 IFLA AAPME 어워즈 수상작인 래미안 아트리치 조경을 담당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빌딩2팀(조경그룹)의 전해진 책임(왼쪽부터), 주소희 선임, 정엽 책임. (사진 = 윤지원 기자)


  삼성물산이 시공한 래미안 아트리치(석관2구역 재개발, 2019년 2월 준공)가 세계조경가협회(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에서 주관하는 2020 IFLA AAPME(Africa, Asia-Pacific, Middle-East) 어워즈에서 열섬현상 및 내화(Heat Island and Fire Resistance)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IFLA는 1948년 창설되어 현재 77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보유한 전 세계 조경가들의 대표기관이며, 현재 격년제로 열리는 IFLA AAPME 어워즈는 세계 조경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2018년 치수관리 부문에서 수상한 광교호수공원에 이어 2회 연속 수상작이자 국내 공동주택 프로젝트 중 유일한 수상작이 된 래미안 아트리치의 조경 설계 및 시공을 담당한 주축 디자이너들을 문화경제가 만나봤다.


  삼성물산 빌딩2팀(조경그룹)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시공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조경 관련 업무를 맡아 한다. 정엽 책임은 2017년 래미안 아트리치 조경 설계를 시작할 당시 최초의 기획, 설계 및 기술 개발을 총괄했다. 전해진 책임은 2018년 조경 공사 당시 현장에서 시공관리를 담당했다. 주소희 선임은 현장 시공관리 담당 및 정엽 책임과 이후 기술개발과제를 함께 했으며, 특히 이번 IFLA 어워즈를 준비하면서 수상자료 작성 등의 역할을 맡았다.

 

어린이들이 래미안 아트리치 정원에 설치된 쿨미스트 파고라에서 더위를 잊은 채 뛰어놀고 있다. (사진 = 삼성물산)


2020 IFLA 어워즈 수상 … 조경 분야 세계 최고 권위

문화경제 : 2020 IFLA AAPME 어워즈(이하 IFLA 어워즈)에서의 수상을 축하한다. 조경 분야에서 이 상의 권위가 어느 정도이고, 이번 수상이 삼성물산이나 세 분 조경 담당자들에게는 어떤 의의가 있는가?

정엽 책임(이하 '정') : 우선 IFLA는 세계 최대의 조경 단체이며, 각국, 지역별로 산재해있는 개별 조경학회, 협회 등 조경 관련 단체들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는 유일한 단체다. .

단, 조경은 나라, 지역마다 기후나 토양 등 환경이 달라 각국 단체마다 지역색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IFLA의 시상식은 오랫동안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 분과별로 매년 따로 개최되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부터 이러한 4개 지역 분과 시상식이 IFLA AAPME(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중동) 시상식으로 통합되어 2년에 한 번 열리는 전 세계 조경 분야 최고의 시상식이 되었다.
 

2020 IFLA AAPME 어워즈. (사진 = IFLA 홈페이지)


IFLA, 조경의 공익적 가치 중시

전해진 책임(이하 '전') : 우리(삼성물산) 조경은 국내에서도 여러 조경 관련 시상식에 출품하고, 수상도 많이 했지만 이번 IFLA 수상은 그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다. 국내 경쟁이 아니라 세계에서의 경쟁에서 인정받은 것이라서.

특히 현재 IFLA 어워즈의 평가 위원들은 호주, 중국, 싱가포르 등 조경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국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분야에서 한국은 다소 소외된 편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평가 기준에서 우리가 수상했다는 사실이 더욱 의미가 크다.

문화경제 : 래미안 아트리치가 수상한 ‘열섬현상 및 내화’ 부문은 어떤 부문인가?

주소희 선임(이하 '주') : 이번 2020 IFLA 어워즈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재생 또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의미의 주제 아래 조경의 공익적 가치와 기능적 가치를 평가하는 대회로 열렸다. 시상 부문도 이 주제와 관련하여 열섬현상 및 내화 부문 외에도 문화와 전통, 자립 경제, 치수 관리, 식량 안보 및 생산 시스템, 자연재해와 극단적 기후, 에너지 공급 및 전환, 테러로부터의 회복 등등 10개 부문에 대해 참가 신청을 받았고, 수상작들이 선정됐다.

열섬현상 및 내화 부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밀집된 건물 주변에 생기는 열섬현상이나 건조할 때 높아지는 화재의 위험성을 저감시킬 수 있도록 물, 그늘, 바람을 적절히 이용하는 기술과 설계를 적용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물 부족을 해결하고, 열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거나, 음영을 이용해 온도를 낮추는 전략, 빌딩에 식재하여 빌딩 내부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패시브 기법 등등으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출품됐다.
 

2020 IFLA AAPME 어워즈 수상작 안내 책자 중 래미안 아트리치 조경을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 = IFLA 홈페이지)


: 조경에서 ‘내화’는 사실 생소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내화 수종, 방화 수종이 있지만 실제로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 반면, 열섬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IFLA 어워즈의 열섬현상 및 내화 부문에 참가작이 여럿 있었지만, 수상작은 많지 않았다. 1등을 받은 작품(중국 창하이(長海) 생태공원 방문자센터 조경)은 호수를 활용한 공원의 조경이다. 대면적의 지형에 순응한 건축물을 짓고, 건물 주변에 떨어진 빗물을 집수해서 재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수상작인 래미안 아트리치의 조경은 단지 외곽으로 25m 너비의 녹지 공간을 조성했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는 수종인 커다란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식재하여 단지 내 약 1000㎡의 공간에 그늘을 만들게 된다. 또한, 친수형 휴게공간과 미스트가 분사되는 게이트형 파고라를 설치했다.

  게이트형 쿨미스트 파고라는 스마트 온도 조절 시스템을 통해 미세 물입자(미스트)를 방출하여 해당 공간의 온도를 낮추도록 설계한 정자의 일종이다. 33℃ 이상의 기온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운전을 시작하고, 25℃ 미만이 되면 정지되게 설계되어 있다.


 

래미안 아트리치 쿨미스트 파고라 상세 이미지. (사진 = 삼성물산)


: 래미안 아트리치의 쿨미스트 파고라는 폭 3m, 길이 6m 면적의 공간에 쿨미스트 노즐 60개를 적용했다. 1㎥당 어느 정도의 미스트가 공급됐을 때 온도 저감 효과가 일어날지를 6개월의 공장테스트를 통해 미스트 노즐 개수를 산정했다.

문화경제 : 쿨미스트 장치를 더 넓은 범위에 하면 단지 전 지역에 대해 기온 저감 효과가 있지 않은가?

: 더 넓은 면적에 더 많은 미스트 노즐을 설치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관리비도 고려해야 하니까.

바람길·음영 시뮬레이션 거친 설계

: 우리는 단지의 조경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지와 주변 지역에서의 바람의 흐름과 그 영향, 그리고 음영 분석 시뮬레이션 등을 거쳤다. 그 결과를 고려해서 단지 내에 쿨미스트 파고라의 위치와 규모를 정했다.

: 또한, 이 풍속 시뮬레이션은 1년 중에서도 8월, 가장 무더운 여름날의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하여, 이 시기 단지 내에서 가장 열섬현상이 개선되어야 하는 지점을 찾은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단지 내에서 바람이 가장 적당한 장소를 선정했다. 우리가 원하는 풍속이 나온 지점이 바로 지금의 위치다.
 

래미안 아트리치 단지 안의 조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이계곡 풍경원', '아트리치 마당', '그늘 비추는 달빛길', '돌곶이 계류원'. (사진 = 삼성물산)
래미안 아트리치는 단지 주변의 '완충 녹지' 폭을 다른 아파트의 일반적인 폭보다 넉넉하게 조성하면서 단지 내부의 조경과 더 긴밀하게 연계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문화경제 : 쿨미스트 파고라는 다른 래미안에도 적용됐나?

: 그렇다. 래미안 아트리치에 최초 적용됐고, 이후 지어진 래미안 아파트에도 적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에 이처럼 쿨미스트가 적용된 파고라가 설치됐다.

: 래미안 아트리치의 열섬현상 대응 설계의 중심은 쿨미스트 파고라만이 아니라 단지 전반에 걸친 바람길 설계다.

먼저 단지 주변의 15m 녹지 설계를 통해 단지 내로 바람길을 유도했고, 특히 단지 중앙부의 넓은 포장 구간에는 녹지 광장을 만들면서 그늘을 만드는 알베도(albedo: 반사율) 설계를 했으며, 세 번째로 가장 적합한 한 포인트에 쿨미스트 파고라를 설치하며 점점 중심부로의 열섬현상 대응을 강화했다.

: 본래 아파트 주변에 ‘완충 녹지’라고 하여, 아파트를 건설할 때 우리가 조성해서 지자체(지역사회)에 기부체납하는 녹지 공간이 있다. 그런데 아트리치 현장은 주변의 녹지가 다른 현장에 비해 많은 편이다. 특히 북쪽과 서쪽의 완충 녹지가 아파트를 감싸는 형태로 넉넉하게 조성됐다. 래미안 아트리치는 그런 완충 녹지와 단지 내 조경을 더 긴밀하게 연계해서 설계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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