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 진보 경제’에 힘 실어줄 바이든의 ESG 투자

최영태 편집국장 기자 2020.11.16 09:45:26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셰일가스 생산에 제동을 걸겠다니, 즉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약자: 기업의 돈 버는 능력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기업의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 투자를 늘리겠다니 한국의 진보에게는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서 이번 호 ‘문화경제’는 증권사들의 발빠른 ESG 투자를 다루었다(26쪽).

올해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그랬지만, 한국에서 이른바 빨갱이(처단해도 되는 공공의 적 또는 非국민)인지 아닌지의 판가름은,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외세-사대주의에 의해 결정되기 십상이었고, 대세-외세-사대주의의 종주국(판단 근거 나라)은, 지난 세기 대부분엔 일본이었고 20세기말에서 현재까지는 미국이다. 즉, 미국의 보수 공화당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왕창 지급하니 한국에서도 약간의 논쟁 뒤 바로 재난지원금 지원이 이뤄졌다. 미국의 선례가 없었다면 이 과정에서 얼마나 국론이 분열됐을지 정말 상상만 해도 뒷골이 당긴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이뤄진다 한들 한국에선 대개 끄떡도 하지 않는다. “유럽과 한국은 다르다”는 인식이 국민들 마음에 뿌리 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과 유럽은 전혀 다른 사회다. 사회당, 공산당이 존재하고, 사회민주당(SPD, 독일), 기독사회연합(CSU, 독일) 등 좌파 성향 정당이 집권하는 유럽에서 “너는 사회주의자”는 욕 또는 저주가 아니지만, 이런 좌파 정당을 용인하지 못하는 미국과 한국에선 똑같은 문장이 생사를 가르는 판결이 되기도 한다.

 

9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KB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 ‘2020 ESG 글로벌 서밋: 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이니 기본소득이니 ESG 투자니 하는 소리가 유럽에서 진행될 때는 강 건너 불이었지만, 미국에서 논의-진행되면 바로 한국의 현실이 된다. 한국인끼리 논쟁할 때 제일 좋은 상대방 제압 수단은, 지난 세기엔 “바보야, 오늘 아침 신문에 나왔어”였고(당시 그만큼 언론이 소수였고, ‘신문에 나온 말’은 그 진위는 둘째로 치고 여론 장악력 면에서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의 신망이 땅바닥을 지나 지하까지 들어간 요즘엔 “신문에 나왔으니 맞아”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요즘은 “야, 미국에서 그렇게 하는데 뭔 소리야?”가 딱 좋다. 우파는 물론이고 좌파까지 미국을 좋아하기에 상대가 반박할 말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ESG 투자는 돈 되나? “되게 만드는 게 대세”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만하다. ESG 투자는 왜 하는 것이며, 그게 돈이 될까 하는 질문이다. 환경보호 또는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한국은 재벌식 가족경영이 기본이고, 독일은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게 기본인 것처럼 나라마다 다름)이라고 하면 그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돈벌이는커녕 돈벌이에 방해되는 요소라는 게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월 3일 KBS ‘최경영의 경제쇼’에서 이런 요지로 말했다. “자본주의의 역사라는 게 결국 도시화의 역사인데, 이제 선진국에선 도시화가 다 끝났다. 도시화율이 일본 91%, 한국 85%다. 더 이상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데가 없다. 환경에 대한 투자가 왜 유럽에서 먼저 이뤄졌나? 자본주의가 재미없어지니까 명분있는 투자처를 정부가 찾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민간의 활력이 있었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19 이후 큰 정부의 시대가 열렸다. 큰 정부들이 ESG라는 명문있는 투자를 하겠지만 ESG가 돈을 잘 벌게 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쉽지 않다. 나쁜 기업의 주식을 사서 돈을 버는 게 단기적으로는 더 낫다. 하지만 길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세가 쏠리면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수익도 발생한다.”

결국 김 센터장의 말은 “길은 원래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3년 12년 6일 서울 연세대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전무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11월 10일 “영국의 가로등이 원래는 가스등이었으나 전기등의 점유율이 8%를 넘으면서 대세가 전기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지금은 ESG 투자가 희소하지만 대세가 되면 돈이 몰리고 수익이 발생한다. 한국의 큰형님인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대규모 환경-ESG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니 한국에겐 참으로 다행이다. 내부갈등을 줄이면서 대세에 올라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ESG 투자라는 험난하고도 인류가 처음 가보는 길을, 유럽은 벌써 저만치 가물가물할 정도로 멀리 갔고, 미국은 이제 가려 하고 있다. 남이 이미 낸 길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앞선 자를 따라잡는 데는 한국이 세계 최고다. 부지런히 따라가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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