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라는 뉴노멀 … 불완전 판매 요소는 없나?

이될순 기자 2020.11.17 11:13:00

사진=연합뉴스.

화석 연료의 최대 수혜자들이 왜 친환경 에너지 기업을 표방할까. 잊을 만하면 갑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과 지역 사회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설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건 요즘 대두되고 있는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과 투자) 때문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ESG 펀드는 바람을 타고 미국까지 건너갔다.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은 친환경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기후변화 대응, 노동‧고용 환경 개선, 다양성‧인권 존중 등의 정책이 그렇다.

한국에서도 ESG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을 중장기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본격적으로 국민 참여형 뉴딜 펀드 조성을 위한 자펀드(패밀리 펀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직접 운용되지 않으며 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모펀드의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이 실현된다) 운용사 모집 등 절차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업계는 주요 증권사들을 필두로 ESG 펀드 투자자 모집에 분주하다. 사회적책임투자채권(SRI) 발행에 나선 미래에셋대우는 모집 희망 금액의 다섯 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모은 바 있다.

국내 ESG 채권 발행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총 59조 원가량으로, 지난 2018년 말 대비 65배 이상 급증했다. ESG 채권 발행 기업도 시중 은행과 공기업 중심에서 제2 금융권과 민간 기업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아무리 살펴봐도 대세는 ESG다. 최근 관련 기사도 “착한 투자가 돈도 잘 번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익률로 보여준다, 존재감 넓혀가는 ESG 펀드”라고 한다. 또 “뉴노멀 시대에 기업은 ESG가 필수”라며 돈 버는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ESG 투자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석탄을 때는 등의 20세기형 산업과는 달리 환경 등에 대한 투자는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한 반면 수익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돈 벌기가 그만큼 힘든 분야라는 소리다. 게다가 국내 상황을 보면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한국적 특성'까지 있다.

ESG 펀드 세부적 공시 의무 없어 … 투자자들 유의해야

국내 운용사 중에서 ESG 펀드를 제공하는 곳은 16곳 정도다. 그중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P 등 상위 5개 사의 비중이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국내 ESG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어떤 원칙에 따라 종목을 선정하고,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 현행법상 운용사는 ESG 펀드에 대해 세부적인 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스스로, 알아서 펀드의 ESG 수준을 가늠해야만 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 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은 SRI 펀드의 투자설명서와 별개로 투자 기업에 대한 ESG 평가 방식,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평가 결과가 반영되는 방식, ESG 평가 빈도와 주요 변경 사항, 포트폴리오 사후관리와 통제 등을 '추가로' 공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왜 이랬을까. 앞에서 말한 'ESG 투자의 난관들' 때문이 아닐까?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에 어떤 기업이나 채권이 편입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 등 금융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 펀드에서의 불완전 판매 이슈는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ESG 펀드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과 운용사 모두 ESG 요소를 평가하는 지표가 부족해 무늬만 ESG인 펀드가 있을 수 있어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보듯 한국의 금융 감독 기능은 극히 약하다. 감독 기능을 개선하지 않은 채 "요즘 대세가 ESG니까 똑똑한 한국인 개개인들이 각개격파로 잘 알아 보시고 투자들 하세요~"라고 권하는 건 참으로 편리하고도 배만 두들기는 금융 감독 기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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