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광(狂)클릭’ … 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 재미본 국내 기업은?

LG생활건강-애경 등 K뷰티 위상 이끌어 … 식품-생활용품 사도 ‘미소’

옥송이 기자 2020.11.23 09:38:52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가 지난 11월 11일 진행됐다. 티몰·타오바오·알리 익스프레스 등의 플랫폼을 거느린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에 따르면, 이날 8억 명의 소비자가 쇼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들도 광군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중국 소비자들의 ‘광(狂)클릭’에 웃음 지은 국내 기업들을 살펴본다.

명절 방불케 하는 스케일 … 올해도 사상 최대 거래액 기록

11월 11일에 한국인들은 막대 모양 과자를 주고받지만, 중국인들은 지갑을 열고 마음껏 소비한다. 광군제(11이 쌍으로 있다는 뜻에서 ‘솽스이’双十一로도 불린다)는 중국 제2의 명절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월 10일 진행된 '마오완(2020天猫双11狂欢夜)'. 유쿠(优酷) 캡처
지난 11월 10일 진행된 '마오완(2020天猫双11狂欢夜)'에서 인기 가수 '이양천새'가 공연을 펼치는 모습. 유쿠(优酷) 캡처


지난 11월 10일 저녁, 한 대규모 콘서트에 가수·배우 등 중국의 인기스타들이 총집합했다. 화려한 라인업이 마치 연말 시상식 내지는 명절 공연을 방불케 하지만, 이 행사는 오직 광군제를 위해 열린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마오완(猫晚, 알리바바의 밤. 광군제 전야제)’은 판촉을 위해 시작됐으나, 현재는 마케팅 목적을 넘어 중국인들이 즐기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광군제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는데, 올해 역시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12일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일 사전판매부터 11일 본 판매까지 티몰·타오바오·티몰 글로벌·알리 익스프레스 등 자사 플랫폼에서 총 4982억 위안(한화 약 83조 8000억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업계 2위 징둥도 2715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행사에 중국 안팎의 25만 개 브랜드와 1600만 건의 상품이 참여했고, 알리바바의 경우 1초당 상품 구매량은 순간 58만 3000건까지 치솟는 등 역대 최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중국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내수 중심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쌍순환(雙循環)’을 펼쳤으나, 광군제로 중국 소비자의 막강한 구매력을 재확인한 셈이다.
 

11월 1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인근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무대 화면에 2020년 11·11 쇼핑 축제 거래액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LG생활건강 ‘후’ 10억 RMB(인민폐) 클럽 입성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한국 기업도 웃음 지었다. 특히 화장품 업계는 K뷰티의 위상을 재확인하면서, 역대 흥행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름 하던 국내 화장품 업계가 잠시나마 한숨 돌린 모습이다.

럭셔리 뷰티로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던 LG생활건강은 이번 광군제에도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에서 후, 숨, 오휘, 빌리프, VDL, 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15억 5000만 위안(한화 약 2600억 원)을 기록했다”며 “전년 대비 174% 신장하는 성과를 거둔 역대 최대 매출”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이 지난 10월 서울 주요 도심 대형 전광판을 통해 광군제 참여를 알렸다. 사진 = LG생활건강 


특히 ‘후(Whoo)’의 광군제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1% 신장하며,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랑콤에 이어 3위에 올라섰고, ‘뷰티 브랜드 10억 RMB(약 1680억 원. RMB는 중국의 법정 통화인 ‘인민폐’를 뜻함) 브랜드 클럽’에 입성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난 21일 시작된 1차 예약판매에서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 브랜드는 예약판매 시작 2분 만에 공식몰 매출액 1억 위안을 돌파하고, 11분에는 공식몰 매출 5.11억 위안을 돌파해, 2019년 광군제 행사 거래액을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숨은 전년 대비 92% 신장하며, 국내 럭셔리 뷰티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다. 오휘는 783%, CNP 156%, 빌리프 153%, VDL 7%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전년 대비 높은 성장을 보였다.
 

티몰 광군제 온라인 페이지의 '후' 이미지. 사진 = LG생활건강 


K뷰티 위상 재확인 … 아모레 100%·애경산업 24% 성장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광군제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성장(위안화 기준)했다. 가장 인기를 끈 브랜드는 설화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는 예약판매 10분 만에 매출 1억 위안(한화 약 169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4% 늘어난 것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라며 “헤라 브랜드 매출 역시 파운데이션류가 큰 인기를 끌며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광군제 기간 ‘티몰 국제 애경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총 11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 행사 매출액 대비 24% 성장한 수치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제품은 AGE 20’s(에이지 투웨니스)의 메이크업 제품으로, 행사 기간에 45만 4000개가 판매됐다. 사 측은 광군제를 대비해 기획 세트, 왕홍 마케팅, 자체 라이브 방송 등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설화수 중국 공식 홈페이지. 사진 = 설화수 공식 사이트


애경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메이크업 제품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성장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 업체들도 약진

화장품 외에 다양한 유통 기업들도 약진했다.

이랜드는 광군제에서 4억 7500만 위안(한화 약 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군제 참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삼양식품은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징동’과 ‘알리바바’ 등에서 약 8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광군제 매출 대비 약 42억 원의 2배가 넘는 실적이다.
 

애경산업은 광군제 기간 '티몰 국제 애경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115억 판매했다. 사진 = 애경산업 


농심은 광군제 당일인 지난 11일 하루 15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작년 광군제 때보다 30% 증가했다. 신라면·안성탕면·너구리 등 농심 대표 제품 8종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고, 신라면 봉지 5개입 제품과 김치라면 봉지 5개입 제품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은 4926만 위안(한화 약 8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3.9% 증가한 수치로, 텀블러와 보온병이 인기를 끌었다.

김용성 락앤락 중국 사업총괄 전무는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며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에서 6년 연속 매출성장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중국 브랜드파워지수(C-BPI) 밀폐용기 부문 9년 연속 1위, 보온병 부문 8년 연속 1위 등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중화권 대표 모델인 중국의 인기 배우 덩룬(邓伦)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사진 = 락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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