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똑똑해진 개인투자자들 어디로?” 추적해야 하는 펀드 매니저들의 속사정

이될순 기자 2021.01.13 16:23:08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장을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테슬라 주주 순위 10위 권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있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쓸어 담았다는 얘기다. 당시 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 규모는 4.3조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달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11조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코스피는 처음으로 3200선을 넘었다. 또 증시 역사상 개인이 주식을 매수한 최고금액을 기록했다. 장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올해에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투자가 쉬워졌고,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비대면으로 3분이면 계좌는 물론 투자까지 할 수 있다. 유튜브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투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들은 이제, 금융사 영업점보다 금융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북적거린다.

뉴미디어를 통해 스마트함을 장착한 투자자들은 시장을 주도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을 압도하는 양상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고점에서 팔면 개인이 물량을 받아냈고 시장이 하락하면 개인이 손절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외국인이 물량을 다시 사들여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이제 개미들은 기관 투자자들의 물량을 받아내지 않고 증시를 견인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또 소문이나 테마에 기댄 중소형 주 투자는 줄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읽은 기사에서는 펀드 매니저들이 개미의 생각을 읽으려고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시장의 주류가 된 개인투자자들의 패턴을 분석 대상으로 삼으려고 해서다. 한 펀드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으로 시장 추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개인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이베스트 투자증권 염승환 부장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경제쇼’에 출연해 “외국 달러 약세나 경제 펀더멘탈(경제기초) 측면에서도 시장을 지켜보겠지만, 계속 추적 해야 할 점은 개인들의 심리와 유동성이 올해도 이어질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개인들의 투자 흐름이 중요해졌음을 말해준다.

개인의 힘이 강해진 만큼 기관의 힘은 약해졌다. 이낙연 대표의 말처럼 ‘동학개미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새로운 힘’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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