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플카, 현대차, 삼성·하만 카 중 최종 승자는 어디?

최영태 편집국장 기자 2021.01.15 09:30:01

(문화경제 = 최영태 편집국장) 2021년 첫 주의 한국 증시는 전체적으로 활활 타올랐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것은 1월 첫 주말의 현대자동차 관련 주식들이었다. 애플 자동차(이른바 iCar) 생산 협력자로 애플이 현대차와 접촉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현대가 만드는 애플카’에 대해선 현재 두 가지 의견이 나와 있는 듯 하다. 하나는 ‘애플이 전기차 생산 협력자로 현대차를 꼽은 것은 현대차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며, 현대차랑 안 해도 어차피 다른 차 업체와 협력할 것이니 현대차는 애플카 생산에 나서는 게 좋다’라는 의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애플 아이폰의 하청 공장인 중국 폭스콘처럼 현대차가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면서 애플의 하청공장 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대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관련 책 속의 다음 두 부분을 읽어보는 게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가 2019년에 내놓은 책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2018년 12월, 구글 계열사인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원’을 상용화했다. 웨이모원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웨이모, 구글의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웨이모원의 자동차를 크라이슬러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의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납품하는 차가 볼보의 차량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미래에는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보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자동차, 친환경 모듈 등 핵심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략) 즉, 누가 자동차를 조립했는가보다 어떤 핵심 기술을 가진 자동차인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148~149쪽)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구글카냐 애플카냐로 가는 것이지, 즉 자동차의 ‘두뇌’를 누가 지배하느냐에만 관심있지, 자동차의 ‘몸체’를 누가 생산하느냐에 대해선 거의 무관심해졌다는 얘기다.

다음은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책 ‘이것이 경제다’에 나오는 자동차 관련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구글과 애플 등이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차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이들 기업이 플랫폼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중략) AI 기술을 발전시키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빅데이터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기업 자체가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중략) 문제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차 자신이 플랫폼으로 변신하지 못하는 한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략)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솔루션 사업을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보다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배경을 이해해야만 플랫폼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 (310~311쪽)

 

삼성전자 전장부품 사업 자회사인 하만 인터네셔널이 1월 7일(미국 현지시간) ‘하만 미디어 데이’에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을 통해 온라인 공연에 참여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하만

미래 차의 경쟁은 결국 AI와 자율주행에서 판가름 날 텐데,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체보다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차량 공유 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배경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호주, 인도, 동남아, 미국 등의 차량 공유나 모빌리티 사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하는 이유기도 하다’며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단지 자동차 제조사로서가 아니라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는 양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화경제 이번 호는 삼성전자-하만의 자동차 전장 사업 진출(10~21쪽), 현대차의 새 전기차 플랫폼 공개(22~26쪽) 등 자동차 현장에서 벌어지는 한국 기업들의 맹활약 모습을 소개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서구 선진국에서 히트를 친 상품을 재빨리 베끼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이러한 전략은 ‘규모의 경제’ 시대, 즉 좋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안 팔릴 때까지 파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많이 팔기 위해 막대한 유통-광고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산업사회 시대의 방식이었다.

 

8일 오후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19.42% 뛰어오른 24만 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가장 높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제 코로나19라는 범지구적 강타를 얻어맞은 세계 경제계는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AI-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 각 개인에게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 별도의 광고-유통비 부담 없이 소비자에게 직판매하는 방식을 미국 플랫폼 거대 기업들이 펼치고 있다. 이제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안 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선도국가’를 외친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최전선에서 현대차, 삼성-하만 차, 애플 차, 구글 차 등이 선두를 다툴 차례다.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범국민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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