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UAM 원년 ②] SKT-한화시스템 주축 'K-UAM 드림팀' 출범

SKT, UAM 사업 참여로 '탈통신' 박차...한화시스템, 앞선 PAV 기술로 그룹 미래 선도

윤지원 기자 2021.02.20 08:06:18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사가 공동 개발중인 PAV(Private Air Vehicle) '버터플라이' 소개 영상.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도시 하늘길이 열린다. 서울 하늘에서 유인 드론 시범비행이 펼쳐지는 등, SF 영화로나 보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UAM 시장은 오는 2040년까지 국내 13조 원을 포함해 전 세계 7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떠오르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UAM 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각 주요 기업의 UAM 추진 현황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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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연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경영부원장이 지난 1월 27일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국내 대기업 두 곳이 주축이 된 UAM 협력체제가 출범했다.

SK텔레콤과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1월 27일 서울시 강서구 하늘길 한국공항공사 사옥에서 UAM 사업 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UAM(Urban Air Mobility)은 전기 구동 수직 이착륙 소형기체(eVTOL)을 활용한 항공 이동 서비스로, 승용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에 20여 분만에 도착할 수 있고 다양한 육상 교통수단과 연계도 가능해 도시인의 생활을 혁신할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UAM 관련 산업은 오는 2040년경 전 세계적으로 731조 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시티의 모빌리티 혁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분야인 만큼 각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 범정부 협의체 ‘UAM 팀 코리아’(Team Korea)를 결성해 2025년 UAM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민간 주도의 비행 실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통신 환경, 안전 확보 방안 등 국내 여건에 맞는 운항 기준도 설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UAM에는 기체 설계부터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제공까지 다양한 사업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도 정부와 다양한 사업자들이 연합체를 이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현대자동차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가 K-UAM 추진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MOU를 맺은 국내 4개사도 UAM 기체 개발, UAM 이·착륙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 등의 인프라, 운항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 등에 이르는 'UAM 밸류체인'을 공동 구축하고 UAM 산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 이들은 ‘K-UAM’의 성공적 상용화를 주도하는 드림팀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진하는 UAM 서비스 개념도.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 미래 모빌리티 사업 발판 마련

SK텔레콤은 항공교통 통신 네트워크 모델을 실증하고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UAM을 안전하게 관제하기 위해서는 기체와 지상을 연결하는 안정적인 통신 체계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최적의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UAM을 위한 모빌리티 플랫폼도 개발해 탑승 예약 및 육상 교통수단과의 환승 관련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UAM을 비롯한 버스·철도·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UAM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 개발뿐만 아니라 도시 교통체계와의 연계를 위한 통신 인프라 운용 역량이 필수적이다. SKT는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등 국내 최고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유기적인 서비스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는 “역량 있는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K-UAM 로드맵을 현실화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앞선 ICT를 기반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모빌리티 인프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확산을 기업 미래 과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다. 통신사업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요금인하 등 규제 압박이 커진 데 따라 신사업 발굴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과거에도 이 같은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으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물살을 탄 ‘비대면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전통적 의미의 통신기업을 넘어선다는 비전 아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대대적인 변신에 들어섰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티맵모빌리티는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전동킥보드, 대리운전, 주차 등을 모두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하며 광고와 데이터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을 전개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우버와 택시호출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도 설립한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UAM 시연 비행 행사에서 공개한 '버터플라이'의 3분의 1 크기 목업(mock-up). (사진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방산 기술 담아 ‘나비’ 만든다

4자 연합의 현재 주축은 한화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UAM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가 있다면 드론택시나 플라잉카 등으로 통하는 PAV(Private Air Vehicle)의 개발일 것이기 때문이다. 4자 연합에서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과 항행·관제 부문의 ICT 솔루션을 개발한다.

세계적으로 PAV 기술은 유인 기체의 시험 비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에서도 최초의 시범 운항이 이루어진 바 있다. 아쉽게도 당시 시범에 쓰인 PAV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기체가 아니라 중국 이항(EHANG)사의 EH216 드론이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서는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이 PAV 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화시스템의 제작 기술력이 좀 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PAV 개발 열풍은 미국의 공유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가 2016년 10월 PAV 사업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버는 플라잉 택시 ‘우버에어’ 개발 전담 조직 ‘우버 엘리베이트’를 신설하고, 보잉, 앰브러러, 카렘에어크래프트, 벨헬리콥터, 피피스트럴 등 5개 항공기·헬리콥터 제조사와 제휴했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도 그 무렵부터 PAV 시장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2017년에는 ‘이-볼로’의 유인 드론 ‘볼로콥터’가 하늘을 날았고, 2019년 5월엔 독일의 스타트업 릴리움이 5인승 전기 제트기 ‘릴리움제트’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드론 산업에서 이미 강점을 보여 온 중국은 남들보다 앞선 2016년 1월 CES에서 1인승 PAV를 선보인 바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릴리움이 2019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릴리움제트'의 이미지. (사진 = 릴리움)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UAM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미국의 PAV 기업인 ‘오버에어’에 2500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를 투자했다. 오버에어는 우버 엘리베이트 협력업체이자 수직이착륙기(VTOL) 전문업체인 카렘에어크래프트에서 분사된 기업이다.

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버에어가 본격적으로 출범했고, 두 회사는 ‘버터플라이’(Butterfly)라는 이름의 PAV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적극적 투자 및 제휴로 사업화 가속

한화시스템은 국내 대표 방산 기업으로, 레이다, 통신 및 항공전자 기술 등 PAV 개발에 유용한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 및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터플라이’에도 한화시스템의 독보적인 센서·레이다·항공전자 기술과 저소음·고효율의 최적 속도를 내는 틸트로터(Tilt Rotor) 기술이 적용된다.

버터플라이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UAM 시연 비행 행사에서 3분의 1 크기 목업(mock-up, 실물모형)으로 국내외 최초 공개됐다.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진하는 UAM 서비스의 조감도. 김포공항에 구축을 검토 중인 ‘버티허브'(Verti-hub)는 UAM용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의 상위개념으로, UAM과 다른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 = 한국공항공사) 


그밖에 한화시스템은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과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7월에 먼저 MOU를 체결하고 기체·항행교통 기술 및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 및 버티허브(Verti-Hub) 등 인프라 구축 및 통합운영 시스템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또 UAM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 영국 롤스로이스 출신의 김석규 상무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의 신사업 분야 대표주자로 나서고 있다. 곧 경영 일선에 복귀할 예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항공·우주를 비롯해 모빌리티(운송수단), 그린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해달라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제시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 김연철 사장은 4개 기업의 MOU 체결과 관련하여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운항 서비스·인프라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며, 업계 선도기업들과 전방위적인 사업기회를 발굴하고자 한다"며 "4각 협력체계가 만들어나갈 한국의 UAM 사업모델과 생태계가 글로벌 UAM 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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