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영토전쟁 ①] 파고드는 ‘플랫폼 핀테크’에 전통 보험사들 “비상”

토스 앱, 최대 설계사 플랫폼 올라 … 카카오페이는 직접 종합손보사 설립

이될순 기자 2021.02.23 09:11:40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기존 보험사들과 디지털 손보사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테크핀 업체인 토스는 앱을 통해 보험 플랫폼 확장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대면 채널에 의존하던 전통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플랫폼 개발과 스타트업 투자 확대 등에 나서면서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보업을 두고 업계 내 영토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각 사의 디지털 전략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문화경제가 살펴본다.

토스‧카카오페이 증권 잡고 보험까지

테크핀(Tech‧기술 + Fin‧금융,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 회사들의 손보사 진입이 활발하다. 토스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역량을 강화하고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출범시켰다.

토스는 GA 성격의 토스인슈어런스를 통해 비대면 맞춤 보장분석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인슈어런스에 소속된 보험분석매니저는 모두 정규직이다. 이들은 토스 앱을 통해 가입된 보험 내용을 확인하고 ‘내 보험 조회’ 서비스에서 상담을 신청한 고객에게 전화를 건다. 고객과 상담을 통해 보장이 과도한 부분은 줄여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돕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제휴 보험사 상품 중 적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토스는 설계사 영업용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출시한 앱 토스보험파트너는 국내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보험설계사가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2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최대 설계사 플랫폼이 됐다.

 

지난해 출시한 앱 토스보험파트너는 국내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보험설계사가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진=토스인슈어런스 홈페이지


사용자는 토스 앱에 있는 나만의 보험 전문가 페이지에서 설계사 목록을 조회하고 설계사 평점‧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상담 후엔 만족도와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토스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토스 사용자가 토스보험파트너 등록 설계사에게 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누적 22만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종합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상반기 중 예비인가, 법인 설립, 본허가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 정식 출범 후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종합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상반기 중 예비인가, 법인 설립, 본허가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 정식 출범 후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보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에 집중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을 활용해 플랫폼 내에서 보험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가입 절차도 간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에 잘 만들어진 상품들을 제휴사를 통해 판매해 왔는데, 이제는 혁신적인 상품을 직접 만들어 원수사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사란 직접 보험상품을 만들어 보험료를 받는 보험 회사를 말한다.

전통 손보사들, 디지털화에 주력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테크핀 기업들이 보험업계에 진출을 강화하자 기존의 손보사들은 디지털 강화에 방점을 찍으며 방어에 나섰다. 보험사 CEO들의 신년사는 물론 경영전략 방향을 발표하는 경영전략 회의에서도 디지털은 빼놓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코로나19의 종식 후에도 일상에 자리 잡은 비대면, 디지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보험상품과 서비스의 기획, 출시, 사후 관리까지 보험업의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DB그룹 김남호 회장 또한 “금융회사도 디지털 기업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디지털 역량이 경쟁력 확보와 생존에 직결되는 점을 명시하고 고객, 상품, 채널 등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KB손보는 올 초 경영전략 회의에서 영업, 디지털, 고객, 1등을 올해 키워드로 선정했다. 경영계획 수립 방향은 ‘미래지향의 본업 펀더멘털 턴어라운드 가속 및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 선점’이다.

 

지난 1월 KB손해보험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임직원과 영업현장의 설계사(LC) 등 모두가 함께하는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사진=KB손보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은 “그간 보험시장 진입장벽으로 신규 사업자의 진출이 많지 않아 파괴적 혁신이 더디게 진행됐지만, 디지털 보험사와 소액단기보험사의 설립은 보험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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