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권교체의 ‘맛’은 제도변혁에 있다는데…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변혁 준비됐나

최영태 기자 2021.04.08 12:11:58

최영태 편집국장

민주당이 장기 수성해온 서울의 수장이 바뀌었다. 보수색이 한국을 휩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통하던 공식인 ‘서울 = 민주당’이 무너졌으니 참으로 대단한 변화다.


한국이나 미국은 양대 정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는 게 특징이다. 보수 일색으로 가는가 싶다가도 보수가 실책을 하면 진보로 갈아타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한국 국민의 선택이었고, 이런 역동적인 선택이 일본과 다르게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왔다고 할 수 있다. 보수당 하나만 바라보면서 사는, 그래서 변화-변혁이 없고, 일부 대기업을 빼고는 나라 전체가 침체에 빠진 듯한 일본과 역동적인 한국이 다른 점이다.

 

의미있는 정권교체와 어지러울 뿐인 정권교체의 차이


요즘 한국인들도 해외 증시와 채권,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하기에 해외 사정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다. 해외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보수와 진보가 역동적인 정권교체를 해온 브라질 투자 환경에 대해 얘기하면서 “선진국 투자자들은 브라질처럼 보수와 진보가 역동적인 정권교체를 하는 나라를 좋게 생각한다. 왜냐면 이런 교체 과정에서 새로운 제도의 수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라는 요지였다.

 

결국 정권변화의 요체는 제도 개혁에 있으며, 이런 제도개혁이 이뤄지는 나라만이 경제적으로 좋은 흐름을 탈 수 있기에 세계의 대형 투자자들이 좋아한다는 얘기였다.

 

2007년 취임식의 브라질 룰라 대통령. 보수와 진보가 교체 집권하는 과정에서 브라질은 경제적 제도개혁을 이뤘고, 이런 제도개혁을 세계적 투자자들은 좋아한다고 신환종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전했다. (사진 = By Wilson Dias/ABr - Agência Brasil, CC BY 3.0 br,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483040)

 

21세기 이후 한국의 정권들을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 때는 종부세 신설 등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이명박 정권 때는 종편 신설이라는 방송-언론계의 일대 변화가 있었다. 올바른 변화였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한국 방송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한 일이 없는 박근혜 정권 때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느닷없는 결정, 그리고 사모펀드 규제 완화(이후 온갖 금융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이상한 변화만이 주로 기억된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국회 180석이라는 국민의 지원을 바탕으로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분리, 임대차 3법 등 굵직한 변화를 이뤄냈다. 물론 그게 올바른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이번 4.7 재보선은 ‘부동산 선거’였다. 미국을 필두로 하는 금리인하와 돈풀기에 따라 전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에 한국의 최근 2~3년간 집값 폭등은 기본적으로 ‘세계적 경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 대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세제 혜택을 주고, 또한 집값 ‘안정화’에만 치중했을 뿐 서민을 위한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실책이 크고, 그 결과가 이번 재보선이었다.

 

'부패 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새 부동산 정책을 내놔라


청와대는 8일 이번 재보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으로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매진하겠다는 세 가지 중 마지막 ‘부동산 부패 청산’ 약속은 미진하다. 과거지사를 다루는 ‘부패 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부동산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안을 내놓느냐 못 내놓냐가 정권재창출 여부를 가를 것 같아서다. 


현재 대부분 국민이 화난 이유는, ‘강남 집 주인’ 등 수억 원씩 오른 집을 가진 극소수 이외의 대부분 국민은 벼락거지가 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라 희희낙락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경제 현상도 없다. 수십억 강남 아파트를 팔고 교외나 지방의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가서 살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집값 상승의 국민경제적 이익은 전무하다. 비슷한 동네로 이사한다면, 값오른 내 집 팔아 값오른 남의 집 사야 하므로 이득은커녕 세금-중개료-보유세 등만 더 들어간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이상한 금융 정책’이 모두 미친 집값의 결과들이므로, 집값 폭등은 그냥 두렵고 피해야 할 경제 현상일 뿐이다.

 

앞으로 1년도 안 남은 다음 대선까지 대결의 장은 부동산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의미있는 부동산 제도 변화’를 펼치는 당과 후보가 선택받을 것 같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주택’이라는 자신의 기획을 올해 펼쳐보일 것이란다. 집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한국의 전통적 관념에 일대 흠집을 내기 위한 기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변혁 안이 인기를 끌어 당선된 게 아니라 여당의 부동산 실책에 힘입어 컴백했다. 국민의힘 역시 ‘집 주인이 돼 돈 버는’ 박정희식 아파트 모델 이외에 제도변혁이랄 것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이 나라 경제를 정상화하고 국민이 편하게 살(住)게 할 제도 변혁을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내놓을지를 국민과 세계의 투자가들이 지켜보고 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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