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신탁 ②] KB국민은행, 좋은 사회 만드는 공익신탁 운영

신탁받아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기부자에겐 세제 혜택

옥송이 기자 2021.04.12 09:28:32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소리 없이 규모가 커진 시장이 있다. ‘신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탁 수탁고는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국내에서 신탁은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장기 자산관리 수단 및 재산권 이전을 위해 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도 신탁상품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2편은 지역 사회기반시설을 위한 공익신탁을 출시한 KB국민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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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의 힘

영국 토지 가운데 25만 헥타르에 달하는 땅은 국가의 것도, 개인의 소유도 아니다. 특정 조직이 소유한 자산이다. 이 단체의 이름은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문화자산을 확보해 영구히 보전하는 민간단체이자 시민환경운동이다.

이 단체의 활동을 우리말로 하면 ‘자연신탁국민운동’ 정도로 치환할 수 있다. 믿고 맡긴다는 의미의 ‘신탁(信託)’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후대를 위한 자연보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시민 회원들이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원들의 성금이나 기부를 통해 운영하며, 옛 귀족의 저택 같은 문화유적은 소유자가 보존 효율성을 위해 자진 신탁하는 경우가 많다.

총 126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의 회원은 현재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이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총 780마일의 해안과 25만 헥타르의 토지, 500여 곳에 달하는 유적지와 고택, 정원 등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신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생활SOC공익신탁'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공익신탁, 한국에선 아직 생소해

해외의 경우 공익신탁이 기부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공익신탁은 말 그대로 개인이나 법인의 재산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사익신탁과 구분된다. 사익신탁은 개인 재산 증식이 목적이지만, 공익신탁은 별도의 수익자를 지정할 수 없다. 단, 목적만 지정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공익신탁이 없는 걸까? 많진 않지만 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알려졌던 것이 지난 2015년 출시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다. 한국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이 신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시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1호 가입자로 2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홍보를 펼쳤고, 각계각층의 기부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발 공익신탁 활성화 움직임은 단기간에 끝났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이면서,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 역시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 공익신탁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이후 이렇다 할만한 공익신탁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KB국민은행의 공익신탁이 생활밀착형 특징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생활SOC 공익신탁'은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과 협력을 통해 탄생했다. 사진은 시범 지자체로 선정된 은평구청과 지난해 7월 'KB은평愛 생활SOC 공익신탁 업무협약식'을 체결하는 모습. (왼쪽)김영길 KB국민은행 WM고객그룹 부행장과 (오른쪽)김미경 은평구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KB국민은행 


SOC 마련용 공익신탁 출범

KB국민은행의 ‘생활SOC공익신탁’은 지역주민들의 기부금을 생활SOC(사회기반시설) 운영 재원으로 활용하는 상품이다.

이를테면 내가 낸 돈이 동네 도서관, 체육시설 등의 운용자금으로 전액 사용돼 기부의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과 협력을 통해 탄생한 것으로, 서울시 은평구,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부터 우선 도입됐다.

방식은 이렇다. KB국민은행이 SOC공익신탁의 수탁자로서, 지역주민 또는 법인의 기부금을 펀드로 조성·운영한다. 이후 그 원금과 운용수익은 지자체 내 설치된 공익신탁운영회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 생활SOC시설의 운영비로 집행된다.

이 상품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세제 혜택도 부여됐다. 위탁자(기부자)에게는 연말 정산 시, 기부금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 3000만 원 초과분은 25%까지 공제된다. 법인의 경우는 소득금액의 10% 범위 내에서 손금이 산입된다.
 

KB국민은행 ‘생활SOC공익신탁’ 운영구조. 사진 =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


프로젝트 관계자는 “KB생활SOC공익신탁을 통해 주민이 낸 기부금이 지역 내 생활SOC의 운영비로 직접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 신탁을 통한 기부는 지자체에는 운영 부담을 완화 효과를, 기부자에게는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 부여와 고향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등의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 수요조사를 거쳐 서울 은평구, 경남 창원시, 전남 순천시 등 3개 지자체를 시범 지자체로 선정했다”며 “올해는 전국적인 확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생활SOC공익신탁은 KB국민은행의 사회 공익적 가치 실현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출시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탁상품을 출시해 자발적인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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