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탈통신 ①] SKT, "통신 + 투자회사" 선언 후 주가 52주 신고가 연일 경신

연내 통신 / 비통신 투자회사로 분할 … 중간지주사 전환 가속

윤지원 기자 2021.04.13 09:24:27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 주가가 주주총회 이후 연일 상승하면서, 기업 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 그에 따른 본격적인 탈 통신 행보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월 8일 오후 12시 10분경, SK텔레콤의 주가가 28만 5500원을 기록하며 이틀 전(6일) 세운 기존 52주 신고가(28만 4500원)를 +1000원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주가 상승세가 SK텔레콤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SK증권이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에 대해 “상반기 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 주에 기업 분할 추진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

SK텔레콤은 앞서 지난 3월 25일 서울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과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거버넌스) 확립’이라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올해 안에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단계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는 핵심 사업인 이동통신(MNO)을 하는 사업회사와 나머지 비통신 부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예고로,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4월 중에 구체적인 분할 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뉴ICT 사업 추진 계획. (사진 = SK텔레콤)


NEW ICT 확장 5년, 성과 뚜렷

SK텔레콤은 일찌감치 탈통신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ICT 사업 분야의 자회사들을 육성해 왔다.

그동안 유무선 네트워크 기반의 필수 통신 서비스를 통한 안정적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해당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고, 이에 다른 이통사들과 마찬가지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탈통신을 추진한 것.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이 2017년 CEO에 취임하면서 미디어·커머스·보안·모빌리티를 콕 찝어 ‘뉴 ICT 4대 신사업’으로 정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탈통신 행보를 공식화했다. 이후 공격적인 M&A와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으로 빠르게, 그리고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먼저 국내 4위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인 11번가와 업계 빅3로 꼽히는 보안회사인 ADT캡스가 있다. 지난해에는 티맵을 위시한 모빌리티 분야를 따로 떼어내 티맵모바일을 만들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콘텐츠와 OTT 서비스를 하는 웨이브(WAVVE)를 지상파 3사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이동통신사들 및 네이버와 함께 한국판 통합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뉴 ICT 사업부문 중 미디어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웨이브. (사진 = 웨이브)

 

SK텔레콤은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 4위의 11번가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인수전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거래 총액 부문에서 업계 투 톱인 네이버와 쿠팡을 능가하는 수준이 된다. (사진 = 연합뉴스)


이들 SK텔레콤 뉴 ICT 계열사들이 보여준 성장세는 고무적이다. SK텔레콤 비통신 부문 매출은 지난 2015년 4조 5800억 원으로 SK텔레콤 전체 매출(17조 1370억 원)의 26.7%였으나, 5년이 흐른 후인 지난 2019년에는 6조 3275억 원으로 전체 매출(17조 7437억 원)의 35.7%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비대면 부문이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이 역대 최대인 18조 6247억 원을 달성했으며, 비통신 부문 매출의 비중은 37%까지 커졌다. 통신 부문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비통신 부문이 그만큼 증가한 것으로, 탈통신 목표 달성에 빠르게 다가갔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또 뉴 ICT 사업은 2019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3200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고, 전체 영업이익(1조 3493억 원)에 24%나 기여했다.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을 전담할 사업회사와 비통신 계열사 사업을 지배할 투자회사로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기업 분할로 통신-비통신 분리
비통신 자회사 기업가치 제고에 유리


이처럼 SK텔레콤의 비통신 부문은 최근 일제히 성장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SK텔레콤 비통신 계열사들의 현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기만 해도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S투자증권은 "현재의 SK텔레콤 주가엔 자회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점차 자회사 지분가치가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 비통신 계열사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은 필요하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주가 수준이 전체 SK텔레콤 사업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 상반기, 구체화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여 사업회사에서 통신 부문을 담당하게 하고, 투자회사는 비통신 사업 부문을 지배하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뉴 ICT 계열사들을 집중관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주도하여 기업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저평가돼 있는 자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SK텔레콤이 “(콘텐츠 회사인) 웨이브(WAVVE)에 대해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등 기업 분할이 “기업가치 증대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밖에도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뉴 ICT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합하면 25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정호 사장이 올해 월 4일 SK텔레콤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 인사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4월 중 기업분할 공식화하고 절차 돌입할 전망

아울러 SK텔레콤은 성과를 내고 있는 비통신 계열사들을 순차적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동시에 분기 배당 근거를 정관에 반영하여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2016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과제였는데,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또한 기업분할은 더 미룰 것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단계는 먼저 4월 셋째 주 내로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고, 이어 박정호 사장이 직접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갖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개편안 및 취지를 설명하고 주요 사업 방향을 공유한다. 이어 곧바로 분할 작업에 착수하여 올해 내에 개편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

SK텔레콤이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규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이 20%에서 30% 이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00조 원이 넘는 SK하이닉스가 문제다. 중간지주사 전환이 올해 되느냐, 내년에 되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로 보유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 10조 원 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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