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정말?①] 이마트의 ‘최저가 포부’, 쿠팡보다 싸다?

14년만 ‘최저가격 보상제’ 도입 … 앱이 가격 비교부터 차액보상까지

옥송이 기자 2021.04.14 17:29:50

어쩌면 싼 가격을 찾아 발품 팔 수고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유통업계가 가격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發) 소비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통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출혈 경쟁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말 쌀까? 환심만 사려는 건 아닐까?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저가 전략을 내세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검증해본다. 1편은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한 이마트다.

최저가격? 말대로 열에 아홉은 싸

이마트가 최저가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쟁사인 쿠팡이나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보다 상품 가격이 비싸다면 차액을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무려 14년 만에 부활한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다. 시행 첫 주말인 10일, 서울시 한 이마트 점포를 찾았다.

안내표지판이 주로 적색인 이유는 빛의 파동 주파수가 짧아 사람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그렇다. 이마트는 새로운 제도를 고객들에게 명확히 각인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매장 곳곳에 ‘최저가격 보상제’를 알리는 붉은색 안내문이 부착됐다. 특히 주목해야 할 상품에는 최저가임을 알리는 표를 따로 붙여 놓기도 했다.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한다. 사진은 서울시 한 이마트 점포에 설치된 안내문. 사진 = 옥송이 기자 


적색 안내문의 설명에 따라 이마트앱에 접속해 최저보상을 받기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한 손에 타사 앱을 켜고 가격 비교에 들어갔다. 주된 비교 대상은 최저가 표지가 붙은 상품들. 아무리 최저가 선언을 했어도,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업체보다 쌀까 하는 의심은 매장을 돌며 점차 깨졌다.

이마트가 사전 공지한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표품목 500개는 주로 가공·생활용품 등에 밀집돼 있는데, 생활용품류의 경우는 타사와 가격이 거의 비슷하거나 같았다. 특히 조미료·소스 등은 비교사와 가격 오차 없이 동일한 수준이었다. 일부 과자류는 같은 용량을 타사와 비교했을 때 10일 기준 1500원가량 더 쌌다.

체감상 열에 아홉은 타사와 가격이 같거나 저렴한 수준. 일부러 더 비싼 가격을 더 찾기가 어려웠다. 2개 층을 돌아다닌 끝에 타사보다 비싼 냉동 가공식품을 겨우 구매했다. P사의 376g짜리 냉동 피자 두 개(동일 상품) 묶음 기준 타사는 9480원, 이마트는 2000원 에누리 적용을 해 9960원으로 이마트가 480원 더 비쌌다.

앱으로 차액 돌려받는 과정은 설왕설래

규정에 따르면 구매 제품이 비교 3사보다 비쌀 경우, 고객은 이마트앱 영수증 탭에서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면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신청 가능 기간은 구매 다음 날부터 일주일 이내다. 그러나 모바일 영수증 목록 어디에도 해당 버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사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최저보상가격 보상 품목 500개에 속하는 상품을 구매하실 경우 분명 보상 버튼이 뜬다”며 “버튼을 클릭하면 차액을 e머니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본조건을 갖췄음에도 신청 버튼이 없다 하자 자세한 건 구매한 지점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흐름도. 규정에 따르면 구매 제품이 비교 3사보다 비쌀 경우, 고객은 이마트앱 영수증 탭에서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면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사진 = 이마트 


상품을 구매했던 지점의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고객님이 구매한 P사의 냉동제품은 1+1이라, 가격보상에서 제외되는 품목”이라며 “그러나 보상 요건을 맞춘 상태에서 타 3사보다 비싸게 구매했을 경우, 구매 다음 날부터 7일 이내 차액이 알아서 들어 온다. 모바일 영수증 내 ‘가격보상 신청’ 버튼이 따로 뜨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구매한 제품이 최저가격보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게 됐지만, ‘가격보상 신청 버튼’ 유무로 인해 새로운 혼란이 가중됐다. 본래 이마트의 안내에 따르면 앱 내 생성된 해당 버튼을 눌러야 차액을 보상받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궁금증은 행사 담당자에게 문의한 끝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마트 담당자는 “가격을 보상받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신세계 포인트를 사용하고 이마트 앱을 사용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계산할 때 핸드폰 번호나 SSG페이, 포인트 카드, 이마트 앱의 바코드 등으로 신세계 포인트를 적립하면 이마트 앱에 모바일 영수증이 생성된다”며 “만일 비교 3사보다 비싸게 구매했을 경우, 이마트 앱의 모바일 영수증에 노란색 가격보상 신청 버튼이 뜬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버튼을 클릭해야만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또 해당 시스템은 이마트 앱이 자동으로 가격을 비교하는 것으로, 전산상 최저가가 맞으면 가격보상 신청 버튼이 별도로 생성되지 않는다”며 “이번 최저가격 보상제를 선보이면서 e머니를 같이 론칭했다. 앱을 사용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 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취지”라고 덧붙였다.

“가격은 이마트가 비교해드릴게요. 구매하신 가격이 최저가에요”

이마트 최저가격 보상제를 총평하자면 이러하다. 사전 공지한 가격보상 대상 500개 품목에 한해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 할 수 있겠다. 타사보다 더 비싼 품목을 일부러 골라서 차액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구매 당일 오전 9시~12시 사이의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이마트앱이 자동으로 비교해 차액을 지급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서울시 한 이마트 점포의 채소 코너. 일부 상품에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해당 상품임을 알리는 표가 부착돼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다만, 앱을 통해 e머니로 돌려받는 과정에서 혼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직원들이 많아 설왕설래할 뿐 아니라, 생각보다 최저보상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N개 + 1 제품이나, 쿠폰 할인, 카드사 할인, 연계 할인 등 특별할인이 적용됐다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

주부 A씨는 “매장에서 최저가격 보상적립 이벤트를 보고 대략 쿠팡과 비교해 더 비싼 것을 사봤는데, 다음날 최저가격 보상 신청 버튼이 누락돼 있었다”며 “문의해보니 전산상 처리된 거라 오류가 없을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는데, 모바일에서 타사보다 얼마나 더 싼지 표기되는 등 상세한 설명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불 지핀 최저가戰 … 마켓컬리도 동참

한편, 최저가 전쟁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마켓컬리가 ‘EDLP(Every Day Low Price)’를 신설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당 제도는 채소·과일·수산·정육·유제품·쌀·김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온라인몰 최저가격에 판매하는 정책이다. 이어 경쟁 유통사들은 물론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관련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최저가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들에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등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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