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 CJ제일제당이 '썩는' 플라스틱 개발 나선 이유는?

첨단 소재 PHA 개발로 바이오 시장 선점 박차

강동원 기자 2021.06.09 09:27:01

버려진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썩는 데 약 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썩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최근 ‘썩는’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다름 아닌 ‘식품’회사 CJ제일제당이다. 식품 업체가 왜 썩는 플라스틱 생산에 나섰을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왜 썩는 플라스틱일까?

 

CJ제일제당이 썩는 플라스틱 생산에 나선 이유는 최근,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각 국가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kg당 0.8유로(약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또한, 현재 40% 수준에 머무는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비율을 2025년에는 50%, 2030년까지 5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생활폐기물 탈(脫)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EU와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의 재생원료 비중을 30%까지 의무화했다. 또한, 2050년까지 썩는 플라스틱인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률을 1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규제뿐 아니라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성장세 역시 뚜렷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하며 지난해 대비 약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일반 플라스틱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3~4%보다 높은 수치다. 기업들이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식품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산업 소재 시장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썩는 플라스틱인 'PHA'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특별한 플라스틱 PHA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행복한콩 두부' 등 일부 묶음 제품 포장에 'PHA(Polyhydroxy alkanoates)'로 만든 투명 비닐을 적용했다. 지난해 11월 PHA 대량 생산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를 실제로 적용한 첫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PHA는 자연에서 썩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주요 소재 중 하나다.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이를 세포 안에 과립형태로 쌓아둔 고분자 물질을 추출해 일정 가공 과정을 거쳐 사용한다.

PHA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LA(Polyacric Acid)에 비해 넓은 생분해 범위를 가진다는 점이다. PLA는 일정 온도와 퇴비화 설비 등을 거쳐야 분해되는 반면, PHA는 미생물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6~12개월 안에 생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PHA는 품질도 인증받았다. 지난 2월 유럽 친환경 인증기관인 TUV AUSTRIA는 PHA에 'TUV 생분해 인증'을 부여했다. 해당 인증은 소재가 생분해되는 환경에 따라 산업·가정·토양·해양의 네 가지 인증을 부여하는데, PHA는 국내 최초로 해양 생분해 인증을 획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생분해 소재 전문기업 메타볼릭스(Metabolix)의 기술 자산을 인수하면서 CJ제일제당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미생물 발효 등 바이오 기술과의 시너지가 커졌다”며 “연구개발(R&D) 인력 확충 등으로 기술 발전에 공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말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에 연간 5000톤 규모의 PHA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PHA, 미래는?

 

현재 PHA는 대량 생산 라인이 구축되지 않아 대량 생산이 어렵다. 그럼에도 사전 수요와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CJ제일제당의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북미와 유럽 등의 거래처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을 펼친 결과, 연간 생산량인 약 5000톤 수준의 사전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 42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3D 프린터 소재 기업인 헬리안 폴리머스(Helian Polymers)와 PHA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올해 말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에 연간 5000톤 규모의 PHA 전용 생산시설이 구축되면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PHA 시장 역시 지속해서 성장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PHA 시장규모는 지난해 3만6000톤에서 2025년 33만톤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PHA의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내 점유율 역시 3%에서 1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PHA는 올해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친환경 포장재 연구개발과 제품화에 더욱 힘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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