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돈쭐 ①] 라벨 떼 속살 드러낸 생수가 불티나게 팔린다

롯데칠성음료 무라벨 제품 매출 ↑ … 편의점 업계도 자체 PB로 도입

옥송이 기자 2021.06.10 09:25:27

‘돈쭐내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돈’과 ‘혼쭐내다’를 합친 신조어로,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귀감이 된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려주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꾸짖는다는 본래 의미와 달리, 애정이 듬뿍 담긴 소비 행동의 일환이 셈이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움직임이 일면서 남다른 친환경 행보를 보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이 돈이 된다는 뜻이다. 어떤 기업들이 ‘돈쭐’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1편은 업계 최초 무라벨 생수로 한 획을 그은 롯데칠성음료다.

출시 이후 판매량 160% 증가

‘개척자의 위엄’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올해 5월 말까지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160%나 증가했다. 심지어 1.5ℓ 단일 상품 추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ECO’.

ECO를 붙인 데서 짐작했겠지만,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품이다. 이 녀석이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국내 최초로 라벨을 벗어던진 샘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수병의 몸체를 감쌌던 라벨은 일종의 ‘생수소개서’로 작용했다. 샘물의 출신지는 어디인지, 제조 일자 및 유통기한은 언제인지, 또 상품의 브랜드명이나 판매원·무기물 함량 등의 정보가 빼곡히 기재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사진은 500㎖ 제품으로, 생수병 몸통을 감싸던 라벨 대신 음각으로 새긴 브랜드 로고와 수원지 및 제조날짜가 눈에 띈다. 사진 = 옥송이 기자 


이처럼 정보로 점철된 비닐종이였기에 띠(라벨)을 없앴다는 점이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편으론 브랜드에 대한 노출도 줄어들어 판매량도 고전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친환경이 승리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인 아이시스 에코는 지난해 1월 업계 최초로 선보였으며, 1.5ℓ를 시작으로 500㎖·2ℓ 등 상품군을 점차 확대해왔다”며 “에코 라인은 출범 이후 지난해 1년간 1010만 개가 판매됐으며, 판매된 수량만큼 라벨 포장재 사용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1.5ℓ와 2ℓ는 라벨 한 장당 무게가 0.8g, 500㎖는 0.3g”이라며 “무게로 환산하면 총 6.8톤의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이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가치소비와 맞물려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라벨을 없앴음에도 판매 수치가 늘어난 데는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려서 그렇다.

가치소비는 말 그대로 본인의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현상이다. 이를테면 가치를 부여했거나 만족도가 높은 상품은 과감히 구매하는 식인데, 최근에는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 구매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월 묶음 포장용 상품들에 한해 뚜껑에 있던 라벨까지 없앴다. 사진 = 롯데칠성음료


지난해 IBM이 전미유통협회(NRF)와 함께한 글로벌소비현상 연구에 따르면, 세계 28개국 18~73세 소비자 1만 9000명 가운데 가치 중심적인 소비자의 70%는 재활용·친환경 제품 등 환경보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일반 가격보다 35%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그중 57%는 환경파괴를 줄이기 위해 구매 습관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환경에 대한 신념을 가진 소비자들이 무라벨 생수 등의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30대 A씨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환경과 가까운 제품들을 선호한다”며 “라벨 없는 생수 역시 일부러 찾아서 주문하는데, 분리수거 시 손이 조금이라도 덜 가니 훨씬 편하고 좋다. 또 지구 환경을 위해 이런 작은 행동이나마 실천할 수 있어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 음료에 차례로 ECO 붙인다

라벨을 뗐다고 해서 정보 제공의 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보기 편해졌다. 개별 무라벨 상품의 경우, 병 몸통에 브랜드 로고를 음각으로 새기고 수원지와 제조날짜를 기입했다. 대신 마개에 작은 띠를 부착해 나머지 상세 정보를 전달했다. 올해 2월에는 묶음 포장용 상품들에 한해 뚜껑의 띠마저 없앴다.

소비자 B씨는 “라벨 없는 제품이 시각적으로도 더 예쁘다. 이전엔 잘 몰랐는데, 투명한 병 몸통에 새겨진 제조날짜를 보고 생수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친환경인 데다 제조일자도 최근이라 싱싱한 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칠성사이다 에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라벨을 없애고 녹색 대신 투명한 병으로 교체했다.사진 =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제품군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표 제품 ‘칠성사이다’와 탄산수 ‘트레비’의 ECO라인을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라벨을 떼어 버리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라벨 제품을 늘리고 있다”며 “이외에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빨대 도입, 포장재 및 박스 재질의 재생 원료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PB상품으로 라벨 뗀 샘물 선보여

무라벨 생수의 ‘돈쭐’ 효과가 가시화되는 데다 소비자 호응까지 이어지면서, 편의점 업계에서도 잇따라 라벨 없는 생수를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2월 자체 PB 브랜드인 HEYROO를 통해 500㎖짜리 무라벨 샘물을 선보였다.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PB생수임에도 불구, 출시 이후 해당 제품의 한 달간 생수 매출은 전년 대비 78.2% 급증했다.

CU 측은 “같은 기간 생수 전체의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3.8배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라며 “이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도 PB무라벨 생수를 선보였다. 사진 = 이마트24 


편의점 이마트24도 지난 4월 PB생수 ‘하루이리터’를 선보였다. 2ℓ짜리 6입 번들에 한해 무라벨이며, 제품 정보는 대용량 비닐 포장지에만 표기해 각 생수에 부착된 라벨과 접착제를 완전히 없앴다. 이마트24는 전체 PB생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ℓ 번들에 무라벨을 우선 적용한 뒤 순차 무라벨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마트24 데일리팀 조계동 팀장은 “무라벨 생수를 통해 라벨을 떼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분리배출의 편의성을 높이고,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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