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 다문화가족 초청하고 전시 관람 돕는 보정안경 도입…“문화접근성 강화”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 가족다양성 맞춘 초청 행사 및 보정안경으로 관람환경 개선

김금영 기자 2023.10.24 15:51:57

23일 리움미술관 다문화가정 초청 관람 행사에서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이 전시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이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접근성을 강화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다문화가정 초청 관람행사 열어

리움미술관은 용산구, 마포구, 강북구, 성동구, 은평구 가족센터 등 8개 기관과 협력해 다문화(외국인)가정의 부모와 자녀를 초청하는 미술관 초청 관람 행사를 23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가족다양성과 지역사회 교류에 초점을 맞춰 20여 개국 200여 명의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초청했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다문화가구 비율이 네 번째로 높은 용산구에 소속한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미술관이 속한 지역사회 특성을 이해하고 구성원과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연대하며 지역공동체 내에서 공존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에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고미술 상설전과 기획전 ‘강서경’전과 ‘김범’전을 관람하며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삼성 관계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삼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특별공연도 마련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초월한 공감을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23일 리움미술관 다문화가정 초청 관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삼성문화재단

참석자들이 쾌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정기휴관일인 행사는 월요일에 진행했다. 관람에 앞서 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과 유지원 큐레이터의 해설을 통해 기획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도 마련했다.

관람 시에는 전시와 미술관 공간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는 ‘디지털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리움의 디지털가이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국 언어로 서비스(기획전시는 한국어·영어 가이드 서비스 제공)되고 있다.

또한 행사 중에는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실시간 다국어 문자통역 솔루션을 통해 영어, 아랍어, 베트남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태국어 8개국 언어 실시간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에게 편리한 언어로 소통하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참석자들은 “가족, 친구와 함께 리움미술관을 방문해 전시와 연주를 감상해 즐거웠고, 역사책에서만 보던 유물들을 실물로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또한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통역 서비스 덕분에 전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구가족센터 한선규 센터장은 “우리 사회 속 다문화가정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포용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며 “환대와 존중 속에 마련된 초청 관람 행사를 통해 소속감과 상호 이해를 높이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이번 초청 행사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참석자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감상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총 4회에 걸쳐 장애인과 노인 등 약 600여 명을 초청해 관람 행사를 가졌다. 11월과 12월에도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문화취약계층 발굴하여 초청하는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호암미술관, 보정안경 도입으로 ‘배리어 프리’ 관람 환경 조성

23일 리움미술관 다문화가정 초청 관람 행사 참석자들이 리움 강당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호암미술관에서도 접근성 향상과 관람경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5월 호암미술관이 재개관하면서 색맹·색약 등 색각 이상을 가진 관람객의 전시 관람을 돕는 보정안경을 국내 미술관 최초로 비치하고 이를 무료로 대여해 관람객의 경험의 질을 높이고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물리적, 심리적 장애물 없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무장애)’ 관람 환경 조성의 선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호암미술관에 먼저 도입된 색각 이상 보정안경은 미술 작품 속 색을 감각하는 것이 중요한 공간인 미술관에서 색각 이상으로 불편을 겪거나 예술적 체험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관람객의 관람 경험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도입에 앞서 색각 이상 보정안경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예비사회적기업과 협업해 3000∼4000캘빈(K)의 전시장 내부 색온도와 실내 관람 환경 등에 적합하고 미술품 감상에 도움이 되는 투명도의 렌즈를 수개월의 연구 끝에 개발하기도 했다.

‘김환기’전 전시 기간 동안 보정안경이 필요한 관람객에게 안경을 대여했고 이용자들은 대체로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된 김환기의 작품을 이전에 인식하지 못한 새로운 색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는 의견과 “미술관에서 보정안경을 대여하는 사례가 흔치 않아서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24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도 색각 이상 보정 안경을 비치한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호암미술관의 운영 사례를 통해 측광의 유입을 막는 새로운 안경 디자인을 개발하여 기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보정용 특수 렌즈에 최적화된 안경테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 편의와 심미성을 보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3일 삼성문화재단은 색각이상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색각이상 보정안경 전문 기업 주식회사 알엠케이, 3차원 스캐닝·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맞춤 안경 제조 스타트업인 브리즘(주식회사 콥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에는 색각 이상 보정안경의 도입이 미술관 관람 경험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의료기관과의 연구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를 통해 더 많은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서 접근성과 관람 경험 개선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호암미술관에 이어 리움미술관에 도입되는 색각 이상 보정안경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작품 속의 생생한 색을 감상하고 즐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문화재단은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관람객들의 문화접근성을 높이고, 누구나 경계없이 즐길 수 있는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자 디지털가이드, 소장품 수어해설영상 제작, 강당 휠체어석 확대, 접근성 프로그램 ‘감각 너머’ 개최 등 다방면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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