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900여명 인사 대이동 부른 ‘新 IT 거버넌스’...4대 핵심 전략

New WON, BaaS, 생성형AI·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4대 핵심사업 본격화

김예은 기자 2024.01.11 17:34:13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20일 우리금융 본점에서 IT 거버넌스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 서명식을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문열 우리카드 노조위원장, 고정현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호성 우리에프아이에스 노조위원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우리금융은 11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에서 ‘우리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룹 IT 운영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핵심 디지털사업 본격화의 토대가 마련된 만큼 ‘신(新) IT 거버넌스’를 모멘텀 삼아 비즈니스와 IT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금융 트렌드에 맞춰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자체 IT 개발역량 강화를 통한 선도금융그룹 도약’에 매진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New WON 슈퍼앱 ▲BaaS(Banking as a Service‧은행이 비금융 업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휴사 디지털 채널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생성형 AI(인공지능)/빅데이터 ▲디지털자산(토큰증권 STO/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존에 우리금융은 IT자회사인 우리FIS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을 대신해 IT 업무를 수행하는 ‘그룹사 간 IT 위수탁 운영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금융 환경의 변화와 디지털 전략의 중요성 강화로 지난 2001년 지주체제 수립 직후부터 이 같은 위수탁 운영 방식과 관련해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10여 년 동안 수차례 개편 논의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그룹사 간 인력 이동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노사 및 계열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작년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그룹 新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해 IT 거버넌스 개편하며 다시 불을 지폈다.

이후 매달 한 번씩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IT 거버넌스를 논의하고 진행 현황을 점검한 끝에 지난해 11월말 우리금융 노사는 최대 난제였던 인력 이전 노사합의를 도출했다.

마침내 지난 5일 우리FIS 인력들이 90% 이상이 담당 업무를 따라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재배치되면서 우리금융의 10년 숙원사업인 ‘IT 거버넌스 개편’이 마무리됐다. 상암동에 소재한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인력 780여 명이 우리은행 소속으로 이적하며 회현동 본점으로 이동했고, 카드 전담인력 170여 명 역시 우리카드로 이적하며 수송동 카드 본사로 이동했다.

우리FIS는 그룹 시너지와 효율성을 고려해 IT보안, 그룹웨어 개발/운영 업무를 지속하며, 은행, 카드 외 그룹사에 대한 IT 아웃소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 측은 개발기간 최대 50% 단축을 비롯해, 외주개발 최소화 및 중복요소 제거에 따른 비용 절감, 현업 직원의 IT 역량 향상 등으로 시장과 고객 니즈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IT 거버넌스 개편 과정에서 싱가포르의 대표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DBS는 향상된 자체 IT역량을 바탕으로 350개 이상의 API(개발자가 프로그램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한편,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서비스 출시,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이자수익원을 발굴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 2.2배 상승과 함께 디지털 기술력을 앞세워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자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New WON, BaaS, 생성형AI·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CBDC) 등 디지털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New WON)’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캐피탈, 종금, 저축은행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앱이다. 이를 위해 앱 화면(UI/UX) 구성뿐만 아니라 앱 운영 인프라와 개발환경 등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완전히 새판을 짜는 과정에서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인력 120여 명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하며 완성도 높은 기술력 구현과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 도입 전략을 꾀하고 있다.


BaaS 기반 비금융 디지털 신사업 등 새로운 사업모델 진행에 속도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 사진=우리금융

이 밖에도 최근 우리금융은 그룹 네트워크를 비금융 디지털 기반 신사업으로 확장한 새로운 사업모델 구상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이 구상하는 디지털 기반 신사업은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테크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 거래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사업과 신서비스 수행은 전략적 제휴뿐만 아니라 시장상황과 사업특성에 따라 지분투자나 자회사 직접 수행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뱅킹 기반 서비스(Banking as a Service‧은행이 비금융 업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휴사 디지털 채널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로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IT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통한 테크기업과 제휴를 통한 디지털 신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금융권의 큰 화두로 부상한 생성형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성화도 또 다른 과제다.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오는 3월 선보일 예정이다. WON뱅킹 내 챗봇에 탑재할 ‘AI 뱅커’는 은행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간에 오고 가는 대화를 분석, 언어모델을 학습시켜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부적으로는 2023년 하반기에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직원용 AI 지식상담 서비스’도 올해 안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내부 업무지식 데이터를 학습해 직원 질의에 답변 제공하거나, 시황·뉴스 요약 리포트 초안을 빠르게 제공하여 시의성 확보하는 것에도 AI가 활용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AI를 기반으로 다양한 홍보 이미지와 문구 생성를 보조하는 등 생성형 AI 도입 효과가 큰 업무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자산(STO·CBDC) 시장 선점 인프라 구축

 

우리금융은 STO·CBDC 의 ▲수익모델 구축 ▲분산원장 표준화 ▲유통시장 연결망 ▲블록체인 지갑 연계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우리은행은 올해 한국은행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 일정에 맞춰 CBDC 플랫폼을 구축 예정이며,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토큰증권‧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한 증권)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임직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은행/카드/FIS 간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그룹의 디지털/IT역량을 한 차원 더 높였다”며 “그룹의 진용을 새롭게 갖추는 재정비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주고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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