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퇴행성 뇌질환 연구 나선 각국 정부‧글로벌 제약사… 국내도 관련 연구‧정책 마련에 ‘박차’

로슈‧일라이릴리‧바이오젠 등 바이오마커 연구… 휴메딕스‧동아에스티‧젬백스‧대웅제약‧한올바이오 등 치료제 개발

이윤수 기자 2024.02.05 17:42:26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인근 식당가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UN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2026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총인구 5131만3912명 가운데 20~29세 인구는 617만3827명, 30~39세 인구는 656만7418명인데 비해, 50~59세 인구는 871만2604명, 60~69세 인구는 764만7261명이어서 상대적으로 고령층 인구 비중이 훨씬 많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이러한 고령층 질환 중 가장 두려운 것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병이 바로 퇴행성 뇌질환, 즉 치매다.

이에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퇴행성 뇌질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퇴행성 뇌질환 관련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글로벌 제약사, 알츠하이머 연구에 몰두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로슈 본사. 사진=로슈 홈페이지

치매는 후천적인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이다.

1906년 처음 발견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성 인지 기능장애, 환각, 망상, 생활능력상실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데, 현재에도 증상개선제 외에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한다. 우리 중뇌에 있는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뉴로트렌스미터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점차 없어져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손 떨림, 몸이 굳어지는 경직,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 완서, 보행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노화현상과 혼동하기 쉽다.

지난해 초 잠재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중추신경계의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로슈와 일라이릴리는 혈액에서 바이오마커를 찾는 새로운 테스트에 대한 2년간의 시험을 시작했다. 또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Leqembi)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승인됐으며,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승인이 예상되는 등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조기 진단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에 따르면, 이에 영국은 알츠하이머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혈액 검사를 추진한다.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Society), 국립보건연구원(NIHCR)이 알츠하이머 질환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기 위해 5년간 진행되는 ‘혈액 바이오마커 챌린지’ 프로젝트를 주도할 예정이다.

알츠하이머 협회와 영국의 건강보험인 국립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기존 치매 검사는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워 치매 환자 10명 중 4명이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65세 미만인 경우 진단을 받기까지 최대 4년이 소요된다. NHS 혈액 바이오마커 챌린지는 현재의 표준 방법보다 비침습적이고 관리가 간편한 혈액 검사와 같은 저비용 도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최소 1000명의 NHS 환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치매 치료제 연구 개발 중
 

 

휴메딕스는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매치료제 GB-5001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했다. 사진=휴메딕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도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산하 휴메딕스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매치료제 GB-5001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하면서 장기 지속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휴메딕스는 지투지바이오, 한국파마와 1개월 약효 지속 치매치료제 GB-500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GB-5001은 도네페질 성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지투지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이노램프를 적용한 주사제다. 이번 임상1상 IND 승인에 따라 휴메딕스·지투지바이오·한국파마 3사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GB-5001 피하주사‧근육주사 두 제재의 안전성, 내약성 및 약동학을 대조약과 비교 평가할 계획이다.

이후 치료제의 임상 개발 진행 상황에 따라 차기 임상 진입과 품목 허가를 취득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휴메딕스는 임상용 및 완제 의약품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휴메딕스 관계자는 “이번 임상을 통해 도네페질 1개월 약효 지속성 주사제의 안전성, 약동학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편의성이 확보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아에스티는 중장기적으로 항암과 면역‧퇴행성 뇌질환 등을 타깃으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 12월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이중융합항체 기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공동 연구 진행 중으로 단백질 분해 플랫폼 기술 프로탁(PROTAC)을 활용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또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치매치료제 DA-7503 전임상 중이며, 면역항암제 DA-4505는 임상 1상과 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 젬백스앤카엘 사옥. 사진=젬백스앤카엘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을 미국과 유럽에서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 3상 임상시험은 삼성제약에서 진행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 관련해 최근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팀의 ‘GV1001의 항노화 효과를 통한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의 신경 퇴행 억제와 수명 연장’ 논문이 최근 국제 저널 ‘노화’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최근 나온 치료제들은 이미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제거를 목표로 하는 데 반해 GV1001은 플라크의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GV1001이 발병을 막는 ‘예방 약물’이 될 수도 있음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젬백스 관계자는 “신경 염증 억제 기전에 이어 항노화 및 신경세포 보호 효과 기전까지 밝혀져 GV1001의 다중기전 약물 가치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가 GV1001의 알츠하이머병 ‘예방 약물’ 가능성을 보여주어 의미가 크지만, 회사는 그간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미국 파킨슨병 신약 개발사 빈시어 바이오사이언스에 공동 투자한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미국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파킨슨병 신약 개발사 빈시어 바이오사이언스에 공동 투자한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양사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은 물론 임상시험 설계, 환자 후보군 선정 등 빈시어의 AI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빈시어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파킨슨병의 권위자인 스프링 베루즈(Spring Behrouz) 박사가 설립한 바이오 기업으로,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활용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거나 수명이 다하면 세포가 이를 제거하는 ‘미토파지(Mitophagy)’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신경퇴화, 근육약화는 물론 더 나아가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빈시어의 후보물질은 체내 미토파지 활동을 강화해 건강한 미토콘트리아의 비율을 높이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저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부터 총 4번에 걸쳐 유명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가 설립한 파킨슨병 연구재단인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으로부터 연구기금을 지원받았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대웅제약의 최근 주요 타겟 분야 중 하나인 노화 억제와 만성 퇴행성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빈시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2024년 치매정책 사업안내’ 지침 개정

 

보건복지부는 1월 31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치매정책 관련 사업의 내용 및 운영 기준 등을 담고 있는 ‘2024년 치매정책 사업안내’를 개정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약 업계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위한 연구와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면, 정부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치매 정책 관련 사업의 내용 및 운영 기준 등을 담고 있는 ‘2024년 치매정책 사업 안내’를 개정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정 지침에서 돌봄 사각지대 치매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안심센터 ‘맞춤형 사례관리 운영모델’의 전국 확대와 지방자치단체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사업’ 대상 확대를 권고했다. 또한 치매안심센터에 현행 치매 검사가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검사 절차를 마련했으며, 장기요양 5등급 치매환자 등에 대한 치매안심센터 쉼터 이용 편의 제고 등 치매 환자 지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지난해 18개 치매안심센터에 시범 적용했던 ‘치매안심센터 맞춤형 사례관리 운영모델’을 2024년 상반기에 전국 256개 센터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독거, 고령, 부부 치매 등 돌봄 사각지대 치매환자에게 치매안심센터에서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외부의 복지 및 의료 지원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치매안심센터 18곳의 시범 적용 결과를 토대로 사례관리 기능 고도화를 진행했으며, 대상자 선정 기준 체계를 명확히 해 전국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사업을 확대해 지원 대상자 선정 소득기준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중위소득 140% 이하까지 확대를 권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치매환자의 치매 관련 진료비 및 약제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실비를 연간 36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의 지적과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 등에 따라 치매 진료비 및 약제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성이 부여된 지방이양사업(2022년~)임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에 맞게 확대 시행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 대상 치매안심센터 치매검사 절차 마련한다. 그동안 일부 장애인은 신체 기능 장애 등으로 인지선별검사(CIST)가 곤란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감안해 등록장애인 중 인지선별검사(CIST)가 불가능한 경우, ‘설문지를 통한 선별검사’ 등으로 대체 실시하고, 검사 결과 ‘인지기능저하 의심(6점 이상)’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면담 후 바로 협약병원에서 감별검사로 치매를 진단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치매환자쉼터 이용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장기요양 등급 판정 치매환자 중‘인지지원등급’만 치매사례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쉼터를 이용 가능했으나, 2024년부터는 ‘장기요양 5등급’도 가능하게 했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개정 지침은 돌봄 사각에 처할 수 있는 치매환자들에게 개선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한편,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확대, 장애인 치매검사 편의 제고 등 지난해 국정감사의 지적 사항을 감안해 지원을 강화토록 했다”면서 “더 많은 치매환자들이 국가의 치매 관련 지원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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