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키아프, 국내 넘어 세계로 간다”

코엑스 이어 수원서 제2 화랑미술제…하반기엔 키아프…“내년 4월 시카고 진출”

김금영 기자 2024.05.14 09:23:45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사진=안용호 기자

“앞으로는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인터뷰 내내 이를 강조했다. 국내 1세대 화상(畵商)으로 1992년부터 금산갤러리를 운영하고, 2002년 한국화랑협회 국제이사를 맡아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를 출범시켰으며, 2021년 한국화랑협회 회장 선출 이후 지난해 연임에도 성공한, 이른바 미술계의 산증인으로서의 바람과 열망, 포부가 섞인 말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그의 일정은 눈코 뜰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2024 화랑미술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바로 제2 화랑미술제인 ‘화랑미술제 인(in) 수원’ 준비에 들어갔고, 하반기 미술계 가장 큰 행사인 키아프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한국화랑협회 사무실에서 그와 만나 관련한 계획들을 들어봤다.

'2024 화랑미술제'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올해 4월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4월 7일까지 열린 ‘2024 화랑미술제’가 총 5만 8000여 방문객이 다녀가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2022년 미술계에 대한 관심이 고점을 찍었을 때의 오픈런 열기 등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시장 정상화가 이뤄졌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2021년, 2022년에는 특히 미술시장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2022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죠. 관심의 시작은 2021년 4월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이끌었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 애정을 가졌던 컬렉션은 미술에 관심 없던 대중의 이목도 끌기에 충분했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미술계에도 미쳤습니다. 당시 해외로 나가지 못하자 보복소비가 미술품에 쏠렸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속 갑자기 돈을 많이 잃거나 번 집단의 양극화 현상도 벌어졌는데요. 이중 현금을 많이 확보한 집단이 침체된 실물경제보다 비교적 안전하게 평가받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돌리면서 시장 과열 현상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미술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졌지만,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보다는 오로지 투자의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늘었습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올해 화랑미술제에서는 이런 현상이 사라지고 작품, 작가에 오랜 시간 애정과 관심을 가져온 컬렉터, 문화예술 애호가의 방문이 주로 이어지면서 과열됐던 열기와 거품이 사라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6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2 화랑미술제가 열린다. 사진은 '2024 화랑미술제' 개막식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올해 화랑미술제에서는 캐릭터성이 강조된 다소 만화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도 느껴지는데요.

“문화예술 애호가의 다변화된 취향이 반영됐다고 봅니다. 무게감 있고 진중한 작품이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경제침체, 전쟁 등 여러모로 힘든 시기에 어려운 것보다는 편안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캐릭터성이 강조된 만화적인 그림들도 그러한 예시이고요.”

- 6월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화랑미술제 인(in) 수원’이 열립니다. 해당 미술제의 기획 배경 및 장소로 수원을 택한 이유는?

“화랑미술제는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장인 동시에 한국화랑협회 회원들을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협회 소속 갤러리의 퀄리티 높은 작품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이 가운데 젊은 잠재 고객군이 몰린 경기 남부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화랑미술제가 열릴 예정인 수원컨벤션센터는 인근에 삼성전자, 갤러리아 광교 등이 위치해 30~40대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유동 인구 또한 많습니다. 이곳에서 지역의 새로운 잠재 컬렉터층 발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사진=안용호 기자

- 기존에 열려온 화랑미술제와 차별점이 있나요?

“특별히 신경 쓴 건 ‘다양함’과 ‘신선함’으로, 이를 위해 몇 가지 권고사항을 참가 화랑에 전달했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화랑미술제의 경우 갤러리마다 참여 작가 수를 6명 이하로 제한을 뒀었는데요. 특정 인기 작가의 작품만 다수 출품되는 걸 방지하고, 더 많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수원에서는 갤러리 간 참여 작가가 겹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 가급적이면 신작을 출품하도록 했고요. 여기에 젊은 인재들이 대중 앞에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화랑미술제의 신진작가 특별전 ‘줌인(ZOON-IN)’의 역대 참여 작가 특별전도 수원에 선보여 발굴한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보다 젊고 신선한 느낌의 아트페어를 앞으로 꾸려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 ‘가족과 함께 즐기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와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생활과 밀접한 예술을 부각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고려하고 있고요. 다양한 부대행사 및 파티, 유대감 강화 프로그램, 호텔에서의 워크숍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과도 손잡고 화랑미술제가 열리는 수원 지역을 모두 예술 축제의 장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해 키아프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상반기 화랑미술제에 이어 하반기 큰 행사로 키아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규모는?

“지난해 키아프엔 20개의 국가와 지역에 소재한 210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요. 올해 갤러리 참가 신청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곳 이상의 수준입니다. 과거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할 때도 있었는데, 올해 키아프는 ‘양보다는 질’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 화랑 중 60%는 한국 화랑으로, 국내 대표 아트페어로서 가진 강점을 강화해 이를 통해 세계 컬렉터에게 뛰어난 한국의 미술 씬을 선보이려 준비 중입니다.”

- 임기 기간 중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공동 주최를 이뤄내면서 키아프 또한 세계 컬렉터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프리즈가 아시아 첫 아트페어 장소로 서울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현재 미술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등 각종 문화예술 분야의 세계 주요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하고,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한국 문화예술의 질이 높아졌죠. 처음엔 프리즈 측도 한국 미술시장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한국 문화예술의 깊이가 깊다는 점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작품 판매도 잘 이뤄져 프리즈 측도 만족했고요.

아트페어 개최 환경으로도 한국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리적으로 중국, 일본과 근접한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부스비도 다른 나라의 페어보다 저렴한 편이며, 미술품 관세가 없다는 게 프리즈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습니다.”

'2024 프리즈 서울'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프리즈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전 세계 컬렉터, 예술 애호가의 관심이 한국에 쏠리는 계기를 마련한 건 좋은 현상이지만, 상대적으로 키아프와의 과열된 경쟁 구도, 비교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한국화랑협회 회장으로서 이런 시선들에 대한 생각은?

“프리즈와 키아프가 공동으로 아트페어를 열면서 세계 컬렉터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키아프 첫 출범 당시 한동안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을 주도했는데, 도중에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페어, 홍콩 아트바젤 등이 흥하면서 키아프는 한때 순위가 6~7위까지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프리즈와의 공동 주최를 계기 삼아 다시금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프리즈와 대립적인 경쟁 구도에 치중하기보다는 배워야 할 점은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키아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 세계적 아트페어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실제로 프리즈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키아프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 지난해 프리즈와의 공동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의 지원과 관심이 프리즈에 쏠리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현재로서는 키아프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바탕이 훨씬 탄탄한 프리즈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현대백화점 등이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키아프에 꾸준한 도움을 줘 힘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뿐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키아프로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제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올해 키아프 때 코엑스 내부 공간을 빌려서 이곳에 클래식 공연을 마련해 작품을 감상하다 음악회까지 즐길 수 있는,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2층에 새로 생긴 공간까지 확보해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꾸려보려 구상 중입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키아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 세계적 아트페어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안용호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강점으로 ‘뉴미디어’를 꼽았습니다. 2022년 이 부분(디지털 아트, NFT 작품 등)이 돋보인 ‘키아프 플러스’가 호평받았고요. 반면 지난해 키아프에서는 이 부분이 축소돼 다시 그림, 조각 위주의 아트페어로 돌아간 느낌이 있어 아쉽다는 일부 의견들도 있었는데요. 올해 키아프에서는 뉴미디어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에서 근대미술 쪽은 일본 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의 규모와 질은 한국이 아시아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을 필두로 재능있는 뉴미디어 아티스트가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삼성, LG 등 대기업의 기술이 예술과 결합하는 예도 있죠.

 우리가 앞서가는 걸 하고, 프리즈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올해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앞으로도 꾸준히 주목해야 할 주제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화랑협회는 키아프뿐 아니라 현재 첨단 기술 관련 스타트업들과 AI(인공지능), 챗GPT 등 첨단기술을 예술에 활용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구상중입니다. 이 밖에 뇌과학, AI, 반도체와 데이터 등 분야에 특화돼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MOU를 맺고 미술시장과 첨단과학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는데요. 추후 이 결실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호평 받았던 '2022 키아프 플러스'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지난해 키아프에서는 K-아트를 강화한 한국 특별전(박생광·박래현 특별전)도 프리즈와 차별화된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에도 전통 한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부다비나 두바이 등 외국 아트페어에 참가했을 때 가장 인기가 높은 게 한국화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적 소재와 깊이를 지닌 수묵화는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다색판화)나 린파(琳派·17∼18세기에 일본에서 유행한 화파), 중국 전통화와 차별화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엔 미술기관들과의 협업으로 전통 한국화를 더 다양한 공간에서 보여줄 계획입니다. 키아프 측이 기획을 하고, 경희궁 등의 역사적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요.”

- 키아프의 세계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요. 지난해엔 키아프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도 했죠.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 했는데 전시공간 대여료가 한국의 3배에 달하고 세금도 너무 비싸 아트페어 주최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결국 성사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키아프의 세계 진출을 포기한 건 아닙니다.

일단 내년 4월엔 미국 엑스포 시카고 내에 키아프 존이 생길 예정입니다. 엑스포 시카고는 과거 세계 5대 아트페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흥했지만, 미술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과거만큼의 위상은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협업을 통해 그 위상을 다시 되찾고자 하는 엑스포 시카고 측과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키아프 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잘 맞아 떨어져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보자고 입을 맞췄습니다.

또 다른 목표는 키아프 해외 진출 유력 후보지 중 하나였던 싱가포르에 키아프 베이스 캠프를 만드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허브 중 하나로,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다루는 다문화 국가입니다. 지난해엔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라는 수식어를 내건 아트페어 ‘아트SG’가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도 했죠.

싱가포르 번화가인 탄종파가에 설치된 커다란 보세창고 같은 곳에 전시장, 미술관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 몰려 있는데, 이 중 한 공간을 빌려서 1년에 두 번 정도 아트페어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아트페어를 1년 내내 선보이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아트페어가 열리지 않는 기간엔 공예 축제나 공연 등 한국의 문화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장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계속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라오스도 매력적입니다. 인구는 적지만, 자원이 풍부하며, K-문화의 세계적 전파로 한국에 호감도도 높고, 미술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거든요. 키아프의 세계 진출이 바람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구체화 된 게 없지만 꾸준히 기획, 시도해보려 합니다. 제 임기 동안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추후 후임 회장을 통해서도 키아프의 세계 진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꾸준히 힘을 보태려 합니다.”

'2023 키아프'에 마련됐던 미디어아트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 2002년 키아프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함께 해왔는데요. 키아프 시작 배경 및 1회 때와 비교해 성장한 키아프를 바라보는 심경은?

“일본 아트페어 관람이 키아프 시작의 계기였습니다. 당시 전 한국화랑협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었는데요. 지진 등 환경적 문제로 일본 아트페어 부스비가 매우 비쌌습니다. 작품 판매가 이뤄진다 해도 손해를 볼 정도로요. 그래서 ‘한국에도 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춘 코엑스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 아트페어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아트페어에 참여할 작가층 또한 충분했습니다. 국내 교육 정책에 따라 15~20년 전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3배 많았지만, 작가는 한국이 더 많을 정도로 과잉배출됐었죠. 키아프는 이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됐고, 이는 한국이 세계 미술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1회 키아프는 부산에서 열렸는데, 첫해는 적자가 나서 표갤러리 표미선 대표에게 5000만 원을 빌려 이를 메꿨습니다. 하지만 키아프에 대한 입소문이 관계자들 사이에 좋게 퍼져 외국 화랑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첫해 봤던 적자를 바로 다음해에 정리하고 바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현재는 한국 미술시장이 1조 원 시대를 여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키아프가 함께 이뤄왔으니 감개무량합니다.”

'2023 키아프'는 전통 한국화를 소개하는 박생광·박래현 특별전 공간을 마련한 바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2021년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애초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출마한 이유 및 세웠던 목표에 현재 얼마나 다다랐다고 보나요?

“당시 홍콩 아트바젤 초창기 운영 멤버인 영국 출신 딜러 매그너스 렌프루가 한국에도 진출해 아트페어를 만들려 했는데, 한국 미술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이를 저지하고 키아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힘써 달라는 부탁 속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빼앗겼던 아시아 미술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이를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아트바젤 홍콩이 유명하지만, 홍콩에 대한 중국의 탄압 등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키아프는 프리즈와 공동 주최 및 미술시장 매출 1조 원 달성 등 꾸준히 성장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됐고요.

미술계 급호황기가 지나고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진 지난해 9월 이후 국내외 아트페어 모두 침체기를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키아프는 성공한 아트페어에 이름을 올리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키아프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해 바젤, 프리즈와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키아프의 세계 진출 외 공약으로는 미술계 전체의 오랜 바람이었던 미술품 양도세 비과세, 상속세 물납제 도입 등을 내세웠는데 이는 임기 중 이뤄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작가도, 화랑도, 컬렉터도, 평론가도 합심해 사기를 북돋아서 아시아 미술시장 중심을 다시금 한국으로 끌고 오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안용호 기자

- 한국화랑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 국내 미술계에 바라는 바는?

“한국, 중국, 일본이 한데 묶이면 미국, 유럽에 버금가는 예술적 가치를 가진다고 봅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문화예술은 이미 세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다만 현재로서는 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입장이 아니니, 이를 유연하게 이끌기 위한 노력이 후대에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 바라는 건 미술계 화합과 균형적인 발전입니다. 현재는 다소 침체기지만, 화랑은 호황기 때 창고에 작품이 없을 정도로 미술품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관심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평론가들이 힘을 잘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20년 전 원고료를 아직도 받는 경우도 있죠. 한국화랑협회 회장이 돼서 가장 먼저 한 생각이 ‘평론가를 살려야 우리 미술계가 산다’였습니다. 이에 미술평론가협회와 MOU를 맺고 공동 세미나를 열거나 이들이 책을 내고 강연에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식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작가도, 화랑도, 컬렉터도, 평론가도 합심해 사기를 북돋아서 아시아 미술시장 중심을 다시금 한국으로 끌고 오자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사람들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랍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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