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퍼플, ‘바닥의 하늘’ 보여주는 손민석 작가 개인전

견고한 익숙함 벗어나 특정 순간의 장면 속 느껴지는 요소들 그려내

김금영 기자 2024.06.07 18:20:22

손민석, ‘바닥의 하늘’. 캔버스에 오일, 227.3x181.8cm. 2024. 사진=갤러리퍼플

갤러리퍼플이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손민석 작가의 개인전 ‘바닥의 하늘’을 연다.

손민석 작가는 무엇을 그리든 그것이 풍경의 성질을 지니도록 그려낸다. 어떠한 특정한 대상들을 묘사하면서도 그것이 현상처럼 보이기를 의도한다. 대상과 형식에 얽매여 정해진 방식으로 그려내는 정물화가 아닌, 주변의 사물들로부터 느꼈던 견고한 익숙함에서 벗어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어느 특정한 순간의 장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인식하는 것이다.

작가는 가까이 있고 멈춰 있는 정물을 풍경처럼 멀리 있고 미세하게 흔들리고 흐르며 변화하는 것으로 바라보며, 영원히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것들을 내 눈앞에 찰나의 현상처럼 지나가는 것들로 표현한다.

바닥의 하늘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주의 깊게 인식하지 않는 대상들을 바라본다. 언뜻 봐서는 보이지 않는 사물의 고유한 색과 형태를 찾아내고, 깊게 관찰하여 일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손민석, ‘비내리는 화단’. 캔버스에 오일, 130.3x130.3cm. 2023. 사진=갤러리퍼플

이번 전시에서는 수많은 사물 중에서도 우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물질 이자 풍경인 땅, 바닥에 집중한다. 작가는 날씨에 따른 자연적 작용과 사람들로 인한 물리적인 작용들이 합쳐져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바닥의 모습에서 하늘의 모양을 발견한다. 하늘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함과 깊이를 가지고 있어, 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하늘의 이치’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에 비해 바닥은 우리 발 아래 있어 쉽게 직접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공간이며, 이에 따라서 자연의 작용뿐 아니라 지구 생명체들의 활동이 만들어낸 임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모양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바닥의 모양은 우연적인 계기들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하늘과 닮아 있다.

순수한 바닥 자체로는 하늘을 닮은 모양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바닥 위에 놓인 존재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다양한 외부적 작용으로 변형된 여러 요소들로 인해 만들어진 신비로운 모습들을 찾아낼 수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닿을 수 없는 하늘에서 보는 모습들을 바닥 위에 살아가는 존재로 살아가며 그 무늬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하늘의 이치만큼 웅장하고 신비로운 현상으로 바라본다.

손민석, ‘하늘로 흐르는 강’. 캔버스에 오일, 130.3x97cm. 2024. 사진=갤러리퍼플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단 시간 안에 휘발되는 형식의 이미지들은 빠르게 소비되고 또 생성되며, 우리의 시간을 쉽게 흘려보낸다. 작가는 이에 반해 삶 곳곳에 있는 사물의 고유한 모습들을 느린 호흡으로 작품에 담아내며, 좀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며 삶을 대하고자 한다.

한편 손민석 작가는 인하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를 전공했다. 2023년 무음산방(서울, 한국) 2021년 스페이스 119(인천, 한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3년 서울대학교미술관(서울, 한국), 인천아트플랫폼(인천, 한국), 예술공간 서로(서울, 한국), 2021년 이랜드 스페이스(서울, 한국), 2020년 홍익대현대미술관(서울, 한국), cica 미술관(김포, 한국), 2019년 동인천 플레스막(인천, 한국), 갤러리 카페 COSO(서울, 한국), 2018년 서대문여관(서울, 한국), 2017년 성북동 작은 갤러리(서울, 한국), 선광미술관(서울, 한국), 인천여관 X루비살롱(인천, 한국) 등 다수의 국내 기관 및 미술관에서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갤러리퍼플 스튜디오(galleryPURPLE STUDIO)에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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