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객은, 이성보다는 감각과 감성에 의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들에게 구매는 기능적 특징이나 편익, 품질과 같은 기본적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들은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감각하고, 느끼고, 창조적으로 인지하고, 행동하고, 관계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고객들을 우리는 트라이슈머라고 부릅니다.
감성 중심의 소비자 취향을 끌어내 브랜드화하는 전략에 있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경영학자 번 슈미트의 ‘체험 마케팅’(김앤김북스)은 바로 이런 트라이슈머의 의사결정을 다룹니다.
체험 마케팅의 전략적 토대로서 전략적 체험 모듈을 제시합니다. 전략적 체험 모듈은 감각적 체험(SENSE), 감성적 체험(FEEL), 인지적 체험(THINK), 신체적 체험 및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체험(ACT), 그리고 준거집단이나 준거문화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아이덴티티 체험(RELATE)을 포함합니다.
소비자들의 직접 체험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을 우리는 체험 마케팅이라 하는데요. 기존 마케팅과는 달리 소비되는 분위기와 이미지나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마케팅입니다. 고객은 단순히 제품의 특징이나 제품이 주는 이익을 나열하는 마케팅보다는 잊지 못할 체험이나 감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즉 제품생산 현장으로 고객을 초청하여 직접 보고, 느끼고,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매장에서 제조 과정을 설명하면서 제품 이해와 구매를 유도하던 종전의 시연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제품 또는 서비스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시 번 슈미트의 책으로 돌아가 봅니다. 체험 마케팅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는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유형의 체험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험 유형이 바로 전략적 체험 모듈(SEMs)인데요. 각각의 전략적 체험 모듈은 고유의 독특한 구조와 마케팅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각(SENSE) 마케팅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과 관련된 감각적 체험을 창조하기 위해 감각에 호소하죠. 감성(FEEL) 마케팅은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강도의 감성적 체험을 창조하기 위해 사람들의 느낌과 감정에 호소합니다. 인지(THINK) 마케팅은 창조적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인지적이고 문제 해결적인 체험을 창조하기 위해 고객의 지성에 호소합니다. 행동(ACT) 마케팅은 고객의 신체적인 체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관계(RELATE) 마케팅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의 차원을 뛰어넘어 개인적 체험을 증가시키고, 개인을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나 타인, 문화들과 연관시킵니다.
스타벅스는 체험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만 팔지 않고 커피와 함께 이국적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재즈음악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의되곤 합니다.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스타벅스 매장마다 ‘경험(experience)’이라는 단어가 삽입된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바로 이 ‘경험’을 즐기는 트라이슈머를 특집기사로 다룹니다. 먼저, 가전업체의 MZ세대 트라이슈머를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합니다. 삼성전자는 체험형 프래그십 ‘삼성 강남’을 운영 중입니다. 삼성 강남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층을 MZ세대를 위한 플레이그라운드로 정의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보이는 데 집중합니다. 건물 외관부터 심상치 않은 LG전자의 그라운드220은 영국 런던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린다 바리츠키의 아트워크로 건물 전체를 꾸몄습니다. 그라운드220 내부는 제품과 함께하는 일상을 자유롭게 경험하는 루틴 그라운드, 제품을 활용한 전문가 클래스로 취미와 생활을 탐구하는 커뮤니티 그라운드,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팝업 그라운드 등으로 구성됐다고 합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성수동 GS25 프리미엄 프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에는 선양 소주가 팝업스토어 ‘선양카지노’를 오픈했습니다. 소주와 카지노의 만남이 이색적입니다. 게임을 즐기며 선양 소주를 맛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하고 평가한 후 구매하는 트라이슈머가 늘고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트라이슈머의 등장은 몰락한 오프라인 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소비자 체험을 오프라인 매장의 놀이와 체험 공간이 채워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과 경험의 공간, 온라인은 체험을 공유하고 실제 구매하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구매 압박을 고객에게 주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과 효율성을 선물하는 전환의 시기가 찾아온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