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몰 곳곳에 등장한 ‘랍스터’의 정체는?

롯데월드몰 10주년 기념 공공미술 프로젝트

김금영 기자 2024.09.11 14:39:17

석촌호수에 설치된 대형 랍스터 작품. 사진=김금영 기자

‘러버덕’이 헤엄치던 잠실 석촌호수에 이번엔 튜브를 탄 ‘랍스터’가 왔다. 롯데월드몰이 개장 10주년을 맞아 송파구청과 함께 9월 6일부터 29일까지 공공미술 프로젝트 ‘랍스터 원더랜드’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몰 곳곳에 빨간 랍스터가 깜짝 등장했다.

‘랍스터 원더랜드’로 변신한 롯데월드몰

'랍스터 원더랜드' 오프닝 세리머니에 참석한 (왼쪽부터) 정연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부점장, 배현미 시그니엘 서울 총지배인, 서강석 송파구청장, 필립 콜버트 작가,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이사, 김상우 롯데백화점 잠실점장, 김형태 롯데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김금영 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석촌호수.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랍스터가 초롱초롱 눈빛을 밝히며 호수 위를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올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주인공인 필립 콜버트의 랍스터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작업을 이어온 팝 아티스트 필립 콜버트는 사치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했으며, LA, 상하이, 로마, 암스테르담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왔다. 이번엔 한국이 무대다. 그는 조각, 회화, NFT(대체 불가 토큰)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이 작업들의 중심엔 그의 예술적 자아인 랍스터 캐릭터가 있다.

작가는 “랍스터는 미술사에 있어 영감의 원천이자 중요한 시각적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살바도르 달리의 작업에서도 랍스터를 모티브로 작품들이 많이 발견된다”며 “빨간 랍스터의 이미지는 작품 속에서 삶과 죽음, 초현실주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피카소와 바스키아의 작품 속에서 결투를 벌이는 랍스터의 모습을 그리는 등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고 역사와 대화를 나누며 나만의 랍스터 세계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작업에 대해 설명중인 필립 콜버트 작가. 사진=김금영 기자

이 랍스터가 이번엔 롯데와 만났다. 빨간 랍스터와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만나 눈길을 끈다. 작가는 “롯데물산, 송파구청 등 주최 측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줬고,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며 “협업을 제안한 롯데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완벽주의 아래 실현하는 탁월한 기업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진실 된 의미를 발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롯데와의 공동 기획전을 진행하며 많은 감명을 받았고, 내 작업 방향성과도 맞닿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협업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작가의 랍스터는 롯데월드몰 10주년 기념행사를 주최하는 호스트가 돼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모두를 위한 예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폐쇄된 공간이 아닌, 유동인구가 많고 열린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이 뜻을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며 “도심 호수 위 대형 랍스터가 둥둥 뜬 모습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내 작업 방향성과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서울은 여러 차례 방문하고 전시도 열며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받은 곳이다. 내가 받았던 그 긍정적인 기운들을 이번엔 내가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 월드파크에 설치된 랍스터 작품들. 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협업을 위해 작가는 약 16m 높이 대형 랍스터 벌룬 ‘플로팅 랍스터 킹’을 작업했다. 이는 작가의 작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왕관을 쓰고 튜브를 탄 랍스터를 표현한 이 작품은 랍스터 원더랜드를 위해 신규 제작됐다.

석촌호수뿐 아니라 롯데월드타워·몰 곳곳에도 랍스터가 등장한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 월드파크에는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을 재해석한 약 12m 높이의 랍스터 벌룬, 그리고 문어를 뒤집어쓴 약 7m 높이의 랍스터 벌룬을 설치했다.

작가는 “미술사 속 랍스터와 문어는 적대 관계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 또한 문어를 모티브로 많이 활용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선 랍스터와 문어가 유쾌하게 만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앞선 2021년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문어를 코로나19에 빗대 이를 물리치는 랍스터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넨 바 있다.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을 재해석한 약 12m 높이의 랍스터 벌룬. 사진=김금영 기자

여기에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자(the Godson of Andy Warhol)로 불리는 작가가 팝아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는 소재인 스팸 통조림, 캠벨 수프 등과 랍스터의 만남을 재치 있게 다룬 ‘랍스터 스팸 캔’, ‘랍스터 수프 캔’ 등 작품 5점도 야외 잔디광장에 함께 전시한다.

작가의 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롯데월드몰 2층 넥스트 뮤지엄에서 작가의 회화 작품을 비롯해 조각, 설치 작품 등을 9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전시한다. 여기에 엽서, 마그넷, 에코백, 텀블러, 볼펜 등 한정 굿즈 12종을 판매한다. 전시 기간 동안 뮤지엄 내 카페에서 음료 주문 시 작가의 작품이 담긴 코스터와 빨대에 꽂는 장식을 제공한다.

롯데월드몰 2층 넥스트 뮤지엄에서 필립 콜버트 작가의 회화 작품을 비롯해 조각, 설치 작품 등을 9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전시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롯데월드타워·몰 곳곳은 랍스터 포토존이 된다. 9월 6~29일 주말과 공휴일엔 인스타그램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한다. 롯데월드타워·몰 곳곳에 숨겨진 포토존을 찾아 이벤트에 참여하고 월드파크에 위치한 부스를 방문하면 캐릭터 풍선, 볼펜 3종 세트, 친환경 텀블러 등 한정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롯데월드몰 10주년을 축하하는 이벤트도 전개한다. 행사 기간 내 월드파크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40분간 버스킹 공연을 진행한다. 9월 20~29일엔 롯데월드몰 5, 6층 식당가에서 ‘백 투 2014’ 이벤트를 진행한다. 치즈룸&테이스팅룸, 피에프창, 서래냉면 등 롯데월드몰이 문을 연 2014년부터 함께한 매장에서 인기 메뉴를 10년 전 가격으로 선착순 판매한다.

롯데월드타워·몰 곳곳엔 랍스터 포토존이 마련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작가는 “판타지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이 세계를 재창조하는 힘을 예술이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예술이 지닌 자유의 힘을 랍스터가 상징한다”며 “다양한 랍스터를 재미있게 감상하고 저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마케팅팀 서규하 팀장은 “롯데월드몰을 10년 동안 사랑해준 고객을 위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랍스터 원더랜드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롯데월드몰이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한 ‘원더랜드’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러버덕’부터 시작된 석촌호수 대표 스타들

2014년과 2022년 석촌호수를 찾은 '러버덕'. 사진=김금영 기자

한편 롯데월드타워·몰은 송파구청과 손잡고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2014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첫 주인공은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러버덕’이었다. 높이 16.5m에 달하는 노란 오리 러버덕은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전시 기간 한 달 동안 약 5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러버덕의 바람이 잠시 빠지는 사태까지 ‘러버덕이 잠을 잔다’는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SNS에서 수많은 패러디와 인증샷 열풍을 일으켰다.

2015년엔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서 ‘1600 판다+’를 진행하며 프랑스 작가 파울로 그랑종의 작품을 전시했다. 판다를 보기 위해 약 367만 명이 월드파크를 찾았고,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까지 알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2016년엔 미국 출신 작가 프렌즈 위드 유의 작업 ‘슈퍼문’을 석촌호수에 띄웠고, 슈퍼문은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일곱 가지 달빛을 비추며 약 591만 명의 관람객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달했다.

2018년엔 팝 아티스트 카우스가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을 석촌호수에 띄우는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가 전개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2017년엔 다시 호프만 작가가 참여해 노란 오리 러버덕이 아름다운 백조가 돼 가족을 꾸려 돌아왔다는 스토리의 ‘스위트 스완’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러버덕의 세계관을 이어갔고, 약 650만 명이 방문했다. 2018년엔 팝 아티스트 카우스가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을 석촌호수에 띄우는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가 전개됐고, 약 385만 명이 찾아 도심 속 힐링을 즐겼다.

2019년엔 아티스트 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의 ‘루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석촌호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한국작가와 진행된 작업이었다. 작업은 당시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유명 캐릭터 스누피와의 전시와 연계해 마련됐고, 약 550만 명이 다녀갔다.

2019년엔 아티스트 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의 '루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2022년엔 석촌호수의 대표적 스타였던 러버덕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와 화제가 됐다. 1.5m 더 커진 높이 18m의 러버덕을 보기 위해 약 650만 명이 다녀가며 롯데월드타워 역대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일평균 기준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다.

롯데월드타워·몰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접하고 여유와 휴식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석촌호수와 잠실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중심이자 관광명소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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