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약을 준비하는 증권주….최선호 주에 '삼성증권'

‘금리인하’ 은행, 증권, 보험주 향방 어떻게 가르나

김예은 기자 2024.09.11 15:22:33

삼성그룹 사옥. 사진=삼성그룹

국내 금융주는 1980년대 증권주, 2000년대의 보험주 등 20년 사이클을 주기로 주식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해왔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주들의 성과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국내 금융주는 올해 하반기까지 단기적으로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

 

그 근거로는 국내 금융주가 트럼프, 해리스 당선 여부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고, CET1 비율 개선과 밸류업 정책 효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으며, 9월 금융주 중심의 밸류업 인덱스 발표·10월 실적 시즌·12월 밸류업 인덱스 기반의 ETF 출시 등의 모멘텀이 내재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요소에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현 국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금융주의 섹터별 비중은 어떠한 변화 전략이 요구될까. 미래에셋증권은 '증권 비중 확대, 은행 비중 확대, 보험 중립' 의견으로 커버리지를 개시하며, 증권 섹터 최선호 주로 삼성증권을 제시했다.

 

금리 인하 국면, '증권 비중 확대' 근거는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확대, 주주환원 강화 정책과 부동산 PF 관련 우려 감소 등의 세 가지 근거를 기반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현시점이 증권 섹터가 도약을 준비하는 국면이라 분석했다.


증권의 사업 부문은 크게 브로커리지(brokerage, 중개 업무)와 세일즈&트레이딩(Sales & Trading, 고객 자금 유치 및 운용) 및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로 나뉜다. 여기서, 기준금리 인하로 나타나는 유동성 확대는 증시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와 주가 상승에 따른 수혜가 증권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대금 증가는 브로커리지 수익 개선에, 주가 상승은 트레이딩 수익 개선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 구조에서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의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인하 국면에서 주가 역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과 신용공여 이자 손익이 가장 크게 기여한다.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 등을 거래할 때 내는 수수료로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입원이자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 부문이다. 위탁매매 수수료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거래대금이다. 거래대금은 증시와 상당한 동행성을 가지므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경우 수익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공여 이자 손익은 주식을 사기 위해 받는 신용융자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탁증권 담보 융자에서 발생하는 이자 손익이다. 신용공여 금리는 변동 금리 대출이 아니므로 금리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편, 신용공여 잔고는 증시와 높은 동행성을 보인다. 신용융자는 주식 매매 수요와 연동되며, 예탁증권 담보 융자는 담보가 되는 주식의 가치가 오를수록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와 거래대금에 의존성이 높은 특성은 역으로 2012~2014년과 같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증시가 박스에 갇히는 국면에서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익성 훼손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2012부터 2014년은 저축은행 PF 사태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는데, 그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던 탓에 증시는 횡보, 그 결과가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지며 2013년 증권 합산 이익이 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때는 브로커리지에 초점을 둔 전략을 고수하는 기업일수록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환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정 연구원은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가 인하를 멈추고 유동성이 극대화되는 구간에서 증권주가 더욱 강한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구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주가 도약을 준비하면서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 증권 섹터에 진입하기 유리한 시점이라고 정 연구원은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전통적 사업 부문인 브로커리지 부문 이외에도 세일즈 & 트레이딩(자기매매) 부문, IB, 자산관리(WM) 등의 영역을 강화하며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는 수익 다각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일즈 & 트레이딩은 증권사가 고객에게 자금을 유치하거나 증권사 고유계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운용 수익을 창출한다. 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의 평가손익이 반영되며, 주식은 증시가 좋을 때, 채권은 금리가 하락할 때, 파생상품은 증시 변동성이 적을 때 성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어느 상품군에 비중을 싣는지에 대한 각 사의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의 효과가 간접적으로 증시 회복으로 연동될 경우, 주식에서의 성과 개선을 통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증권가의 보유 채권 비중이 감소하며 채권 트레이딩 부문의 금리 민감도는 감소하고 있다. 증권이 채권으로 운용할 수 있는 주요 조달 종류로 매도파생결합증권(ELS)과 환매조건부채권매도(RP)가 있다. 이중 홍콩 H지수 ELS 관련 배상 이후 은행에서 ELS 판매가 중단되며 ELS 설계를 담당해 온 증권의 보유 채권 비중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침체기를 겪어온 IB 부문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감에 훈풍이 불고 있다. IB 부문은 자금수요자인 기업과 자금공급자인 투자자 사이에서 유가증권을 포함한 자산의 흐름을 중개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전통적 IB’와 ‘부동산 투자’ 부문으로 나뉜다.


전통적 IB는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시장 등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업무 지원, 자문업무 수행, 기업 관련 대출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부문이다.


IB 부문의 대표 시장으로 꼽히는 M&A 시장은 최근 인수금융 금리가 낮아지는 등 기업 대출 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조 단위 매물이 출현하는 등 온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낮은 이자율로 기업들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M&A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2~3년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하에서 인수금융 금리는 두 자릿수까지 치솟으며 M&A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금리가 연 5%대로 급락하며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에서 관계자들이 현재가를 확인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석호 한국IR협의회 회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고현국 전진건설로봇(주) 대표이사, 이형환 모트렉스 회장,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IPO 시장 역시 증시 활황 및 거래대금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는다. 하반기 최소 1회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의 심리 회복으로 연동되며 조 단위 매물들의 출회가 발표되는 상황이다.


한편, 부동산 부문은 금리 상승과 함께 부동산 투자 중 일부가 부실화되면서 성장 정체와 손익 악화를 겪은 바 있다. 역으로, 금리 하락 국면에서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이 같은 증권업의 수익성 개선에 더해 기업별 주주환원 강화 정책 여부가 밸류업 수혜 측면에서 증권주의 기업별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수혜와 동시에 강한 주주환원 정책 지속에 따른 수혜를 함께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사업부의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의 수혜가 기대된다. 또한 경쟁사와 달리 PF 충당금 인식 가능성이나 비시장성 자산 평가손익, 증시에 민감한 PI 자산 등의 포지션이 없기 때문에 금리 하락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며 이익 안정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삼성증권은 수년째 35%대로 은행이나 보험에 뒤지지 않는 높은 주주환원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유동성 확대 모멘텀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높은 주주 환원율에 힘입어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며 향후 모멘텀 강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의 비중이 높아 유동성 확대 국면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약한 주주환원 정책은 제약 요소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와 IB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주주환원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펼치는 점에 근거해 밸류에이션 개선이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IB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리인하 국면에서 유동성 확대보다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정 연구원은 분석했다. 다만,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요소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하게 발현되기 위해서는 최근 국내 증시 불안을 유발하며 박스권 장세를 연출한 미국 침체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인공지능(AI) 수익성 등 3요소의 시장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형성될 금융투자 자금 규모, 연기금 참여 여부 등도 밸류업 관련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 및 보험주의 향방은
최근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은행 섹터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 순이자마진 하락, 대출성장률 감소, 대손비용률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둔화로 인해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신한지주를 선두로 강한 주주환원이 확산되고,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세하며 수익성 둔화 추이를 주주환원으로 극복하는 수익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 연구원은 수익성 둔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본 비율을 바탕으로 강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은행들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선호 주로는 은행 중 가장 높은 보통주자본비율과 주주환원율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우위 확보가 예상되는 KB금융을 제시했다.


반면, 금리의 방향성과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던 보험 섹터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이익과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리의 중요성은 더욱 축소되었다. 보험부채 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과 낮은 주주환원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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