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반 버번 하이볼’ 출시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태경 대표

“젊은 세대보다 30~40대가 믿고 마시는 제품 만드는 게 더 중요”… “헤리티지 있는, 신뢰할 만한 브랜드, 어떻게 만들까 집중 또 집중”

김응구 기자 2024.09.26 16:46:13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힙한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 갈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걸 어떻게 만들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지난 7월 17일 미국 버번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기주(基酒·베이스)로 한 하이볼을 출시했다. 이름은 ‘에반 버번 하이볼’. 애플과 레몬 두 가지 맛이며, RTD(즉석음용음료) 캔 형태다.

어메이징브루잉은 신세계L&B와 힘을 합쳤다. 어메이징브루잉은 생산·영업을 맡고, 신세계L&B는 브랜드 마케팅과 상표 제휴를 담당한다. ‘에반 버번 하이볼’은 어메이징브루잉의 이천 브루어리에서 만든다.

어메이징브루잉이라는 회사 이름 앞엔 보통 ‘수제맥주 1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요즘엔 통하지 않을 말이다. 가장 그럴듯한 건 ‘글로벌 K-알코올 기업’이다. 왜 그런지는 김태경 대표의 얘기를 쭉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에반 버번 하이볼’이 출시된 지 한 달 조금 넘어 그를 만나고 왔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 7월 17일 미국 버번위스키 ‘에반 윌리엄스’를 베이스로 한 하이볼 ‘에반 버번 하이볼’을 출시했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 하이볼, 한국 소비자들이 참 좋아합니다. 인기도 오래 가고요. 그런 와중 7월에 하이볼 하나를 선보였어요. ‘에반 버번 하이볼’ 말이에요.
“하이볼이 국내 시장에 보이기 시작한 건 몇 년 됐죠. 인기가 본격화한 건 작년으로 봐야 할 것 같고요. 근데 한국에서 하이볼은 뭐랄까, 좀 두루뭉수리로 정의돼있어요. 일본 같은 경우 위스키나 소츄(焼酎·소주)에 탄산수 또는 토닉을 넣은 걸 의미하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런 게 어느 정도 공유돼 있어요. 한국은 쉽게 말하면 칵테일의 일종으로 정의돼있는 느낌이에요.”

- 그래서 제대로 된 하이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까지 이른 거군요?
“그러기 위해서 제 기준으론 위스키가 베이스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이전에 저희가 ‘안동소주’를 넣은 하이볼을 만들었어요.”

- 안동소주 하이볼은 작년 6월 출시작이죠?
“일본에선 (하이볼에) 위스키가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워요. 왜냐면 자국에만 200곳 넘는 위스키 증류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은 두세 곳밖에 없어서 위스키 사용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안동소주를 먼저 했던 거고요. 그러던 중 작년 겨울쯤 신세계L&B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거든요.”

- 신세계L&B가 2021년부터 에반 윌리엄스를 수입하고 있죠?
“그렇죠. 에반 윌리엄스가 국내 시장에서 잘 되고 있어요. 그래서 알아보니 가성비가 꽤 좋은 위스키더라고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리는 버번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에반 윌리엄스와 함께하게 된 거죠.”

- 일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하이볼 하나를 놓고 봐도 확실히 한국과는 좀 다른 느낌이에요.
“그냥 제 추측으로 한국과 일본은 소비자의 입맛이 다르다는 정도? 한국 소비자가 선택한 하이볼들은 대개 프루티(fruity)하고 달달합니다. 실제 일본에서 캔으로 파는 하이볼을 사 마시면 위스키 향밖에 안 나요. 한국 사람이 느낄 땐 맛이 없죠.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면 과일 같이 약간 단맛이 들어가야 해요. 그 이유는 제 생각에 음식 때문인 것 같아요. 일본 음식은 간장 내지는 조청 베이스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먹다 보면 좀 달짝지근하죠. 반면 한국 음식은 마늘이나 고추장 베이스가 많잖아요. 좀 매콤하고 그렇죠. 음식이 달면 술은 드라이해야 하고, 매콤하면 달달하고 프루티한 게 좋겠다, 그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버번 하이볼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해서 ‘에반 버번 하이볼’을 만들게 된 겁니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젊은 세대보다 30~40대가 믿고 마시는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 지금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나쁘지 않습니다. 저희가 지금 수제맥주 40%, 하이볼 60% 비율로 만들거든요. 하이볼을 더 많이 만들고 있어요. 수제맥주 시장이 좀 얼어붙어 있기도 하지만요.”

-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하이볼 제품이 제법 많이 보여요.
“하이볼은 맥주보다 시장 사이즈가 작아서 출시 제품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수제맥주가 많이 나올 땐 1년에 50개씩 출시됐어요. 실제로 세어보기도 했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은 정말 많이 쏟아져 나왔고 업체 수도 꽤 늘었어요. 그땐 또 팬데믹 기간이어서 ‘홈술’ 시장이 엄청 좋을 때였잖아요. 상황 자체가 밖에서 못 마시니 편의점에서 캔맥주 사다가 마시는 경우가 훨씬 많았죠.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펍에서 자유롭게 마셔요. 그런 상황이어도 하이볼이 수제맥주 때만큼 많이 나오는 것 같진 않습니다.”

-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제품 퀄리티에 좀 더 집중할 기회이기도 하겠네요.
“일단 하이볼은 대기업들이 안 하잖아요. 롯데칠성음료 정도? 일본에서 들어오는 수입 완제품이 좀 있고, 그 외에 유럽 하이볼은 없고요. 일본 수입 아니면 국내 수제맥주 회사가 내놓는 하이볼이 전부니, 제가 느끼기에 시장이 훨씬 간단하고 간편해진 듯해요. 더불어 하이볼 업체들도 꽤 성숙해졌어요. 일단 몇 번의 경험이 있으니까요. 무조건 찍어내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알게 된 거죠. 이 때문에 출시 제품의 퀄리티도 상당히 좋아졌어요.”

- 그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예를 들면, 저희 제품은 아니지만 ‘왕뚜껑 캔’(풀오픈탭) 이거 유행이었잖아요. 그것도 기술적인 장벽이 살짝 있거든요. 생물(생레몬 등)이 들어가는 거라든지 위스키 함량을 높이는 거라든지 말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 위스키가 들어간 하이볼은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위스키 향을 넣거나 오크칩을 사용하거나, 그래서 나무 냄새가 나는 정도였지 실제로 위스키를 넣은 건 몇 개밖에 없었죠. 지금 보면 시장이 무척 빠른 속도로 성숙해지고 있어요. 수제맥주가 유행하던 5년 전과 비교하면 양조장들의 기술력이나 설비는 물론 대표들의 마인드가 훨씬 좋아졌어요.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일찌감치 망했고요. 그러다 보니 경쟁은 덜 치열해 보이지만 실제론 옥석이 좀 가려진 상태에서 경쟁하는 느낌이에요.”

왼쪽이 ‘에반 버번 하이볼 레몬’, 오른쪽이 ‘에반 버번 하이볼 애플’이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 한국 소비자의 입맛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층이 특히 그런데, 좋은 제품을 제대로 알아보는 눈이 있는 듯해요. 젊은 사람들의 입맛, 굉장히 중요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해요. 근데 젊은 층은 구매력이 좀 떨어져요. 그리고 이 친구들은 인구도 적습니다. 저는 오히려 40~50대가 믿고 마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30대가 영리하고 제품을 좀 더 분석하고 그렇긴 하지만, 빨리빨리 갈아타죠. 한 번 마시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그다음에 또 재밌는 건 없나 찾아 나서는, 이런 경우가 많아서 저는 40~50대가 믿고 마시는 제품을 만들어야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이 나이대가 가장 중요한 소비자층이라고 봅니다.”

- 그렇게 보면 요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1인 가구도 그 세대가 많긴 하죠.
“위스키도 그렇고 와인도 그렇고, 좀 맛있는 걸 찾아 먹거나 마시는 친구들은 제가 볼 때 20대는 아닌 것 같아요. 일하다 보면 20대 친구들은 너무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히려 소주 같은 제품을 더 찾는 듯도 싶고요.”

- 그래도 성수동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매출과 직결되지 않을까요?
“성수동이 최근 2~3년간 굉장히 떴죠. 그러면서 명품매장도 많이 들어왔고요. 근데 명품 관계자들 얘길 들어보면 성수동 매출이 가장 안 좋다는 거예요.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도 말이죠. 그럼 매출은 실제로 어디서 나냐, 바로 한남동에서 난다는 거예요. 성수동은 마케팅을 위한 쇼루밍(showrooming)이나 팝업스토어를 하는 곳이지 장사하는 곳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매장이 빨리 바뀌어요. 생겼다가 망하고 나가는 주기가 굉장히 빠릅니다. 한남동은 한 번 생기면 오래 가고 매출도 나고 그래요. 그래서 트래픽은 성수~청담~한남 순인데 매출은 한남~청담~성수 순이라는 거예요.”

- 왜 그러는 거죠?
“성수동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구경 나오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뭔가 시끄럽고 핫해 보이고 복잡하고 이런 맛은 있지만 실제로 돈을 쓰는 연령층은 한남동에 가서 쇼핑하는 30~40대라는 겁니다. 저는 맥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은 맥주를 잘 안 마셔요. 저도 그렇고 기자님도 그렇겠지만, 더운 저녁이면 자연스럽게 맥주 한 잔 생각나는 세대잖아요. 근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술 자체도 잘 안 마셔요.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유튜브에 업로드하려는 용도로 소비하는 거죠. 마치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다신 그 영화 안 보듯이 인스타에 한 번 올리고 나면 끝이거든요. 인스타 감성 친구들은 그냥 우리 브랜드를 소비하려고만 해요. 어떤 브랜드든 이를 소비하는 팬(fan)으로서의 관계, 이런 게 있어야 비즈니스가 잘 유지되잖아요. 저는 그래서 30~40대 소비자가 훨씬 더 의리 있다, 이렇게 봅니다.”

-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에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의 30~40대에 집중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좀 더 믿을 수 있는 브랜드, 그러니까 힙한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 갈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그걸 어떻게 만들까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에반 윌리암스를 택한 거고요. 1783년에 시작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버번위스키이기 때문에, 우린 계속해서 빌드업(buildup)해 나가며 그런 브랜드를 만들어낼 겁니다. 솔직히 지금 막 유행하는 패키지로 화려하게 만들거나 연예인이 참여한 제품 같은 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2016년 성수동의 작은 목공소를 개조해 양조장과 펍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30여 종의 맥주와 다양한 하이볼·칵테일을 제조·판매한다. 사진=김응구 기자

- 수제맥주 1세대로 알려져 있는데, 어메이징브루잉의 시작은 언제, 어떻게입니까.
“제가 직장생활 할 때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강남역에 취미 삼아 펍을 냈어요. 잘 안됐죠. 그러다 암스테르담에서 근무하고 있던 2015년에 한국의 주세법이 바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소규모 양조장을 만들기가 좀 쉬워지는 방향으로요. 그래서 귀국했죠. 그러곤 내가 정말 여기서 양조장을 해도 될까, 이 고민을 한 6개월 정도 했어요. 그런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기존 펍도 접고 양조장을 만들자, 이렇게 된 겁니다.”

- 그래서 지금의 성수동 자리에 양조장을 만든 겁니까?
“녹사평에 펍을 냈어요. 피자 팔고 수제맥주 팔고. 그 당시에는 수제맥주를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홈브루어(home brewer)라고. 물론 동호회도 있었고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죠. 펍을 만들었으니 비슷한 친구들이 모여 술도 같이 마시고, 그러다 어메이징브루잉까지 차리게 됐죠. 한 9년 정도 됐네요. 당시 멤버들 중 몇 명은 지금도 같이 일해요. 여기 성수점 양조사는 10년째 저와 함께하고 있고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2016년 성수동의 작은 목공소를 개조해 양조장과 펍으로 만들었다. 이후 2019년 단일규모로는 수도권 최대인 이천 브루어리를 준공해 맥주와 RTD(즉선간편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성수동 직영점에선 30여 종의 맥주와 다양한 하이볼·칵테일을 제조·판매한다. 주요 브랜드로는 ‘서울숲 라거’, ‘노을 페일에일’, ‘첫사랑 IPA’, ‘안동하이볼’ 등이 있으며, 미국 H-Mart와 대만 세븐일레븐에도 수출하고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성수동 지금의 자리에서 9년째 영업 중이다. 그 세월 동안 많은 양조장이 생기고 없어졌다. 사진=김응구 기자

- 초창기 때부터 같이 커 온 기업이 몇 안 남았을 테지만, 그들과도 끈끈한 무언가가 있을 듯해 보입니다.
“다 친하게 지냈고 지금도 그렇죠. 이태원에서 같이 ‘인디카 IPA’를 마시고 ‘기네스’를 즐기고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땐 정말 IPA(인디아 페일에일) 한 모금 마셔보려고 줄 서서 기다리고 그랬는데, 그런 우리가 지금은 IPA를 막 몇 톤씩 만들고 있으니….”

- 그때가 굉장히 재밌었겠어요.
“네. 그땐 저마다 꿈은 있었지만 뭐랄까 그냥 사랑방에 모여 즐겼던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우리가 만들면 편의점에 들어가고 수출도 하고, 특히 큰돈이 들어가고 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죠. 재밌는 부분도 있고, 또 그만큼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저도 투자를 받은 사람이어서 그런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그래요.”

- 국내 하이볼 시장은 당분간 긍정적으로 보시는 거죠?
“그게 글로벌 추세니까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MZ세대가 맥주는 조금 올드한 술이라고 느껴요. 하이볼과 하드 셀처(Hard Seltzer)의 구분이 조금 모호하긴 한데, 어쨌든 하드 셀처도 이제 좀 들어오지 않을까 싶고요. 좀 더 간편하고 간단하게 집에서 마실 수 있는 RTD성 음료·주류, 이런 것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 ‘에반 버번 하이볼’의 반응이 좋다면 또 다른 하이볼도 준비할 생각인가요?
“일단은 ‘에반 버번 하이볼’을 계속 미는 게 중요하고요. 어떻게든 성공시켜서 현재 넘버원 브랜드까지 따라잡는 게 저희 목표예요. 그리고 저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R&D(연구개발)를 거쳐서 출시하기 때문에 당장은 좀 무리죠.”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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